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도서 이용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는 도서 예약 회수 1,2위를 동시에 차지한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 한 권쯤 안 꽂힌 집이 없을 정도로 이 시리즈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1987년 초판이 발간되고 나서 3백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2002년에는 올칼라 개정판도 출판됐다. 첫번째 시리즈인 네덜란드편부터 시작해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우리나라 그리고 최근 미국편에 이르기까지 총 12권이 발간됐다.

누구나 알고 있듯 『먼 나라 이웃나라』는 ‘만화책’이다. 이 시리즈는 초판이 발행될 당시 만화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생각을 뒤엎고 ‘교양만화’의 이름을 얻었다. 귀여운 그림과 대화체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책을 집으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대체 그 매력은 무엇일까? 『먼 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 이원복 교수에게 직접 들어봤다.

“현장성 때문이 아닐까”라며 말을 꺼내는 이 교수. 『먼 나라 이웃나라』가 처음 출판됐을 당시만 해도 직접 현장에서 느낀 바를 다룬 책들이 드물었다. 지난 1975년 독일에 첫 발을 디딘 그는 “독일에서 10년 간의 유학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유럽은 길거리에 깔린 돌 하나도 2,3백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 곳에서는 역사가 곳곳에 숨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유럽인들에게 있어서 역사는 ‘책’이 아니라 ‘일상’이었으며, ‘국사’가 아니라 ‘세계사’였기 때문이다.

유학 전까지만 해도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는 이 교수는 “유학시절 기숙사에 살고 있는 유고슬라비아, 체코, 터키 등 스무여 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 것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 나오는 역사의 배경과 흐름을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배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역사에 대해 마치 연인에게 영화이야기를 하듯 말하는 유럽 사람들을 보며 한국인들의 역사관과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며 당시의 놀라움을 전했다. 수십 개 나라의 국민들로부터 듣는 역사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 순간 연결이 됐고 그는 이를 토대로 『먼 나라 이웃나라』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역사를 주제로 언제나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이 교수가 택한 방법은 바로 “만화로 역사를 그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에 그는 자료 수집에서 그림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작업을 시작한다. 모든 지면에 컬러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밑그림까지만 손수 작업하게 됐지만, 자료 수집에 관해서는 대단한 열정을 쏟고 있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발칸 반도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자료를 거의 수집할 수가 없다”며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고 그 자료를 정리하는 데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전한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서 이 교수는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종결됐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섭섭해 하지는 말 것! 『가로세로 세계사』라는 새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유럽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가로’로 지르는 선진국들의 이야기였다면, 새 시리즈 『가로세로 세계사』는 ‘세로’로 보는 역사다. 새 시리즈에 대해서 그는 “발칸,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남미와 같이 ‘세로’로 볼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일상사를 다룰 것”이라고 밝힌다. 한 나라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 나라를 인정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서구와 동아시아 외의 역사를 아는 것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가로세로 세계사』의 ‘세계사’는 ‘세계의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일상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일상사를 모르면서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새 시리즈에서 ‘역사로부터 알 수 있는 일상사’를 녹여날 생각이라고 한다.

▲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원복 교수 /위정호 기자 maksannom@
이 교수는 “우리가 이제껏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탐구가 ‘글로벌화’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화’가 단순히 서구화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서구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글로벌 의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제2외국어가 필수”라고 주장하는 이 교수. 그는 “외국어를 하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하나의 어장을 가지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영어를 하게 되면 태평양을 어장으로 삼게 되는 것이고, 중국어를 하게 되면 아시아 대륙을 무대로 삼게 되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역사의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먼 나라 이웃나라』를 그리게 됐다는 이 교수. 어릴 때부터 낙서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수 많은 작품을 낳게 한 것이다. 그는 “만화책이라고 해서 한 번 보면 아깝지 않냐”며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알찬 만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활기차게 말한다. 그를 바라보면서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반짝이던 나레이터(위 그림)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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