베르너 비쇼프의 흑백 사진 속에서 포로들은 춤을 추고 있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춤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기자들은 거제도에 방문해 거제 포로수용소(아래 포로수용소)의 흔적을 쫓아봤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그날의 흔적을 쫓다 지금 나는 사진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1952년의 어느 겨울날,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한 광장에서 포로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설명으로는 그들이 추는 춤이 스퀘어댄스라고 한다. 뒤쪽으로는 ‘자
도시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가. 도시 간의 격차는 도시 내의 분절로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 부족할 때 도시 구성원의 고립은 심화된다. ‘포용도시’ 담론은 도시의 분절과 불평등을 공간으로 감싸 안고자 한다. 지역격차와 공간의 분절 우리나라의 지역격차는 수도권을 기점으로 한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답게 우리나라의 모든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각각 6천826만, 6천718만, 5천560만 원으로
매년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이다. 시험장 앞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들로 북적이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험생들의 꿈을 응원한다. 성인이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이날 하루를 위해 우리는 초중고 12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수능은 대학 입시를 둘러싼 열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학생들은 입시가 끝날 때까지 빡빡한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매달린다. 모두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다. 대학 졸업 이후 따라붙는 ‘명문대 프리미엄’의 영향력을 너무
어느 때보다 신촌 상권에 지난한 한기가 돈다. 지난 2020년 1월 신촌 상권에 겨울이 찾아온 뒤, 봄은 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발길이 끊긴 탓이다. 2022년 2월, 신촌 거리에는 임대 표지가 즐비하다. 무엇이 이 거리를 공허하게 만들었나. 코로나19, 임대 표지, 젠트리피케이션 상인들은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가 야속하다. 지난 2021년 5월 우리신문에서 신촌 상권의 위기를 보도했을 때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
‘공정’이 다시금 화두다. 정권이 바뀌고 근 5년간 공정이 달라붙는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공정 담론은 몸집을 키웠다. 누가 어떤 공정을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졌다. 까다로우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공정 논의가 지속됐다.박권일 사회비평가‧작가는 이러한 공정 담론의 기저에 ‘능력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능력주의는 기본적으로 공정에 대한 이야기다. 능력주의에서는 불공정을 이야기하지, 불평등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지난 9월 출간한 『한국의 능력주의』에 드러나는 관심사는 단연 ‘능력주의’다. 그는 능력주의 자체도 문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돌보느라 발버둥 쳤던 청년. 그리고 제 아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사회의 무관심 속 방치되던 이들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야 호명되기 시작했다. 돌봄은 언제까지 가족만의 부담이어야 하나. 간병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영케어러(Young Carer·젊은 부양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돌봄 의무를 저버린 아들이들을 방치한 사회 지난 8월 13일 23세 청년 A씨는 본인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0년 9월 뇌출혈로 쓰러져 몸 대부분이 마비된 아버지의 간병을
■ 배달원 정수만(62)씨[AM 12:30] 신문을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배달할 신문의 속지를 끼워 넣고 신문사별로 분류했다. 한동안 신문을 넘기는 소리만 흘렀다. 어떤 소음도 껴들 자리가 없었다. 신문을 배달하는 정수만(62)씨는 일할 채비를 시작했다. 모두가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케 하는 정교한 분업 속으로 스며들었다. 정씨의 업무는 남은 신문 더미를 창고에 분리해두는 일이다. 이윽고 정씨는 신문을 챙겨 나와 유모차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손수레에 담았다. [AM 12:40] 정씨를 따라갔다. 지국에서 그는 도보로 신문을 배달
지난 17일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가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우리신문사를 포함해 서울권 학보사 29곳이 참여했다. 이 후보는 ‘공정’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전에 준비된 질문에 답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 운영 비전을 검증하는 대학사회의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 사회 공동체의 최소 원리 이 후보는 왜 대선에 출마하게 됐을까. 그에게 정치권력은 목표가 아닌 하나의 수단이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가 조금 더 공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사
차별금지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나 공공연히 차별이 존재하는 실정입니다. 과연 연세인들은 ‘차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신촌·국제캠퍼스 331명(62.928%), 미래캠퍼스 195명(37.072%)*남성 214명(58.37%), 여성 307명(40.68%), 기타 성별 5명(0.95%)*1학년 223명(42.40%), 2학년 97명(18.44%), 3학년 118명(22.43%)
우리 사회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차별이 낳는 고통 뒤에는 지체된 논의가 자리한다.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우리신문사에서 지난 2~8일 우리대학교 학부생 5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 차별을 묻다’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연세로 뻗다 우리 사회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난 2020년 4월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0%가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시기상조다”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를 마주할 때마다 내놓는 대답이다. 지난 2007년 이후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거듭했다. 대선을 4개월 앞둔 지금도 정치적 논의는 부족하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회적 합의 부족’은 차별금지법을 대하는 정치권 전반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준비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찬성했다
여성전용 공간은 진통을 겪는 중이다. 여성의 안전을 부르짖는 외침과 역차별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성전용 공간을 둘러싼 여러 맥락을 차례대로 짚어봤다. 잇따른 인권위 시정 조치,‘여성전용’의 위치를 돌아보다 지난 20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충북 제천여성도서관(아래 여성도서관)에 남성 이용자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여성도서관은 故 김학임씨가 기부한 부지에 제천시가 8억 원을 투입해 1994년에 설립한 여성전용 공공도서관이다. 제천시는 남성도 간접적으로 책을 빌릴
여성에게 ‘몸’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애 경험으로 손쉽게 묶여 왔다. 이는 국가와 권력이 여성의 몸을 통제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남녀가 결합하는 ‘정상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여성의 몸은 인구 재생산의 도구처럼 여겨졌다. 저마다 다른 몸의 경험을 획일화한 사회는 여성의 몸이 갖는 다양한 층위를 건드리지 못했다.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의 몸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광장이 됐다. 지난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거리로 퍼져 나왔다. 강남역 살인사건 시위, 혜화역 불법
특성화고등학교(아래 특성화고) 학생들은 교육 체계 안에서 ‘주변인’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교육과정과 분리돼 배제와 소외를 경험한다. 앞선 기사에서 다룬 졸업생의 경력단절, 대학 진학 논의를 넘어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응시하고자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이사장을 만났다. Q. 특성화고권리연합회가 출범한 계기는 무엇인가.A. 지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특성화고 출신 청년 노동자 故 김모군이 있었다. 사고 추모 현장에 다니면서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은 반복되고,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바꿔놓은 지 어느덧 1년 10개월째입니다. 그런데 1일(월)부터 방역 당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해 코로나19와 공생하자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노멀’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대체됐고, 수도권 내 식당과 카페는 밤 10시까지만 운영합니다. 이렇듯 철저하
지난 9월 29일 세종특별시 고용노동부 앞은 우비를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아래 요양서비스노조)은 빗속에서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외쳤다. 필수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외침이었다. 민간에 떠넘긴 책임수익에 가려진 돌봄 요양원의 법적 명칭은 노인요양시설이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돌봄을 제공한다. 노인성 질환자, 만성 질환자, 외과적 수술,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이들에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과 달
특성화고등학교(아래 특성화고)의 진학률은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지난 2017년 32.8%였던 특성화고의 대학 진학률은 2020년 44.3%까지 상승했다. 본래 특성화고는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나, 학생들의 눈길은 대학에 쏠린다. 그러나 대학 문은 좁다. 이들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 특성화고 학생들도계층 이동 사다리에 올라타고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취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원인으로 꼽는다. 26.1%로 떨어진 취업률 지표가 이를 드러낸다. 기업의 채용 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따라 특성화고등학교(아래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그러나 ‘전문 직업인으로의 발돋움’은 공허한 수사가 돼가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다시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됐고, 누군가는 삶을 떠났다. 우리 근처의 이야기다. 하락한 취업률그 뒤에 숨겨진 것들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바닥을 치는 중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2020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세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특성화고 전체 졸업자 7만 9천503명 가운
지난 2월 1일 발발한 군사 쿠데타로 미얀마 민주주의는 다시 어둠을 맞이했다. 기나긴 군부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미얀마 시민들은 또 한 번의 싸움을 치르고 있다. 지난한 군부 독재 역사와찰나의 문민정부 시기 영국의 지배를 받던 미얀마는 1948년 독립에 성공했다. 영국령 인도를 통해 미얀마를 지배한 영국은 분할통치 방식을 활용해 식민지 지배를 공고히 했다. 소수민족 출신을 고용해 다수의 버마족을 억압하고 민족 갈등을 부추긴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미얀마의 정치·군사적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미얀
지난 1980년 5월 18일 포탄에 휩싸였던 광주는 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러나 광주의 과거는 미얀마에서 재현되는 중이다. 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 집행위원장을 만나 오늘의 미얀마에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Q. 본인과 미얀마 광주연대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A.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이자 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기봉이다.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청년단체, 문화 예술 단체뿐 아니라 친목 모임을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미얀마 광주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Q. 미얀마 광주연대가 결성된 계기는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