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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섭 문학상(희곡 분야) 당선작]Otroki김정수 (HASS · 17) 1장. 도둑 전시장 안, 새하얀 벽에 흑백 배경에 초록색이 눈에 띄는 그림 여러 점이 걸려있다. 좌측에는 작은 소파가 있고 우측에는 밖으로 통하는 현관문이 있다. 모리스, 정면으로 나와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작품 쪽으로 돌아가 심호흡을 쉰다. 맞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모리스: (잠시 뜸을 들인 후, 발랄하게) 슬로베니아 최고의 미술관, 빈치치아트레움을 찾아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은 모리스 슬로보단Morris Slobodan입니다. (전시 좌측, intro 글을 가리키며 점점 우측으로 이동)Bloody Gaia. 피투성이 가이아. 붉은색보다 선
특집
연세춘추
2017.12.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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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문학상(소설 분야) 가작]아틀라스정원석(사학·14) 1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매미소리. 팔과 다리가 후들거렸다. 언제나 그렇듯 깔딱 고개를 넘어갈 땐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뒤에서 펠리컨이 까악하고 울었다. 자전거 앞바퀴가 계속해서 들렸다. 핸들을 쥐고 있는 두 손을 놓으면 자전거와 짐들이 그대로 굴러 떨어지겠지.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만.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돌돌돌돌. 나는 규칙적인 자전거 체인 소리에 맞춰 발을 내디뎠다. 뒤에서 아기가 으앙하고 울었다. 오늘 오후 6시까지 건담 프라모델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한다. 장소는 서울역 4번 출구. 나는 자전거의 짐 중에서 프라모델의 위치를 가늠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것
특집
연세춘추
2017.12.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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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심사평정명교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좋은 시들이 많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해마다 투고작들의 기교가 복잡해진다. 독서 인구의 비율이 줄어들고 작품을 읽기보다 조각구절을 읽는 경향이 심해지는 문화적 정황 속에서 이런 기교화 현상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선은 개성적 표현의 욕구가 점증해왔다는 점을 가리킬 것이다.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소통적 맥락을 긴밀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그게 부족하면 여운 없는 아우성이 되어 소음의 대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강새봄의 「반사」, 오세원의 「광어스토리」, 이유정의 「적이 없다」, 조현지의 「방어」, 지희진의 「살리는 마라톤」 , 한두희의 「비누에게」는 독특한 언어감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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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
2017.1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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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수상소감황윤상(경제/국문·12)당신과 주파수를 맞추고 싶습니다. 촬영으로 오롯이 새벽을 맞이한 오후에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초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을 꿈꾸며, 시를 쓰냐고 말이죠. 아무도 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요즘인데요. 아마 제게 시를 쓰는 건 주파수를 맞추는 일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제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답할 수 없는 고백이 바로 시가 아닐까요. '사랑합니다'를 ‘달이 참 밝군요’라고 바꿔 적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라면, '나도 당신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게 시인의 일인걸요. 그래서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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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춘추
2017.1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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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당선작]해 감황윤상(경제/국문·12) 침을 뱉었다파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노크는 하지 않았다예감은 온몸으로 스미는 것머리부터 들이미는 밀물 같은 것반짝, 볼가에 스치는 빛이 단두대의 날이었다가 천국의 문이었다가 소금기로 남는 두 평은 사라지기 좋은 곳, 죽기 좋은 곳 다시, 침을 모았다 물수제비를 했다 불판의 조개들은 알았다 퉤, 하고 혀를 잘라본 사람들만 그게 비명이란 걸 알았다 소라야, 집에선 옷을 벗어줘 그렇게 꼭 붙들고 있으면 훔치고 싶어져 껍질을 찢으면 퉤, 하고 일어나는 착상들 퉤, 하고 그림자를 찢으면 다시 퉤, 하고 나를 토해내는 거울의 멀미 나는 이렇게 조용히, 조
특집
연세춘추
2017.12.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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