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내 문제,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지난 929일 세종특별시 고용노동부 앞은 우비를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아래 요양서비스노조)은 빗속에서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외쳤다. 필수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외침이었다.

 

민간에 떠넘긴 책임
수익에 가려진 돌봄

 

요양원의 법적 명칭은 노인요양시설이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돌봄을 제공한다. 노인성 질환자, 만성 질환자, 외과적 수술,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이들에게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의 주목적은 돌봄보살핌이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요양원은 돌봄 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를 도입해 노인 돌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국가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기 어렵거나 자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노인을 보조한다는 취지다. 이에 발맞춰 요양시설의 수가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2006815곳이었던 요양시설은 20091642, 20203844곳으로 늘었다.

초기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를 시행하며 정부는 민간에 요양 서비스 공급의 많은 부분을 맡겼다. 건강보험공단의 ‘2018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공립 요양원은 2.1%인 반면 개인 운영 요양원은 72.7%에 달했다. 문제는 별다른 규제 없이 인프라 확장에만 주목했다는 점이다. 양 교수는 정부는 단기간에 급속히 장기요양 인프라를 확대하고자 낮은 시설설립 기준을 제시했다일본은 개인 영리사업자가 요양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사업자, 영리법인 모두 장기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요양원은 수익 추구와 노인 돌봄의 경계에 있다. 민간 요양원은 국공립 요양원과 달리 수익을 창출해야 운영될 수 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범중 교수는 세금과 사회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요양원과 달리 민간 요양원은 수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요양원의 입원비 80%와 간병비 100%는 정부 지원이다. 그 외 식비와 간식비는 입소자가 부담한다. 이처럼 민간 요양원의 수익은 정부가 일정 수준 보장하고, 나머지는 개인으로부터 거둬들여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 요양원이 이윤에만 치중할 경우 노인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악화한다는 것이다. 민간 요양원은 이자, 건물 임대료 등으로 인해 국공립 요양원보다 시설 운영과 인건비에 적은 비용을 투입한다. 김 교수는 민간 요양원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종사자 처우 개선비, 인건비 등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자원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인 돌봄 사각지대 요양원
처우, 법제, 관리·감독 모두 부실

 

요양보호사들의 실제 임금은 수가 상 인건비에 미치지 못한다. 수가 상 인건비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요양위원회가 매년 정하는 장기요양 수가를 반영한 인건비로, 요양시설은 요양보호사에게 수가 상 인건비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824일 전국 104곳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104명을 대상으로 월급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월급제 요양보호사의 96.7%, 시급제 요양보호사의 79.5%가 수가 상 인건비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다. 특히 월급제 요양보호사는 수가 상 인건비 2398천 원보다 341490원을, 시급제 요양보호사는 시간당 평균 1268원을 적게 받고 있었다.

낮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는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한다. 현행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는 24시간 기준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근무는 8시간씩 3교대로 이뤄져 요양보호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입소자의 수가 많아진다. 민간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씨는 “3교대로 근무하면 요양보호사 1명이 입소자 7.5명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2.5명이라는 최소한의 기준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전국사회서비스 일반노조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실태조사’(아래 요양기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요양보호사의 11.2%가 홀로 9명 이상의 입소자를 돌본다고 답했다. 민간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B씨는 인원이 부족해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요양보호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요양기관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46.1%는 입소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기도 했다. A씨는 현장에서는 7.5명보다도 더 많은 어르신을 봐야 한다돌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요양원 내 지속해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 사건과 맞물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825일 발간한 시설 내 노인학대 현황과 대책에 따르면 요양시설 등 입소 시설 내 학대는 200971건에서 2019617건으로 10년 새 9배가량 증가했다. 감사원이 2019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보고서(아래 관리실태 보고서)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처분이 검토된 장기요양기관* 내 노인학대 사례는 287건에 달했다.

요양원 내 노인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평가 제도와 지정 심사를 강화했다. 현재는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와 지정갱신제***를 통해 요양원에 대한 관리가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회 시설 정기 점검도 시행된다. 그러나 지난 727일 한 민간 요양원이 10년간 허위로 서류를 제출해 건보공단으로부터 약 6억 원의 요양급여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건보공단과 지자체는 정기 점검을 시행했음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요양원, 서로를 옥죄는 감옥 아닌
함께 숨 쉴 공간 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국공립 요양기관 확대 실효성 있는 교육·감독 법제 마련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먼저 국공립 요양기관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인 국공립 요양원으로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서울 요양원이 있다. 입소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민간 요양원과 비슷하나 더 좋은 시설이 제공된다. 건물 임대료, 초기 토지 비용 등이 들지 않아 시설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요양원에 입소를 희망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원은 150명에 불과하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9월 기준 서울 요양원 대기자는 1557명이었다. 양 교수는 국공립 요양원을 확대해 질 나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불법으로 운영하는 기관을 퇴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기관에 대한 불시 점검이 어렵기에 설립 초기부터 민간 요양원에 의무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복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이윤 창출을 위해 요양원을 설립하는 이들도 많다요양원의 특성, 목적, 지향점을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를 위한 법 정비에도 힘이 실린다. 관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시··구에 의해 행정처분된 노인학대 건은 신고된 사례 287건 중 131건에 불과했다. 특히 이 중 56건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개선 명령 조치를 받는 등 업무 정지나 지정취소보다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 양 교수는 불법으로 운영을 이어온 요양원은 재지정심사에서 탈락해야 한다준법 운영,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 제도는 요양보호사가 입소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대처할 매뉴얼이 없다. 자기방어권이 없는 셈이다. 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 5월 발표한 요양보호사 노동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국 요양보호사 541명 중 81.3%가 육체적 상해 또는 정신적 상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B씨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금 개선 또한 필요하다. 현재 수가 상 인건비는 책정돼있지만, 운영자의 재량에 의해 임금이 지급된다. B씨는 책임감과 봉사 정신으로 일하고 있지만, 임금도 근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며 임금이 개선되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뿐만 아니라 돌봄에 더 정성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원의 문제는 요양보호사와 노인의 갈등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 한다. 돌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노인과 요양보호사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는 시점이다.

 

*장기요양기관: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재가 장기요양기관 등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급여수급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기관운영, 환경 및 안전, 수급자 권리보장, 급여제공과정, 급여제공결과 등의 평가지표로 항목을 구성해 3년 주기로 진행되는 평가

***지정갱신제: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2회의 결과를 반영해 6년마다 지정 심사를 시행하고, 심사에 따라 기존 기관의 재지정과 신규 진입기관의 지정을 결정하는 제도

 
글 원대한 기자
wondaehan1@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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