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제학과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교수는 책 『도시의 승리』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방에 위치한 지역도시는 쇠퇴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화도시’가 꼽힌다. 지방도시에 켜진 빨간 불, 인구 소멸 지난 2022년 국토연구원의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아래 지방소멸 대응 시사점)에 따르면, 2020년에 전체 시·군·구 중 66%(151곳)가 인구의 데드크로스를 경험했다. 지방소멸 대응 시사점에서 적시한 지역 소멸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산
‘제곱 투표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지난 2019년 에릭 포즈너(Eric Posner)의 저서 『래디컬 마켓』은 현행 투표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제곱 투표제를 제시했습니다. 듣기에 생소한 제곱 투표제는 실제로 2019년 미국 콜로라도주 민주당 하원 전당대회에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제곱 투표제는 무엇이고, 기존의 투표제를 대체할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행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한계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 ▲직접 ▲비밀 ▲평등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 중
지난 1966년부터 1980년까지 발행된 우리나라의 1원 동전 앞면에는 무궁화가 새겨 있었습니다. 화폐의 도안으로 쓰일 만큼 널리 사랑받은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무궁화는 어떻게 우리 문화에서 나라꽃으로 인식되고 있는 걸까요. 뒤바뀐 두 꽃의 운명,오얏꽃과 무궁화 오늘날 무궁화가 나라꽃인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과거 나라꽃은 오얏꽃(자두꽃)이었습니다. 오얏꽃은 지난 1900년, 대한제국 시대
다큐멘터리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는 말했다. “지난 2003년 1월 인도네시아의 북수마트라 강가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학살의 가해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해맑게 학살을 재연하고 있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나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나는 학살의 가해자를, 다른 하나를 학살의 피해자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은 학살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다. 가해자들이 그리는 ‘학살의 추억’ 지난 1965년 10월 1일
신형섭(45)씨에게 노래란 삶의 버팀목이다. 갑자기 찾아온 편마비로 인해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기는 어려웠지만, 결국 노래를 향한 굳은 의지로 테너로 활동하고 있다. 편마비를 딛고 타인을 위해 노래하는 장애 예술인, 테너 신씨를 만나봤다. 1부: 나를 위한 음악 Q. 자기소개 부탁한다.A. 장애인 성악가 신형섭이다. 성악에서 남자 가수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내는 테너로 활동하고 있다. Q. 성악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A.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수의 꿈을 꿨다.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크면서 대중가수는 외모가 중요
지난 20세기 말,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종이 종말론’이 대두됐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는 소멸할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어느 곳보다 많은 종이를 보관하던 도서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기영 교수(문과대·문정)는 “도서관이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를 살펴봤다. 도서관, 디지털 시대에도 오히려 성장 중 가정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필요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도서관은 오히려 확장되는 모습이다. 지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공
영화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는 말했다. “음악은 말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다.” 영화음악은 대사로 담을 수 없는 내용과 감정,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영화의 변천 속에서도 성장한 영화음악 19세기 말에 처음 등장한 무성 영화에는 영상에 아무 소리도 담기지 않았다. 당시의 카메라는 촬영과 녹음을 동시에 할 수 없었고, 필름 화면에 소리를 삽입하는 기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20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영화 제작
지난 2022년,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처음으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피아 지라우(Sofia Jirau)씨를 모델로 발탁했다. 같은 해, 송예나(20)씨가 다운증후군 모델 최초로 호주 외교부가 주최한 패션쇼 ‘FOMA’의 런웨이에 서기도 했다. 패션계에 장애인이 모델로 인정받은 것이다. 마른 모델 퇴출과 자기 몸 긍정 지난 2010년대 이전 패션계에서는 어리고 마른 백인 모델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한 모델이 런웨이에 서기 위해 2주 동안 물만 마시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
기억은 닳는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의 세세한 부분을 잊거나 왜곡하곤 한다. 그럼에도 기억의 핵심은 사라지지 않고, 당시의 감정도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에 머무른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흐릿해지는 기억과 또렷이 유지되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기억, 남겨진 자들의 위안거리 매일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노인 ‘마조리’. 그녀는 남편 ‘월터’와의 사별 후 외로움을 호소한다. 마조리의 딸 ‘테스’와 사위 ‘존’은 마조리의 고독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지능 홀로그램을 집에 들인다. 인공지능의 이름은 ‘월터 프라임’. 마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는 말했다.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사랑이 세 번째 단계에 다다른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과 애환을 살펴봤다. ‘아마추어’ 영화를 넘어 ‘학생 영화’는 학생들이 ▲시나리오 집필 ▲캐스팅 ▲연기 ▲촬영 ▲편집까지 전담하는 영화로, 주로 대학생들의 독립 영화를 일컫는다. 학생 영화가 대학가에
우리는 흔히 음악의 거장으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음악의 아버지는 또 있습니다. 뛰어난 음악가 바흐,정말 ‘음악의 아버지’인가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수많은 음악 작품을 작곡한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17세기와 18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예술 사조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바흐는 ▲조성 확립 ▲평균율 개발 ▲수많은 독주곡 및 합주곡 작곡 ▲교회음악 발전 등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조성이란 음악에 쓰이는 화성과 선율이 하나의 음 또는 화음을 중심으로 일정한 음악적 체계
현대 사회는 ‘현명한’ 사람을 바란다. 이러한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일부러 ‘어리석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백치들』은 어리석음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없이 어리석고 싶은 사람 중년 여성 ‘카렌’은 아들을 잃고 참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카렌은 가족들이 자신을 위로해 주지 않고 오히려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자 가출해 버린다. 아들의 장례식 전날, 레스토랑에서 카렌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청년 무리를 발견한다. 청년들은 음식을 질질 흘리거나 접시를 집어 던지는 등 레스토랑을 난장판으로 만
영화의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로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가 음악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아가 음악을 직접 듣지는 못하더라도, 향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영화 『코다』 속으로 주인공 ‘루비’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루비는 어업에 종사하는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오빠의 귀와 입이 돼주고 있다. 어느 날 미국 연방정부는 장애인이 고기잡이할 때는 반드시 ‘정상인’이
지난 1월 28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가 극단적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훼손될 뻔했다. 이들은 농업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모나리자」에 수프를 던졌다. 다행히 유리벽에 막혀 작품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도 환경 보호를 주장하던 한 남성이 「모나리자」에 케이크를 던진 사건이 있었다. 예술 작품과 문화유산 훼손은 대한민국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인위적 문화유산 훼손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총 33건으로 집계됐다. 반달리즘이 할퀸 상처 「
“장인은 자신의 힘을 들여, 온 세상이 사용토록 이롭게 하니 그 공이 큽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전시관 입구에 적힌 글로, 이는 『중종실록』 47권에 나온 말이다. 제조업이 고도로 기계화된 오늘날, 공예문화는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있을까. 공예, 실생활 소품에아름다움을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2021 공예백서』에 따르면, ‘공예’란 문화적 요소와 유·무형의 자산이 반영된 기술 등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장식성을 추구해 물품을 만드는 일이나 능력이다. 한편 국민대 도자공예학과 박중원 교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은 누구와도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힐링’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트렌드 정보 회사 ‘WGSN’의 설문 결과, 1천200명의 청년 중 가장 많은 청년이 2023년을 ‘힐링’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청년을 ‘힐링’하는 여러 도구 중, 소리와 음악은 특별하다. ‘사운드 힐링’소리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다 소리가 사람을 치유하는 한 예로 ‘사운드 힐링’을 들 수 있다. 사운드 힐링은 진동, 주파수 및 감각 신호를 활용해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치유 방법이다. 사단법인 ‘한국
지난 1960년, 미국인 앨런 헤이먼(Alan Heyman)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서 들은 태평소 소리를 잊지 못해 한국으로 귀화했다. 헤이먼씨는 생전에 전통 악기를 즐겨 연주하며 국악 서적 『한국판소리해설』, 『한국 전통악기』 등 수십 권을 영문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런 헤이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우리나라의 국악 서적 번역은 아직 활발하지 않아 국악을 알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악, 한류 타고 세계로? 국악에 앞서 케이팝 등 다른 한국문화는 이미 전 세계로 뻗어나가 국가 위상과 경제 발전에 두루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
보통 엘리베이터에서 각 층은 숫자로 표시됩니다. 그러나 종종 4층을 ‘F’로 표시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우리는 왜 4를 4라고 적지 못할까요. 한자 문화권 사람들은죽을 만큼 4를 싫어한다? 한국인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숫자 4를 싫어합니다. 일례로 지난 2006년 ㈜KT의 상업용 위성 무궁화호도 4호를 건너뛰고 5호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군부대 편제 단위나 병실 호수에서도 가급적 4를 기피하고, 병원에선 4층에 병실이 아닌 기계실을 두기도 합니다. 이러한 4 기피 현상은 한자 문화권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
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2023년 12월 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탕탕평평, 글과 그림의 힘’ 특별전을 개최 중이다. 전시회는 영조와 정조가 조선의 중심에서 ‘탕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과 그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주목한다. 전시는 1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 2부 ‘인재를 고루 등용해 탕평을 이루다’, 3부 ‘왕도를 바로 세워 탕평을 이루다’, 4부 ‘질서와 화합의 탕평’으로 기획됐다. 영조, 탕평을 꾀하다 1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에서는 글과 그림으로 나타낸 영조의 탕평책을 살펴볼 수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였다. 영화 『사도』는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가 자기 아들인 세자 ‘장헌(사도)’을 뒤주에 가둬 죽인 ‘임오화변’을 다룬다. 영화의 핵심은 임오화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온전한 재현이 아니다. ‘영조가 사도를 모질게 대하고, 이에 장헌이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이로써 영화는 참극의 원인이 ‘영조는 왕이고자 했고, 장헌은 아들이고자 했다’는 사실에 있음을 보여준다. 저승과 이승의 갈림길 “어찌하여 너와 나는 저승과 이승의 갈림길에 와서야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단 말이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