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대학 입시 제도의 문제를 짚다

특성화고등학교(아래 특성화고)의 진학률은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지난 201732.8%였던 특성화고의 대학 진학률은 202044.3%까지 상승했다. 본래 특성화고는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나, 학생들의 눈길은 대학에 쏠린다. 그러나 대학 문은 좁다. 이들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

 

 

특성화고 학생들도
계층 이동 사다리에 올라타고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취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원인으로 꼽는다. 26.1%로 떨어진 취업률 지표가 이를 드러낸다. 기업의 채용 규모 감축 등이 취업률 하락의 원인이다. <관련기사 187910대학에도 직장에도 없는 이들’> 다만 취업난은 최근 들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조용준(24)씨는 남학생은 취업이 어렵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일찍이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고졸 노동자의 현실을 감각한다. 반복되는 죽음은 학생들의 선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술교육대 정세민(컴퓨터공학·17)씨는 지난 2016년 당시 구의역 김모군 사망 사건을 보며 고졸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이후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학벌에 의한 차별도 무시할 수 없다. 엘리트코리아 김명희 원장은 대졸자 중심의 취업 관행을 살펴야 한다대학을 졸업해야만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최성수 교수(사과대·교육사회학)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에서 현대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사회경제적 계층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의 사다리로 여겨져 왔다저소득층 출신 자녀가 환경의 불리함을 재능과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이른바 개천용담론에서도 대학의 역할은 핵심적 위치라고 말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엽지현(18)씨는 고졸 신분과 대졸 신분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신분 상승의 경로임을 알았기에 대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놓인 사다리의 모양은 가파르다. 입시 경쟁이 일반계 고등학생들과 같은 선상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감 A씨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육과정이 달라 일반전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수능 교과목의 단위수 구성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기준 특성화고 전문교과는 총 204단위 중 86단위 이상을 필수 이수하도록 규정한다. 핵심 교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아래 국영수)의 필수 단위수는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6단위가 적다. 학교 자율 편성 단위수까지 고려할 때, 학생들은 수능에 필요한국영수를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천대 진현성(산업공학/컴퓨터공학·20)씨는 특성화고 전문교과와 수능을 치르는 데 필요한 국영수를 동시에 공부하는 게 힘들었다한 예로 수능 수학 필수 범위인 확률과 통계 과목 진도를 1년간 절반 밖에 나가지 못해 사교육이나 개인 학습이 필수였다고 말했다.

출발선에서 이들이 지닌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9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생 가구 중 저소득층 비율은 28%로 일반 고등학교(13%)2배를 상회한다. 오석영 교수(교과대·인적자원개발)중학생 진로인식 분석: 서울지역 중학생 희망 고교계열별 비교에서 특성화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직업 정보를 충분히 갖지 않은 채 자신의 진로를 빠르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왜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가?: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 수정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를 저술한 김홍기 등은 특성화고는 한국 교육체제 내에서 가장 주변화돼있다고 주장했다.

 

고르지 못한
고른기회전형

 

특성화고 졸업생이 입시에서 소외되는 지점을 인지한 정부도 특성화고 관련 특별전형을 운영한다. 이는 지난 2004년 부활한 실업계고 특별전형에 뿌리를 두며, 2009년 도입된 기회균형선발제에 편입돼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기회균형선발제는 2014고른기회전형 특별전형’(아래 고른기회전형)으로 명칭이 확립됐다. 특성화고 관련 특별전형은 고른기회전형 내 9개 지원 자격* 중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성화고 특별전형과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구분된다.

고른기회전형은 일반적인 교육 기준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배려해 교육 평등을 실현하고자 한다. 교육부가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모집 인원 중 정원 내·외 고른기회전형 선발 비율은 지난 2017학년도 11.02%에서 2021학년도 13.70%로 늘어났다. 2018년 발표된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따라 고른기회전형 내 9개 지원 자격 중 1개 이상을 실시하는 것이 모든 대학교에 의무화됐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고른기회전형은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사다리였다. 고른기회전형을 확대하는 최근 기조와 달리, 2010년대 들어서 특성화고 특별전형의 정원 외 입학 비율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85%까지 증가했던 비율은 2009년 고른기회전형에 편입된 후 2013학년도 3%, 2015학년도 1.5%까지 떨어졌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 따르면 오는 2022학년도 정원 외 특성화고 특별전형 선발인원은 356명으로, 이는 2020학년도 기준 35천 명에 달하는 대학 진학자 수의 1/10에 불과하다. 진씨는 이명박 정부 이후 특성화고 특별전형의 정원이 급감했다학과 당 1~2명만 뽑는 추세라고 말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전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고른기회전형이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성화고 특별전형 입시를 위해서는 수능 탐구영역에서 직업탐구를 선택해야 한다. 조씨는 직업탐구영역을 선택하면 일반전형에 응시할 수 없다직업탐구 외의 탐구 과목은 아예 학교에서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 일반계 학생들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선취업 후진학으로 불리는 재직자 특별전형도 문제의 뇌관이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과 함께 도입됐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허영준 센터장은 기존 특별전형을 축소해 선취업을 유도하는 대신, 후진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직자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후 일정 기간의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3년의 재직 기간을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은 야간 강의 등 별도 교육과정을 통해 해당 전형을 운영한다.

취업자를 상정하는 입시 자격 요건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제약받는다.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김진욱(24)씨는 “3년 이상 근무하기 힘든 환경을 살펴야 한다회사에 다니다가 퇴직할 시 제적하는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학은 퇴사 시 반년 안에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 못하면 학생들을 제적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고용 유지가 어려운 특성화고 졸업생의 노동환경은 고려되지 않았다. 더불어 일부 학교는 재직 요건을 걸었음에도 주간 과정으로 운영돼 재직자 대다수는 지원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교육연구소 임광국 사무국장은 특성화고 졸업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상황에서 퇴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기업체가 얼마나 될까라며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재직자에게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문 자체도 좁다. 소수의 대학만이 재직자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대입정보포털의 전형정보에 따르면 오는 2022학년도 기준 전국 68개의 대학만이 재직자 특별전형을 운영 중이며, 전체 정원은 5538명에 불과하다. 지난 2020년 기준 특성화고졸 유지취업자 수가 15871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다.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김지민(24)씨는 소수 대학만이 재직자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데다 선택할 수 있는 학과마저 한정적이기에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남부대 유아교육과 임영희 교수는 대학 대부분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해당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사업 목적을 제외하고는 대학에서도 특별히 과정을 운영할 때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없다고 말했다.

입시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김진욱씨는 대부분의 학교가 입시 과정에서 회사를 평가 요소로 두지 않는다고 한다면서도 지원 과정에서 회사 이름을 작성했으며, 면접 첫 질문 또한 회사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장 경력이나 실무 역량 등, 별도의 평가 기준을 마련해 평가해야 하지만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집착하는 사회
가장자리를 살펴야

 

진로 선택의 자유는 모든 이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이사장은 진로나 직업에 대한 고민은 평생에 걸쳐 이뤄진다특성화고 학생들 역시 대한 진학을 비롯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전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직자 특별전형의 경우 평가 기준을 재정비하고 전형 대상을 명확히 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교수는 현장 경력이나 실무 역량 등을 별도의 평가 기준으로 계량화하거나 면접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특정 영역이나 전공을 산업체와 연계해 차별화하고 실질적으로 전문성을 얻을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계고 교육과정에만 맞춘 특성화고 특별전형의 평가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씨는 특성화고의 경우 직업교육 과목의 이수로 입시에 필요한 국영수 등의 비중이 작다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하린(영문·17)씨는 특성화고만의 평가 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입시 과정에서 특수 교과목이 별도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시 제도는 어떤 모양의 사다리여야 할까. 우리교육연구소 이현 이사장은 대입제도와 사회적 가치에서 대입제도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의 하나로 사회 불평등완화를 제시한다. 그는 정의롭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대입제도가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양대 교육학과 박주호 교수는 대학 입시 제도는 계층 사다리로 기능해야 한다고른기회전형을 유지하고 편입 제도를 활성화해 사회 계층의 고착화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른기회전형의 확대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현 이사장은 사회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로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전형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고른기회전형의 지나친 확대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대학 진학 풍토에 맞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대학에 집착하는 사회 자체가 문제라는 시선으로 귀결된다. 임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 중심의 학벌 카르텔 사회라며 상위권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사회적 편익이 과도하게 크기 때문에 특정 대학으로 학생이 몰려 경쟁이 심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른기회전형의 등장 배경도 이러한 현실에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생인 윤수인씨는 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관한 분석에서 철저히 서열화된 대학순위에 따라 학력을 통해 이익을 얻고 지위 상승을 할 수 있는 인원은 매우 제한돼 있다며 학력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에 놓인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를 살펴야 한다. ‘대졸이 기본값이 된 사회에서 고졸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이들에게 자유롭게진로를 선택할 권리가 남아 있을까. 우리 사회의 입시 제도는 충분히 소수자를 배려하고 있을까.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른기회전형 내 9개 지원 자격: 고른기회전형 지원 자격은 국가보훈대상자,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지원대상자, 특성화고교 졸업자,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장애인 등 대상자, 서해 5도 학생 등 9개 유형으로 나뉜다.

 
글 박경민 기자
lightmiin@yonsei.ac.kr
여근호 기자
khyeo1123@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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