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오 미요시 특별 강연

지난 2000년 ‘1회 서울국제문학포럼(아래 1회 문학포럼)’에서 ‘종래의 문학과 인문학은 없다’는 발표를 해 주목을 끌었던 마사오 미요시. 그가 올해 ‘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아래 2회 문학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2회 문학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26일 ‘서구근대성의 다양성’ 세션의 발표를 맡은 마사오 미요시는 발표 전날인 25일 우리대학교를 찾아 ‘국가와 역사’를 주제로 강연했다.

 캘리포니아대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요시는 일본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침묵의 공범자: 근대 일본소설』과 같은 책을 쓴 미요시는 문화학과 일본학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학자이다. 1회 문학포럼에서 그는 “문학은 다른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기에 종래의 문학과 인문학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문학이 인종, 성, 계급과 같은 비순수 사회문제들을 끌어안고 있기에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문학의 변화와 확장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가와 역사를 주제로 영어로 진행된 미요시의 강연은 “역사는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됐다. 그는 2차 세계대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국제 정세를 간단하게 훑은 뒤 미국과 일본의 관계, 프랑스의 호치민시 점령 등과 같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살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세계 질서의 중심에 있는 국가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에 대한 언급과 반성을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풀리지 않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동아시아의 주역으로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계인 미요시는 “일본과 한국은 과거사와 관련된 교과서 문제, 정치적 갈등 등으로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고 말한 뒤 “교과서가 과거에 저지른 범행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정부의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비난 받고 있는 고이즈미의 신사참배에 대해 “고이즈미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신사참배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국가의 수상으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와 역사의 관계’라는 거대한 담론을 놓고 시작된 이번 강연은 개별적인 현대의 정세들을 살핌으로써 자연스럽게 국가와 역사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급변하고 있는 세계 정치 역시 역사의 흐름의 일부이고 세계화 시대의 역사는 더 이상 개별 국가의 역사가 아니다”는 그의 말은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줬다. 강연을 들은 이승은양(인문계열·04)은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미요시에게서 ‘역사’를 현대에 적용시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됐다”고 강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우리대학교에서 강연이 있은 다음날 국제문학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미요시는 ‘대학, 우주, 세계, 그리고 〈세계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세계화는 전 세계적인 부의 불공평, 환경위기, 대학의 대기업화라는 재앙을 불러왔다”는 주장을 한 그는 “그렇지만 인문학은 희망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1회 문학포럼에서도 그가 밝혔듯, 종래의 인문학은 이미 죽었지만 인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망이 현재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학에 대한 통시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현대사회를 진단하는 마사오 미요시. 그에게 앞으로의 인문학에 대한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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