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피해의 시소 바로잡아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바꿔놓은 지 어느덧 110개월째입니다. 그런데 1()부터 방역 당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해 코로나19와 공생하자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201912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노멀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대체됐고, 수도권 내 식당과 카페는 밤 10시까지만 운영합니다. 이렇듯 철저하고 엄격한 방역지침이 우리 일상을 통제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확산세 완화는 고사하고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목표가 한없이 막연해지면서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시점에서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인 위드 코로나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8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처음 위드 코로나의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방역 전략의 전환이나 보완을 할 수 있으려면 예방 접종률이 최소한 70% 이상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02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전국 평균 접종 완료율이 70%를 돌파했음을 밝히면서 위드 코로나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1월을 사흘 앞둔 1029, 중대본은 총 3단계의 위드 코로나 이행계획 최종안을 발표했고 1()부터 4주간 1단계 계획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점차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한편 위드 코로나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불거진 4차 대유행에 이어 5차 대유행이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027일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가 주최한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른 준비와 대책간담회에서 의협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은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해서 확진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확진자 수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위드 코로나 전환에 나섰지만,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영국, 벨기에 등 해외 사례들은 불안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7월 방역체계를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1026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5천 명이 넘은 5324명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접종 완료율이 70%라는 수치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아직 4차 대유행이 잠잠해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백신 접종 완료율 70%만을 근거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완화하기엔 이르다는 주장입니다. 백신 접종 2주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돌파감염이라는 복병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100% 안전하지는 않을뿐더러,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지만 백신 미접종자 수도 적지 않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감염이 늘어날 것이란 염려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지난 1028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124명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인 20201028일 일일 확진자가 103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20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신규 확진자가 2천 명대를 넘어선 지금, 100명이란 수치는 나쁘지 않다고 비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우리는 이미 반()위드 코로나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식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면 코로나19함께 사는 법을 서서히 배워나가야 합니다. 경북대 의예과 이덕희 교수는 1021일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은 자명합니다. 지난 110개월간 방역지침에 따른 피해의 총량은 한쪽에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방역의 피해를 막는 데에만 매진해왔습니다. 매일 확진자 수와 동선을 추적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누적돼 돌아갔죠. 호주는 제로 코로나(Zero Corona)’를 목표로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쳤으나 10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습니다.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사회경제적 피해를 키운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위드 코로나는 2년 가까이 뼈아픈 희생과 고통을 감내한 노동자·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률과 재택치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8일 중대본 이기일 제1통제관은 기존에 미성년과 보호자 등으로 제한돼 있던 재택치료 대상자를 입원 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확진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재택치료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41조에 따라 환자의 상태나 여건 등을 고려해 입원치료·시설치료가 아닌 집에서 격리 기간을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즉 한정된 의료자원을 위중증 환자에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희생을 줄이자는 계획입니다.

지난 1월 출입기자단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과학성에 근거한 조치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방역 대응에 가깝다고 말했듯이, 거리두기는 충분한 합의를 통해 조정돼야 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행 3일을 앞두고서야 구체적인 거리두기 계획안이 나온 처사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 영국, 덴마크,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나라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5개월 동안 위드 코로나를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당장 백신 접종을 늘리고 감염을 줄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건강과 생명을 우선으로 하되 사회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코로나19의 피해를 얼마나 함께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지요.

 

회복’,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의미합니다. 성급히 결정한 일상의 회복은 되레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죠.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살아나갈 길을 택한다면 희망을 품기엔 충분합니다. 어떻게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우리 일상에 녹여낼지, 공생의 여정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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