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 집행위원장을 만나다

지난 1980518일 포탄에 휩싸였던 광주는 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러나 광주의 과거는 미얀마에서 재현되는 중이다. 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 집행위원장을 만나 오늘의 미얀마에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 겸 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 집행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을 위해 캠페인과 모금 및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 겸 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 집행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을 위해 캠페인과 모금 및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본인과 미얀마 광주연대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이자 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기봉이다.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청년단체, 문화 예술 단체뿐 아니라 친목 모임을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미얀마 광주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Q. 미얀마 광주연대가 결성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미얀마 광주연대는 지난 3115·18 기념재단과 종교계, 시민단체, 외국인 노동자 단체 등 140여 개 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광주 시민들의 연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미얀마도 우리와 유사한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5·18 당시 해외의 도움이 있었듯, 광주가 미얀마 시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과 시민 항쟁을 어떻게 바라보나.
A. 오랜 기간 미얀마는 군부 독재 아래 있었다. 미얀마 민간 정부가 구성된 것은 만 5년이 채 안 된다. 군부는 지난 202011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쿠데타는 군부의 권력 유지에 대한 위기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비무장 민간인을 향한 발포, 언론사 폐쇄, 탱크와 무장군인을 동원한 시민 학살은 1980년의 광주와 너무나도 닮았다. 그러나 미얀마는 광주보다 훨씬 처절한 상황이다. 5·18의 처절한 순간은 10일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미얀마 학살은 이미 8개월째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Q. 미얀마에 연대의 손길을 보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나.
지난 523일에 미얀마를 위한 오월 행동’(아래 오월 행동)을 개최했다. 전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노동자와 유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민족과 거주 지역이 달라 만날 기회가 적고 소통하기 어려웠다. 오월 행동을 통해 미얀마인들 간, 광주와 미얀마 간 소통의 문이 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88일에는 미얀마의 ‘8888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8888 공동행동에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온라인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Q. 직접적인 모금 및 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시민들 모두가 힘을 합해 지금까지 총 3억 원 정도가 모금됐다. 학생들의 돼지 저금통부터 아나바다 장터를 통한 모금, 구청 단위의 모금, 대학의 모금까지 많은 시민이 함께해줬다. 현지 민주화 투쟁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관련 단체와 기자들에게 모금액을 보내고 있다. 미얀마 공무원들의 시민불복종 운동도 지원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코로나19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식료품과 의약품도 함께 지원하는 중이다.

 

Q.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NUG) 시민방위군(PDF)이 카친독립군(KIA), 카렌민족해방군(KNLA)과 같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함께 군부 탄압에 맞서는 등 현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상황을 활동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A. 난민 인정을 받은 미얀마인, 우리나라에 있는 미얀마 운동가, 미얀마 사회단체, NUG 등과 소통하며 현지 소식을 전달받고 있다. 현재 미얀마 사태는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터전을 잃게 된다. 초기에는 미얀마 상황을 알리는활동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고통을 겪는 미얀마인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Q. 미얀마 광주연대를 포함해 국제앰네스티(International Amnesty),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 다양한 단체에서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미얀마를 향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지금 당장 위협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와 무관한 일이라 여기면 안 된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감과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한 국가 단위에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쿠데타로 국민이 탄압받는 경우 시민들의 힘만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다. 또한, 민주주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미얀마의 오늘이 우리의 내일일 수 있다. 연대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도, 받는 국가도 민주주의를 성장시킬 수 있다.

 

Q. 이러한 연대가 미얀마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A. 우리가 보내는 돈은 조그마한 물 한 그릇 정도일 것이다. 우리의 도움이 미얀마 상황에 급격한 변화와 반전을 일으키기는 힘들다. 광주 역시 5·18 민주화 항쟁 이후 진실이 밝혀지고 전직 대통령이 처벌받기까지 17년이 걸렸다. 미얀마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미얀마를 잊지 않고 연대한다는 사실이 미얀마 시민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그 희망이 결국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Q. 연대를 넘어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국가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진다. 하지만 미얀마는 정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에 앞장서는 상황이다. 이 경우 보호책임*에 따라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몇 가지 조처를 한 점은 고무적이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추가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국민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고, 최근엔 코로나19를 빌미로 시민의 움직임이 통제되고 있다. 따라서 식료품, 의약품 지원 등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에 더해 포스코 등 국민연금이 투입되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끊지 못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인권과 대치되는 방향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건 곤란하다. 시민 사회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다.

 

Q. 미얀마 광주연대가 발족한 지 6개월이 넘었다. 미얀마 광주연대에서 활동하며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A. 미얀마에서 인터넷이 차단되거나 지원금을 받아 간 사람이 군부의 표적이 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항상 긴박하게 쫓기는 상황에 놓인 현지 활동가와의 연락도 쉽지 않았다. 미얀마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뜻과 힘을 모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하다.

 

Q. 미얀마 광주연대에서 활동하며 이뤄낸 성과는 무엇인가.
초등학생부터 청년, 일반 시민까지 많은 분이 성금을 보내줬다. 이전에는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대응하고 움직였다면, 이번 활동에는 시민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5·18 민주화 항쟁이 일어난 지 40년이 넘어 시민들의 마음이 식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광주 시민의 열정이 아직 뜨겁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의 연대가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행동으로 나서줬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A. 미얀마 상황을 알리는 방송 캠페인, 도청 앞 전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미얀마 사태 300일을 알리는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미얀마를 향한 인도적 지원과 NUG와의 연대 역시 힘닿는 데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불법적인 쿠데타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일관되게 내려 한다.

 

미얀마의 오늘은 우리의 어제일 뿐일까. 지난 2016년 문민정부 출범이라는 희망을 안고 전진했던 미얀마 민주주의는 5년 만에 쓰러져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우리의 내일이 오늘보다 밝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연대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 한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 개념으로 2006년 국제규범으로 확립됨

 
글 여근호 기자
khyeo1123@yonsei.ac.kr

원대한 기자
wondaehan1@yonsei.ac.kr
사진 김지훤 기자
kimzligh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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