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공연시설 대관, 효과적인 대책 필요해

우리대학교는 캠퍼스 내 공연시설을 외부에 대관하고, 행사 참석을 위한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관으로 인한 외부인 출입 사례가 늘어나면서 교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 외부인들이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우리대학교를 가득 메웠다.
▶▶ 외부인들이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우리대학교를 가득 메웠다.

 

연세문화예술공간,
어떻게 대관하나?

 

우리대학교는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천극장, 대강당, 백주년기념관 등 연세문화예술공간을 대관하고 있다. 대관을 희망하는 단체는 ▲대관 인터뷰 ▲대관신청서 작성 ▲심사 및 통보 ▲사용료 납부 단계를 거쳐 연세문화예술공간을 대여할 수 있다. 대강당과 백주년기념관 대관을 담당하는 박평준 극장장은 “대관 절차 초기에는 행사 주최 측과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외부 행사의 콘텐츠가 우리대학교의 대내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 검토한다”고 전했다. 이어 “심사 단계에서 공연 및 행사의 질을 확인한다”며 “질 좋은 예술 공연자에게 최우선으로 대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문화예술공간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날씨가 따뜻한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노천극장에는 매달 약 3회의 대관이 예정돼 있다. 12월 말까지는 대강당에 180회 이상, 백주년기념관에 230회가량의 대관이 예약돼 있다. 이중 절반은 교내 행사가 아닌 외부 단체에 의해 진행되는 행사다. 학술문화처 학예문화팀 이석수 시설기술주임은 “노천극장 행사의 40%, 대강당 행사의 40%, 백주년기념관 행사의 50%가 외부 대관 행사”라고 설명했다. 

연세문화예술공간의 외부 대관료는 평일·금요일·주말 등 행사 진행 요일과 무료·유료 공연 등 행사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다. 노천극장은 하루당 1천500만 원에서 2천400만 원, 대강당은 하루당 250만 원에서 420만 원을 내야 대관할 수 있다. 백주년기념관은 시간당 20만 원에서 42만 원을 내야 대관할 수 있다. 박 극장장은 “대관료는 청소비,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연세문화예술공간 관계자들은 노천극장, 대강당, 백주년기념관을 대관하는 이점으로 ▲자연 친화적 공간 ▲편리한 교통 ▲저렴한 대여료 등을 꼽았다. 이석수 시설기술주임은 “관객은 노천극장에서 자연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백양로의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며 “우리대학교는 타 공연장에 비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조건에 있어 관객들이 접근하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박 극장장은 “1천649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의 일평균 대관료는 300여만 원에 불과하다”며 “우리대학교의 대관료는 외부 행사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화여대 삼성홀은 708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나 대관료는 행사 당 700여만 원이다.

 

미흡한 외부인 관리,
교내 구성원은 울상

 

우리대학교의 활발한 공간 대관으로, 교내 외부인은 캠퍼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에 교내 구성원은 외부 행사 및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소음 발생 ▲무분별한 교내 시설 이용 ▲통행 방해 ▲학생 식당 혼잡 등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노천극장에서 발생한 소음이 주변 건물에 있는 교내 구성원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57대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이윤재(경제·20)씨는 “많은 학생이 경영관 개방형 라운지 공간에서 공부한다”며 “노천극장의 소음은 이들의 학습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어준경 교수(경영대·경영)는 “행사가 주말에 진행된다 하더라도 주중에는 리허설로 인한 소음이 있다”며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소음이 발생해 행사 이전부터 연구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교내 건물 출입을 제한하지 않아 외부인이 무분별하게 교내 시설을 이용하는 문제도 있다. 대강당에서 유명 가수의 단독 콘서트가 개최됐을 때 외부인이 인근의 경영관과 학생회관에 출입해 교내 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윤재씨는 “경영관은 원칙적으로 주말에 개방하지 않지만, 외부 행사가 있을 때 개방하기도 한다”며 “외부 행사 때마다 경영관의 화장실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공연 주최 측이 대관 장소 이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것도 외부인의 무분별한 교내 시설 이용을 부추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1월, 대강당에서 콘서트를 진행한 공연기획사 관계자 A씨는 “행사 직전에 관객들을 경영관과 학생회관의 화장실로 안내했다”면서도 “행사 도중 경영관 관계자들이 경영관 출입을 지양해 달라고 요청해, 관객들이 학생회관 화장실만 이용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외부 인파로 인해 교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고도 말했다. 재학생 B씨는 “지난 2023년 11월 대강당에서 콘서트가 개최됐을 때, 많은 사람이 대강당 복도에 밀집해 동아리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윤재씨는 “외부 행사 때문에 백양로에서 경영관으로 가는 평평한 길이 통제돼 학생들은 계단이 있는 불편한 길을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외부인들이 학생 식당을 가득 채워 식당 이용 및 근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성석곤(수학·19)씨는 “공연을 관람하는 외부인이 학생 식당을 많이 이용해 협소한 공간에 외부인이 가득 찬다”며 “빈자리를 찾고 음식을 주문해 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식사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맛나샘 직원은 “학교에 외부 행사가 열리면 많은 외부인이 학생 식당을 방문한다”며 “사람들이 운영 마감 시간이 지나도 학생 식당을 떠나지 않아 퇴근 시간이 지체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방치되는 외부 쓰레기,
고통받는 교내 근로자

 

한편 연세문화예술공간에 외부 행사가 개최될 때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업무가 가중되기도 한다. 백주년기념관 청소노동자 홍명화(67)씨는 “외부 행사로 인한 청소 업무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며 “주말에 외부 행사가 열리면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 백주년기념관 청소노동자가 2명씩 추가 근무를 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공연 주최 측은 공연 당일 관객에 의해 발생한 쓰레기를 전부 처리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기획사 관계자 A씨는 “공연장 내부 및 대기실의 쓰레기는 치웠으나 공연장 외부의 쓰레기까지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연세문화예술공간과 인접한 경영관 및 학생회관의 쓰레기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이윤재씨는 “외부 행사가 있던 날 청소노동자가 경영관 쓰레기통 근처에 큰 쓰레기봉투를 추가 비치했는데도 역부족이었다”며 “외부인이 음료를 챙겨오거나 주최 측에서 음식물을 나눠주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회관 청소노동자 박정아(70)씨는 “관객들이 재활용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아 힘들다”며 “외부 행사 주최 측에서 따로 청소 업무를 돕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내 시설을 대관한 행사들이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관람객을 비롯한 외부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주말 내내 방치된다.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청소노동자는 토요일 오전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경영관 청소노동자 C씨는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행사의 쓰레기는 즉시 치우기 어렵다”며 “주말 행사 때 배출된 쓰레기가 월요일 오전까지 계속 쌓여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방치를 막기 위해 교내 몇몇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추가 업무를 도맡기도 한다. 학생회관 경비원 강정기(70)씨는 “주말에 외부 행사가 있으면 학생회관과 학생회관 별관에 쓰레기가 넘친다”며 “본래 담당 업무가 아니지만 그대로 둘 수 없어 수당을 받지 않더라도 청소한다”고 전했다. 

 

외부인 출입,
제대로 관리되려면

 

우리대학교는 연세문화예술공간을 대관할 때 시설별로 다른 관리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총무팀 관계자는 “외부 행사 진행 시 외부인 관리는 행사 주최 측 혹은 대관 담당 부서에 따라 상이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노천극장에서 외부 행사가 개최될 때는 학술문화처에서 ▲소음 관리 ▲타 건물 이용 자제 안내 ▲진행요원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한다. 박 극장장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면학 분위기 훼손을 우려해 평일 및 시험 기간에는 노천극장을 대관하지 않는다. 행사 리허설도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노천극장 대관을 담당하는 이석수 시설기술주임은 “리허설 전에 모든 단과대 건물 행정팀에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고한다”며 “소음 민원이 접수되면 행사 주최 측에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의 타 건물 출입에 대해서는 “외부인이 경영관과 학생회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행사 주최 측에 공지했다”며 “행사 당일에는 교내 인력과 주최 측 인력을 충원해 일반적으로 100명 내외의 진행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교는 대강당과 백주년기념관 대관 전 외부 업체에 ▲비상 상황 대처 방안 ▲응급 상황 대처 방안 ▲관객 관리 방안이 담긴 안전 계획안을 요구한다. 박 극장장은 “공연 10일 전까지 외부 업체로부터 안전 계획안을 받아 서대문구청에 행사를 신고한다”고 말했다. 

연세문화예술공간과 인접한 경영관의 행정팀도 건물 내 무분별한 외부인 출입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경영관 행정팀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으로 경영관의 학생과 교수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외부인의 경영관 출입을 막았다”면서도 “그럼에도 급한 용무로 경영관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외부인에게는 출입문 근처의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세문화예술공간 내 편의시설이 미흡해 외부인이 타 단과대 건물에 출입하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박 극장장은 “대강당은 좌석 수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하다”며 “관객이 화장실을 찾아 경영관과 학생회관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대강당과 백주년기념관에는 식음료를 판매하는 곳이 없어 관객은 학생회관이나 백양누리의 매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극장장은 대관료를 인상해 편의 공간과 관리 인원을 확충할 계획을 내비쳤다. 박 극장장은 “연세문화예술공간의 대관료는 13년 동안 동결됐다”며 “타 전문 공연장과 다르게 인건비, 냉·난방비 등이 대관료에 포함되지 않아 행사 주최 측에 별도의 관리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대관료를 인상해 연세문화예술공간의 편의 공간을 확충하고 관리 인원을 추가로 배치할 것”이라 밝혔다. 

 

따뜻한 봄이 다가오며 우리대학교에서 더 많은 외부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잦은 교내 공연시설 외부 대관으로 인한 교육·연구 환경 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 김준재 기자
bodo_suzy@yonsei.ac.kr
글 도유경 기자
bodo_snow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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