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기자인 나는 지난 학기 동안 학내 연구소 곳곳을 취재하면서 몇몇 연구소가 지니고 있는 침침한 분위기에 다소 실망을 했었다. 심지어 밝지 않은 연구원들의 모습에 ‘연구만 하다보면 다 저렇게 되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저번 1523호 취재에서 다녔던 연구소들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연구원들은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굉장히 ‘싹싹’했고  학생들은 활발하게 토론 중이었다. 그들의 모습 뿐 아니라 실험실에 놓여진 여러가지 시약들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들은 나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에 내가 취재한 연구소들은 지난 학기에 내가 봐 온 것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것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실과 연관되는 디스플레이나 약품들을 연구하는 곳이라 더 활기차고 앞서나가는 분위기구나’하고 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참 무섭다.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믿고 그것들에게 내 사고방식과 나 자신까지도 맡겨버렸으니까. 보이는 것들에만 익숙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세상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눠버린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리는 실수를 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증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아무리 논리적인 설명을 해도 뭔가 한 구석이 허전한 것, 보이지 않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뛰어다니고 서로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합이 세상 전체가 아닌 것처럼 세상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테다.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이번에 취재한 연구소들에서 내가 감동한 것은 ‘눈에 보이는 연구대상’이 아니라 연구원들의 ‘열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를 ‘나’로 채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에 몰두하는 나의 ‘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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