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 속 균형 잃은 언론, 중심 잡을 수 있을까

 

▶▶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국가별 뉴스 신뢰도. 조사대상 36개국 중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료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뉴스 신뢰도는 2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조사 대상 36개국 중 36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전 검열 제도가 존재하는 말레이시아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렇듯 언론에 대한 불신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다. ‘기레기’로 대변되는 언론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신문은 1800호 발행을 맞아 한국 언론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현직 기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조회 수와 맞바꾼 보도윤리

 

먼저, 높은 조회 수를 노린 선정적인 보도 행태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구도은(정외・17)씨는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하는 자극적 보도는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을 확대 재생산할 뿐 아니라 뉴스와 언론에 대한 피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더 이상 저널리즘이 아니라 조회 수”라고 진단했다. 개별 언론사 내부적으로 조회 수가 높은 기사를 더 우대하는 풍토가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권 활동가는 “최근 고(故) 김주혁씨의 사망 사고 보도는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며 “고인의 열애 사실, 사고 영상 등을 이용해 기사를 ‘판매’하기에 바빴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선정적 보도가 극단으로 치닫자 같은 언론계 내에서도 종종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5년 12월, 「오마이뉴스」 사회부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한 기사에서 「뉴데일리」의 선정적 기사를 ‘기레기 어워드’ 후보 보도로 꼽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우 고(故) 강두리씨의 부고를 전하며 고인의 생전 비키니 사진을 첨부한 기사였다.

독자 유입에만 집중한 언론은 성범죄 보도 등 취재원 보호가 최우선인 기사에서조차 기본적 보도 윤리를 어겼다. 한 온라인 매체는 영화배우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며 피해자로 지목된 배우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기사 내에 그대로 두어 논란이 됐다. 경운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민정식 교수는 “명문화된 규정을 통해 선정적 보도를 규제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람직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업윤리, 언론의 자기 통제가 실패한 상황에서는 독자들이 선정적 보도를 외면하는 ‘시장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뷰징 보도의 홍수 속, 취재는 어디에? 

 

보도 내용뿐 아니라 보도 양상 자체가 일종의 경주로 전락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조회 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어뷰징* 기사’의 범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미디어오늘」의 2015년 보도에 따르면, 당해 3월 23일 하루 동안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송고된 연예인 수지의 열애설 기사는 1천 840건에 달했다.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는 기사를 제목만 다르게 보도해 독자 유입을 유도한 것이다. 영남일보 이연정 기자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지면발행수익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성 제고에 역량을 쏟는데, 어뷰징 기사로 광고수익을 올리려는 것도 그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권 활동가는 “지금의 언론사는 그런 식의 기사 작성을 독려하는 분위기”라며 “하루에 몇 개 이상 기사를 쓰는 게 의무인 언론사도 있어 구조적으로 어뷰징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 취재 없이 타 언론사의 보도를 확대 재생산 하는 ‘중계 저널리즘’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서울대학교 이서영(국사・16)씨는 “직업윤리를 떠나 직접 취재가 없는 기사는 그 자체의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사가 제시하는 관점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이필재 초빙교수(사과대・실전취재보도)는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속보 경쟁도 심화됐다”며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격무를 방임하거나 요구하는 언론사 구조가 중계 저널리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언론이 정론직필의 본령을 잃고 소모적 경쟁에 매몰된 것이 근본적인 불신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똑똑해진 독자, 위기를 기회로?
 

준 전문가적 지식을 갖춘 일반인이 증가한 현상을 언론에 대한 불신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매체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독자의 정보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자, 이전과 같은 수준의 보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기자는 “아무리 사전에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준비하더라도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덕후’를 따라가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CBS 권소영 기자는 “기자가 향유해온 정보 접근 특권이 흔들리고 있다”며 “각자의 관심분야에선 전문가에 가까운 독자들에게 직업기자의 기사가 성에 차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자 수준의 상승이 반드시 위험 요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오히려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기자의 본령을 지키면서도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 기자는 “결국 기자의 목표는 비판을 덜 받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KBS 오아영 기자는 “기자는 쉼 없이 배워야 하는 사람”이라며 기사를 더 면밀히 살피고 검증해줄 수 있는 독자의 존재를 오히려 반겼다.

전문기자 제도의 대두 역시 수준 높은 독자 환경을 새로운 수요로 승화하려는 언론의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권 기자는 “기존 역할에 더해 이젠 기자도 전문 분야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라며 “앞으론 전문가의 말을 빌려 기사를 쓰는 고전적 기자뿐 아니라 스스로가 전문가인 새로운 기자 역시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 교수는 “기자들이 깊이 있는 기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자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전문적 지식보다도 맥락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직업인 출신 전문기자라도 총체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뷰징: 언론사가 기사를 중복, 반복해서 업로드하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의도적으로 클릭 수를 늘리는 것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자료사진  셔터스톡 제공>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