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을 만나다

지난 8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는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가 울려 퍼졌다. 「좋다」, 「들었다 놨다」 등의 곡을 통해 인기를 얻었던 데이브레이크는 이 공연을 계기로 ‘청와대 밴드’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지난 9일, 우리신문사는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신학·94)씨를 만났다.

 

 

연세대학교 ‘소나기과’ 이원석

 

이제는 대학 시절의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는 이씨는 우리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수험생 시절 홍익대 무역학과와 우리대학교 신학과 사이에서 고민했던 이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우리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생활 초반 이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중앙도서관에서 음악이 아닌 신학 공부에 매진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의 중앙 밴드동아리 ‘소나기’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그의 대학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을 ‘소나기과’ 재학생이었다고 회상한 이씨는 “1994년 아카라카 ‘소나기’ 무대가 나의 데뷔무대나 다름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소나기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보통은 3학년이 돼야 아카라카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지만, 유독 1994년 3학년 선배들은 소나기에서 탈퇴하는 등 활동에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2학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선배들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같은 주 대강당에서 열린 소나기 정기 공연 티켓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소나기 회장은 그 날 “2층 열어!”라는 전설적인 멘트를 남겼다. 대강당을 꽉 메울 정도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씨 앞으로 다른 대학교의 학보에 끼워진 팬레터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당시 본인의 유명세가 서장훈 등 농구부 선수들의 인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던 이씨는 그 때를 ‘인생의 전성기’라고 추억했다.

 

“저 음악 합니다, 하나님?”

 

학부 시절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정진했던 신학 공부는 그의 삶 전반에, 그리고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신학 공부를 통해 종교적인 내용 뿐 아니라 철학, 역사적인 측면을 배우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매우 풍부해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신학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등장하는 것도 그의 이러한 종교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씨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도가 내게 힘을 줬다”고 말했다. 이씨가 지난 1995년 대학가요제에 참여하던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 이 길이 아니면 상 주지 마세요’라는 기도에 하나님은 은상으로 응답했다. 대학가요제 수상 이후 이씨는 본격적으로 솔로 가수로서 음악활동을 전개했다. 졸업 이후에는 ‘브런치’라는 락 밴드에서 활동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6년 이씨는 오늘날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과 밴드 ‘데이브레이크’를 결성했다. 데이브레이크는 첫 앨범 『Urban Life Style』을 내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10년차가 된 현재는 ‘청와대 밴드’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10년 전의 데이브레이크는 지금과는 달랐다. 이씨는 “대학 시절의 인기를 생각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리라는 마음으로 당차게 데뷔했지만, 사회는 냉철했다"며 데뷔 당시를 묘사했다. 단순한 작곡 스킬, 지금에 비하면 촌스러운 외모, ‘소나기’ 시절보다도 적었던 인기…. 이씨는 자신의 데뷔 당시를‘암흑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원석의 ‘음악’

 

‘암흑의 시기’를 거쳐 데뷔 2년차가 된 지난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데이브레이크는 다음 해 발매한 앨범에서 「좋다」, 「들었다놨다」 등의 노래를 통해 인기 밴드의 반열에 올랐다. 인기 밴드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씨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브레이크의 노래는 주로 밝고 경쾌한 음악들이지만, 정규앨범에서는 훨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볼 수 있다. 그런 이씨가 사람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머리가 자란다」라는 곡이다. 이 노래에는 「꽃길만 걷게 해줄게」 등 이씨의 노래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반복되는 후렴구가 없다. 5절로 구성된 이 곡은 ‘보컬 이원석’이 잔잔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진행된다.

데이브레이크는 라이브공연을 중점으로 음악활동을 한다. 밴드에게 라이브공연은 뮤지션과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다. 이씨는 “관객들이 즐길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가 음악을 만들 때 가지는 고민이다. 이씨는 “일상의 모든 부분이 음악의 소재가 될 수 있어 항상 긴장하고 생활하는 편”이라며 곡을 만드는 길을 설명했다.

데이브레이크 음악에 쏟아진 관심은 다른 인디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었다. 다양한 음악이 조명을 받을수록 주류에서 벗어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음악을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는 “최근 ‘오왠’과 ‘멜로망스’ 등 비주류 음악을 하던 가수들이 조명 받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리 잡게 된 데이브레이크. 이씨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본인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해주고 싶어 ‘테이블사운드‘라는 이름의 레이블을 만들었다. 테이블사운드에는 최낙타, 박준하, 오늘의라디오가 속해 있다. 이씨는 “인디음악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홍대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사람들이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씨는 “특정한 목표를 생각했다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지금의 데이브레이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을 생각하기 전에 순간을 충실히 채우는 그의 습관은 오늘날의 데이브레이크와 이원석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붙이는 수식어에 관계없이 그 원형을 유지하며 앞으로도 흐름을 유지하고 싶다는 이씨. 그가 또 어떤 길을 걷게 될지를 주목해보자.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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