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의 불평등 문제를 살펴보다

도시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가. 도시 간의 격차는 도시 내의 분절로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 부족할 때 도시 구성원의 고립은 심화된다. ‘포용도시’ 담론은 도시의 분절과 불평등을 공간으로 감싸 안고자 한다.

 

▶▶공공공간 서울숲은 도시의 포용성을 높이고 통합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일대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함께 공간의 계층화가 관찰됐다. 이에 도시 공간 내부의 격차 및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포용도시’ 담론이 제시되고 있다.
▶▶공공공간 서울숲은 도시의 포용성을 높이고 통합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일대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함께 공간의 계층화가 관찰됐다. 이에 도시 공간 내부의 격차 및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포용도시’ 담론이 제시되고 있다.

 

지역격차와 공간의 분절

 

우리나라의 지역격차는 수도권을 기점으로 한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답게 우리나라의 모든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각각 6천826만, 6천718만, 5천560만 원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가구당 평균자산의 경우 7억 6천578만, 6억 3천45만, 3억 8천69만 원으로 더 큰 격차를 드러냈다. 지역자산화 협동조합 남철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지역격차가 심한 사회”라며 “인구, 일자리, 소득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있다”고 말했다.

지역격차의 상위에 위치한 서울 안에서 간극은 깊어진다. 지난 2020년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자산 불평등에서 주택의 역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각각 0.35, 0.33, 0.36으로 비슷한 수준인 한편, 부동산 자산 지니계수는 각각 0.72, 0.68, 0.60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의 자산불평등도가 수도권 전체와 비수도권의 자산불평등도보다 높게 드러난 것이다. 남 이사장은 “지역 간 불균형 때문에 서울로 각종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라며 “결국 개인의 소득이 그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1월에 공개한 「월간KB주택가격동향」(아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전국의 PIR* 지수는 6.9인 데 반해, 서울은 17.6이었다. 

서울 내 격차는 자치구 사이에서 나타난다. 서울시의 ‘2021 서울시 지역내총생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자치구별 지역내총생산 규모는 강남구가 71조 8천530억 원으로 가장 컸고, 강북구는 3조 2천840억 원으로 가장 작았다. 그 격차는 무려 21.9배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도 자치구별로 극명하게 달라진다.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1월 기준 강북 지역의 m2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천274만 원인 한편, 강남 지역은 1천731만 원이었다. 또한 상위 3개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m2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천850만 원에서 2천500만 원 수준이었지만, 하위 3개구(금천구, 강북구, 중랑구)는 모두 1천만 원을 넘기지 못했다. 

지역격차는 주거 공간의 분리로 이어진다. 남 이사장은 “이전과 달리 계층에 따른 공간 분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주거 공간에 따라 일자리, 학력, 소득 등이 수직계열화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2018년 11월 서울시의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강남 지역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44.4%로 강북 지역(3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내총생산이 높을수록 이상적인 주거 형태로 여겨지는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아졌다. ‘공간의 계층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각종 공용·커뮤니티 공간도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분절된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남경현(25)씨는 "평소 단지 내 독서실을 애용한다"며 “카페나 헬스장은 가격이 낮아 많은 입주민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구에 거주 중인 정효원(23)씨는 “아파트 관리비에 단지 내 공용·커뮤니티 공간 비용이 포함돼 있어 입주민 외 사람들에게 시설을 개방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은석 교수는 「도시 서울의 공간불평등 검토: 어린이 놀 공간의 차이를 중심으로」에서 ‘신축되는 아파트가 점차 대단지화·고급화되면서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는 저마다 특색 있는 단지 내 가족공원, 식물원, 어린이놀이시설을 배치하며 거주민의 ‘품격 있는 삶’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에 닫힌 공공공간

 

도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공공간은 도시의 포용성을 높이고 통합성을 제고한다. 은 교수는 “단지 내 시설의 사유화와 고급화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들다”며 “공공 영역에서 공공공간을 조성하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자체는 도시공원을 비롯한 공공공간 확대에 주력해왔다.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은 지난 2000년 기준 5.0m2에서 2020년 기준 11.0m2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도시공원의 양적 확대 이면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지난 2000년 ‘도시공원일몰제’가 도입됐다. 공원조성계획이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도시공원의 용도를 자동 해제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2005년에는 10년 이상 공원조성계획 고시가 없는 도시공원의 용도를 해제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도 이뤄졌다. 이에 2005년으로부터 10년 후인 2015년과 2000년으로부터 20년 후인 2020년, 전국 각지에서 도시공원의 용도가 해제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도시공원 결정면적***은 2008년 기준 1천284km2에서 2020년 기준 699km2로 매우 감소했다. 공원이 실제 조성된 면적은 소폭 증가했지만, 미조성면적을 포함한 전체 결정면적은 줄어든 것이다. 

공공공간이 예상치 못한 공간의 계층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인권 교수는 “서울숲, 경의선숲길 등 대형 도시공원으로 인해 주변 지가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며 빈곤층이 해당 지역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조성돼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서울숲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허브가 발간한 「도시공원 주변의 경제적 변화와 계층화 된 이용 양상: 서울숲과 성수동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에서 의 장한빛·강영인씨는 ‘성수동 일대의 주택 가격은 서울숲 조성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며 ‘기존 거주자와 이용객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중산층으로 교체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관찰됐다’고 지적했다. 8년째 행당동에 거주 중인 한주원(56)씨는 “서울숲과 가깝다는 점이 이곳을 분양받는 데 큰 영향을 줬다”며 “(서울숲이) 집값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골목 안까지 상업화가 진행되고 임대료와 각종 요금이 상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서울숲 방문객을 취재해 대형 도시공원의 이용 실태를 살펴봤다. 행당동에 거주 중인 정재성(26)씨는 “동생과 함께 강아지 산책을 나왔다”며 “평소 집 근처 서울숲과 한강공원을 자주 방문한다”고 밝혔다. 연인 사이인 김태리(21)씨와 노현준(21)씨는 각각 서초동과 경기도에 거주 중이다. 김씨는 “소풍 삼아 ‘핫플레이스’인 서울숲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숲은 인근 지역 주민의 생활권공원****일 뿐 아니라 먼 곳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자석’이었다.

대형 도시공원의 젠트리피케이션 이면엔 생활권공원 부족이 자리한다. 은 교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울숲 등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은 대형 도시공원 조성 자체가 아니라 전반적인 공원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의 ‘서울시 공원 (1인당 공원면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5.49m2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인 12m2에 크게 못 미쳤다. 도시민들의 생활권 내에 도시공원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공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도시 공간의 많은 부분이 상품화·사유화돼 있다”며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려 해도 카페에 가서 비용을 지불해야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은 양질의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생활 편의시설과 각종 여건에서 공간에 따른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공공공간의 분포마저 지역격차의 형태를 따라가고 있었다.

 

모두를 ‘포옹’하는 포용도시

 

분절된 도시 공간은 공간에 따른 격차를 확대하고 시민 간의 단절을 야기한다. 이에 ‘도시’ 내 ‘공간’ 불평등에 통합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포용도시’ 개념이 제시된다. 지난 2016년 열린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에서 새로운 도시 의제로 선정된 ‘포용도시’는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장소’로 정의된다. 

포용도시의 ‘포용성’을 매개로 ‘사회적 배제’를 치유하고 도시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 변미리 센터장은 지난 2018년 ‘사람 포용성’, ‘공간 포용성’, ‘거버넌스 포용성’ 등 3개 부문과 34개 지표로 이뤄진 ‘서울형 포용도시 지표체계’를 개발한 바 있다. 변 센터장은 “포용도시 지표체계는 공간 격차와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준”이라며 “포용도시 개념을 정책 비전으로 채택하고 지표에 근거해 정책을 구현해나갈 때 불평등, 분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간적 개방 ▲상호 의존 ▲참여 ▲역량 형성 4개의 하위 요소로 포용 도시를 정의했다. 우선 ‘공간적 개방’ 아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호의적 관계를 맺는 ‘상호 의존’을 이룰 필요성이 제시된다. 박 교수는 “사회적 약자가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여러 계층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면서 상호 의존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특정한 공간이 특정 계층에게 독점적으로 소유·이용되지 않도록 공간적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주거 정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공공공간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 이사장은 “공공임대주택의 분포가 일부 지역에 집중돼있다”라며 “강남 지역에도 감당 가능한 주거비 수준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전반적인 주택 가격의 안정을 통해 주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 교수는 “공공 영역 내에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놀 수 있는 공간이 최대한 조성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며 “지하에는 주차장을 배치하고 위로는 어린이 놀이터와 노인정 등을 놓는 입체적인 공간 활용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간과 협업해 공간적 개방을 도모할 수도 있다. 남 이사장은 “민간에서 사회주택 등 공익성을 띠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시는 실내에 공개공간을 마련한 민간 건축주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실내형 공개공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금껏 주로 민간 건물 바깥에 공개공간이 마련됐으나 이제는 건물 내에 실내형 공개공간을 확보해 공공공간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공공공간에 대한 수요가 다각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옥외공간뿐 아니라 옥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영역의 공공공간은 준공 이후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지자체 차원의 관리 강화와 이용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근린공원을 비롯한 생활권공원의 역할이 커지면서 공원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COVID-19 확산에 따른 도시공원 이용자 수의 변화 -시계열 빅데이터 분석-」에서 ‘전염병 재난 시 도시공원, 특히 주거지역 내 근린공원은 도시인들에게 주요한 피난처이자 여가 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인들의 생활권공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공원결핍지수*****를 바탕으로 한 ‘생활권 공원녹지’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상 속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소규모 공원녹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쾌적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걷고, 운동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계층과 지역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공원결핍지수 등의 지표를 활용한 공원녹지 서비스의 양적 확충과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차원에서 모든 사람이 공동체 공간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참여’의 권리도 강조된다. 박 교수는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등의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만 그 권리를 소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 경우 조례를 통해 세입자 등에게 제한적이나마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며 “이것이 확장돼 도시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교수는 “협치 사업, 마을공동체 사업 등 지역 주민들이 세미나와 토론 과정을 통해 지자체 선거 과정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며 “시민 의식을 가지고 지자체와 정부를 압박해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모든 사람은 어디에 거주하든 자신의 역량을 형성할 기회를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을 통해 도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시 공간에서 불평등은 확산한다. 공간은 곧 개인의 계층으로 굳어진다. 모든 문제가 공간에서 시작하기에, 문제의 해결도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 모두를 포용하는 도시 공간의 열린 그림을 그려볼 순간이다.

 

글 여근호 기자
khyeo1123@yonsei.ac.kr

사진 한승아 기자
seungah_han@yonsei.ac.kr

 

* PIR: Price to Income Ratio.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비율을 의미하며, 해당 수치는 3분위 기준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을 바탕으로 산출했다.
** 조성면적: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후 조성된 도시공원 면적
*** 결정면적: 계획상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도시공원 면적
**** 생활권공원: 공원 이용자들이 근린생활권에서 실제로 접근하기 용이하고 자주 이용하는 공원으로, 생활권공원면적은 ‘(도시자연공원×0.08)+근린공원+어린이공원+소공원+체육공원+문화공원+역사공원+수변공원+기타공원’으로 계산한다.
***** 공원결핍지수: 인구집단 및 지역의 사회경제 및 환경적 지위를 고려할 때 공원서비스의 상대적 박탈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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