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정 고려한 세밀한 기숙사 운영 필요

대학 기숙사는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신촌캠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집’이 돼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대학교 기숙사를 둘러싸고 ▲획일적 선발 기준 ▲부실한 행정 처리 ▲소통 창구 부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학생들의 불편은 2024학년도 1학기 기숙사 입사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단편적인 입사생 선발 기준 
세심한 고려 필요

 

지난 2023학년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211명)의 54.5%가 기숙사 입사생 선발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기숙사 선발 기준에 대해 ▲실질적인 통학 거리 미반영 ▲사회적 약자 고려 부족 ▲실습생 미고려 등을 지적했다. 

신촌캠 무악1·2학사와 우정원은 입사생 선발 시 부모님의 주소지가 지방이면서 직전 학기 성적이 1.7/4.3 이상인 학생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진행한다. ‘서울’ 지역 거주자는 일률적으로 배제하며, 추가 선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입사생 선발에 실질적인 통학 거리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무악2학사 입사생 A씨는 “송파구 장지동에 거주하고 있어 통학에 왕복 3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선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고동현(사회·20)씨 역시 “근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지역보다 통학이 어려운 서울 지역이 존재한다”며 “학교와 소재지가 같은 ‘서울’이라는 단편적인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대학교와 달리 서울대와 고려대는 ‘거리 반경순’으로 점수를 부여해 입사생을 선발한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아래 서울대 기숙사) 행정팀 관계자 김태훈씨는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에서 멀리 떨어진 노원구와 도봉구 지역 학생들에게는 지원 자격을 주고 있다”며 “경기도 역시 근거리와 원거리를 구분해 지원 자격 및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촌캠 생활관 신민영 팀장은 “우리대학교는 해외 거주 학생들이 많아 거리 반경순으로 선발하게 되면 국내 거주 학생들의 입사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촌캠 기숙사는 입사생 선발에 소득분위를 반영하지 않는다. 류동혁(경제·22)씨는 “학생들에게 저렴한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것이 기숙사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취나 하숙 등의 거주지를 마련하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학생들을 사생 선발에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씨 역시 “신촌은 주거비가 비싼 편”이라며 “소득분위를 요건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대학교와 달리 서울대 기숙사는 ▲소득분위(60%) ▲통학거리(20%) ▲성적(20%)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부여한다. 소득분위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며,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정 ▲한부모가족 ▲북한이탈주민 등 우선선발대상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 행정팀 관계자 김씨는 “경제적 여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해 주는 것이 기숙사의 취지”라며 “소득분위 증명서를 근거로 0~10분위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고 전했다. 이에 신촌캠 생활관 신 팀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선발은 교내 타 부서에서 요청한 경우에 한해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소년소녀가정이나 한부모가족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복지처는 “소년소녀가정과 한부모가족을 지원하기 어려운 이유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대 기숙사 행정팀 관계자 김씨는 “국가 기관에서 발급하는 별도의 증명서가 있기에 서류가 복잡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간호대와 치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무악3학사는 선발 기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심하다. 주소지를 비롯한 입사 요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입사생을 추첨하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 실습’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3~4학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간호대 4학년 B씨는 “간호대 학생을 위한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모집 기간에는 타 학과 학생들을 포함해 무작위로 추첨하고 있어 2년 연속 선발되지 못했다”며 “왕복 2시간 30분이 걸리는 위치에 살고 있어 아침 실습이 있는 날에는 오전 4~5시에 일어나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호대 재학생 C씨 역시 “병원 실습을 나가야 하는 4학년 학생은 거주지가 지방인데도 기숙사 선발에 떨어지고, 실습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2학년 학생은 거주지가 서울임에도 선발됐다”며 “학생들이 주거 문제 없이 학업을 이어나가도록 돕는 기숙사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팀장은 “실습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무악3학사는 의료원 지침에 따라 선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간호대 행정팀 관계자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며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요청해 준다면 무악3학사와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 우리대학교 기숙사 행정팀이 위치한 무악4학사. 단편적인 입사생 선발 기준과 부실한 행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우리대학교 기숙사 행정팀이 위치한 무악4학사. 단편적인 입사생 선발 기준과 부실한 행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경비 체계부터 공지까지
행정 시스템 전반에 잡음

 

우리대학교 기숙사 행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매년 제기되는 문제다. 지난 2023학년도부터 이번 2024학년도 1학기 입사 기간에도 ▲부실한 경비 및 보안 체계 ▲미흡한 행정 처리 등으로 인해 여러 잡음이 발생했다. 

무악학사 내부 경비 및 보안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무악3·4학사는 경비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무악1·2학사는 로비에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건물 내부 출입은 불가하다. 교내 경비를 전담하는 KT텔레캅 역시 계약상의 이유로 무악1·2학사 건물 내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지난 2023학년도 2학기 무악2학사 입사생 노민지(국문·20)씨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비원과 KT텔레캅 모두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에 의하면 로비를 제외한 건물 내부의 경비는 ‘사감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대학원생들이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2022학년도 1학기 무악2학사 입사생 D씨는 “사감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사전에 안내받은 적도, 실제로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무악2학사 입사생 E씨 역시 “기숙사 사감은 처음 입사한 날 새벽에 잠시 로비에 계신 것을 본 이후로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새벽에 비상 상황이 생기면 급하게 찾아갈 곳이 없다”고 전했다. 2023학년도 1학기 입사생 F씨는 “지난 2023년 8월 취객이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며 “생활관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비상 연락처로 세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비원이 있는 로비로 내려가 도움을 요청했다”며 “경비원이 세 명의 사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 팀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은 없다”며 “비상 연락망을 바로 잡고, 사감 체계 역시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입사생들은 생활관 행정팀의 갑작스러운 행정 및 일정 공지로 인해 불편을 겪기도 한다. 특히 지난 1월 중순, 생활관 행정팀은 대청소를 위해 겨울학기 잔류 학생들에게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모든 짐을 빼라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공지와 더불어 짐을 보관해 줄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E씨는 “방학에도 짐을 그대로 두기 위해 겨울학기 잔류를 신청한 것”이라며 “본가에 내려가 있을 때 갑작스럽게 공지돼 급하게 서울로 돌아가 짐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무악4학사 입사생 G씨는 “CPA 시험과 행정고시를 1~2주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항의가 더욱 심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항의를 받은 생활관 행정팀은 1인당 짐 박스 3개를 보관해 주고, 무악4학사 A동에 사는 고시생들에 한해서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도록 수정된 방침을 뒤늦게 발표했다. 신 팀장은 “처음 실시한 대청소다 보니 시기를 정하고 공지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단기간 퇴실이 필요한 대청소는 매년 진행할 예정이며, 미리 공지해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입사생과 행정팀의 단절
소통 창구 필요해

 

일부 학생들은 기숙사 행정을 담당하는 학생단체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생활관 자치회는 지난 2014년에 활동한 26대 자치회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관련기사 1836호 ‘무악학사 자치회, 공백의 5년을 짚다’> E씨는 “행정팀과 입사생들을 연결해 주는 창구가 없어 입사생들끼리 직접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며 “사생회가 신설되면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D씨는 “고등학교부터 지역학사까지 총 6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사생회나 자치회가 없는 생활관은 무악학사가 유일했다”며 “입사생을 대표해 행정팀에 개선을 요청하는 기구가 없어 내부 문제가 묵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행정팀 역시 소통 창구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 팀장은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만 불만을 나누고 있고, 행정팀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전달할 방법이 없다”며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해 과거부터 생활관 자치회를 만들어 달라고 비대위에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건의해 주는 공식적인 창구가 있다면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57대 총학생회 <Yours>는 “많은 학생이 기숙사 행정 시스템에 대해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기숙사의 시설, 행정, 운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집중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행위원회 산하에 기숙사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교 기숙사의 단편적인 입사생 선발 기준과 부실한 행정 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통학 거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선발 기준은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우리대학교 기숙사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학생, 상호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글·사진 이세빈 기자
bodo_sevinteen@yonsei.ac.kr
박하린 기자
bodo_mincho@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