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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부 기자인 나는 지난 학기 동안 학내 연구소 곳곳을 취재하면서 몇몇 연구소가 지니고 있는 침침한 분위기에 다소 실망을 했었다. 심지어 밝지 않은 연구원들의 모습에 ‘연구만 하다보면 다 저렇게 되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저번 1523호 취재에서 다녔던 연구소들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연구원들은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굉장히 ‘싹싹’했고 학생들은 활발하게 토론 중이었다. 그들의 모습 뿐 아니라 실험실에 놓여진 여러가지 시약들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들은 나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에 내가 취재한 연구소들은 지난 학기에 내가 봐 온 것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것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실과 연관되는 디스플레이나 약품들을
여론칼럼
최은영 기자
2005.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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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예뻐진다? 사랑하면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르다? 사랑하면 눈이 먼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것도 부러운데 예뻐지고 배가 저절로 부르기까지 하다니 정말 배아플 노릇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만 보이고 생각만 해도 날아갈 듯한 마음, 무엇을 해도 예뻐 보이는 연인, 끊임없이 두근거리는 심장…. ‘사랑’이라는 감정이 변화시키는 몸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진실은 무엇일까? 연인들의 눈을 멀게 하는 사랑의 호르몬 사람이 사랑을 할 땐 마음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사랑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상명대 생물학과 이성호 교수는 “뇌는 사랑의 각 단계마다 그에 따른 신경 조절 호르몬을 분비해서 사람의 기분과 몸을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뇌가 이러한 사랑의 호르몬을 분
특집
최은영 기자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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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회 서울국제문학포럼(아래 1회 문학포럼)’에서 ‘종래의 문학과 인문학은 없다’는 발표를 해 주목을 끌었던 마사오 미요시. 그가 올해 ‘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아래 2회 문학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2회 문학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26일 ‘서구근대성의 다양성’ 세션의 발표를 맡은 마사오 미요시는 발표 전날인 25일 우리대학교를 찾아 ‘국가와 역사’를 주제로 강연했다. 캘리포니아대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요시는 일본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침묵의 공범자: 근대 일본소설』과 같은 책을 쓴 미요시는 문화학과 일본학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학자이다. 1회 문학포럼에서 그는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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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는 낱말을 들었을 때,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희망이라는 생각보다 길거리의 살찐 비둘기들이 생각나는 요즘. 겁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뒤뚱뒤뚱 걸어 들어오는 비둘기들을 보면서 저들이 인간살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겁이 없는 것인지, 다 알기 때문에 겁이 없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대표작 『새』는 ‘새’에 대한 현대인들의 단상을 더욱 깊게, 그러면서도 꽤나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고대 그리스 희극작가 중 최고로 손꼽히는 아리스토파네스. 그의 작품은 아테네를 영광스럽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당시의 정치 상황과 정치가들의 모습에서부터 보통 시민들의 모습까지 담아내는 생생한 그림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 풍자를 많이 그린 다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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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국적법 개정 발언,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명예박사 학위수여 논란, 현 고등학교 1학년들의 내신문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위와 같은 사회문제에 이제는 대중들의 생각이 당당히 의견형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끊임없는 비평을 아끼지 않는 우리 시대의 지성, 김호기 교수(사회대·현대사회론)를 만나봤다. 두 갈래의 지식인, 그 사이에서 연구실로 찾아든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김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차분하게 말을 꺼낸다. 김교수가 쓴 많은 칼럼들을 잘 읽었다는 기자의 말에 “지식인은 전문적 지식인과 대중적 지식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나는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김교수는 말한다. 마침 오는 6월 도서출판 아르케에서 김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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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소나기」에서 ‘망그러진 꽃묶음’은 앞으로의 운명을 암시하는 상징물로서..” 우리는 학창시절에 작품 속 각각의 소품들이 각기 상징하는 바가 있고, 그 줄거리 역시 큰 주제의 틀에 벗어나지 않는 문학 작품들만을 선생님들로부터 배워 왔다. 그런 방식의 문학 작품들에 젖어오면서 우리는 ‘상짱과 ‘의미’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고독과 불안을 표현하는 부조리극, 그 대표작 「대머리 여가수」 그런데 이 상징과 의미를 넘어서 연극 자체를 부정하는 희곡들이 있으니 우리가 흔히 부조리극이라 일컫는 그것이다. 현대 연극의 중요한 흐름이 된 부조리극은 특별한 줄거리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저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부조리한 상황이나 모습을 제시할 뿐, 거기에 대해서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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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방대한 양과 그 속의 수많은 중세시대의 고유명사에 질려 책을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보르헤스에 주목해보자.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는 평생 단 한편의 장편 소설도 남기지 않고 단편 소설만 쓴 작가로 유명하다.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다』의 저자 송병선씨는 “보르헤스는 전통적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이른바 ‘환상문학’을 개척했고, 귄터 그라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움베르토 에코와 같은 20세기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며 보르헤스가 현대 문학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보르헤스는 엄청난 독서량과 유전적인 이유로 인해 30대 후반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보르헤스는 시력을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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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화목해지려는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들이 모두 유전자의 이기적인 목적에 의해 결정된 행동이라면? ‘혈연간의 사랑’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닌 자들에게는 섬뜩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인간 행동의 저변에 ‘유전자’가 깔려있다는 주장은 최근 30여 년간 유전생물학 분야의 정설이 돼 왔다. 1866년, 멘델의 완두콩 실험으로 인해 암시되기 시작한 유전자의 존재는 그 후 요한센과 모건 등 많은 과학자들의 실험을 거친 뒤 ‘유전자(gene)’라는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됐다. 백여 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사람의 건강에 좋은 식품을 만들어 낼 정도로 유전자를 활용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인자인 유전자는 우리의 몸을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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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미 백퍼-센트라고 하는 여성 해수욕꾼들이 이따금 둘씩 셋씩 누구의 속을 태워보려고 그러는지 해수욕복이 찢어질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면서 슬슬 앞으로 지나갈 때면 현기증이 나기도 하고 조금만 더 의지가 약하던지 수양이 부족하였다가는 순사한테 잡혀갈 행동만. 현대 황색잡지의 잡담코너에 실린 글이 아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인기 교양 월간지였던 『별건곤』에 「여름의 환락경-해수욕장의 에로그로」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이다. ‘에로 그로’를 통해 ‘넌센스’의 미학을 만들었다고 하는 근대의 새로운 경향 에로그로넌센스. 1920·30년대 우리나라에 물밀듯이 들어온 서구 문물에 대한 자극을 그대로 반영한 이 경향은 근대 풍속 곳곳에 숨어있다. 낯선 근대의 이질스러운 풍경화 외국의 신문명이 들어옴에 따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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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시대의 불교를 결정짓는 한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통섭(通攝)’이다. 신라시대 승려 의상은 ‘화엄종’을 통해 한 마음(一心)으로 우주 만물을 통섭하고자 했다. 긴 세월이 지나 온갖 혼돈이 사회를 지배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선 지금, 학문에서의 통섭을 주장하고 나선 학자가 있다. 지난 22일, 공학원 대강당에서는 ‘통섭의 시대-지식의 대통합’을 주제로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의 학부대학 특강이 열렸다. 실험실 밖에서 발로 뛰며 연구하고,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현장형 동물학자로 널리 알려진 최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강연장은 학생들로 가득찼다. 가볍게 자신의 소개와 어린 시절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한 최교수는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온 동물학과를 가게 돼 대학 생활 초반을 특이하게 보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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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살인자가 어떻게 건강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적을 화장시킨다고? 로베르씨의 인명사전엔 누가 있는거지? 『살인자의 건강법』, 『적의 화장법』,『로베르씨 인명사전』과 같은 독특한 제목들로 책꽂이에서부터 우리를 사로잡는 작가가 있다. 벨기에 출신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Amelie Nothomb)이 독보적인 문학행로를 걷고 있다. 지난 1992년 『살인자의 건강법』 출간을 시작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노통은 데뷔작으로 프랑스 문단을 발칵 뒤집은 뒤, 매년 한 작품씩 발표해 작품마다 ‘노통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한국에도 10여권의 책이 번역돼 한국 독자들의 눈길까지 붙잡고 있다. 노통의 작품은 길이가 대부분 짧은 편이다. 짧은 작품, 얇은 책의 미학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녀의 작품들은 첫 문장을
사회
최은영 기자
2005.03.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