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당선작]

해 감

황윤상(경제/국문·12)

 

침을 뱉었다

파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노크는 하지 않았다

예감은 온몸으로 스미는 것

머리부터 들이미는 밀물 같은 것

반짝, 볼가에 스치는 빛이 단두대의 날이었다가 천국의 문이었다가 소금기로 남는 두 평은 사라지기 좋은 곳, 죽기 좋은 곳

 

다시, 침을 모았다 물수제비를 했다 불판의 조개들은 알았다 퉤, 하고 혀를 잘라본 사람들만 그게 비명이란 걸 알았다 소라야, 집에선 옷을 벗어줘 그렇게 꼭 붙들고 있으면 훔치고 싶어져 껍질을 찢으면 퉤, 하고 일어나는 착상들 퉤, 하고 그림자를 찢으면 다시 퉤, 하고 나를 토해내는 거울의 멀미

 

나는 이렇게 조용히, 조용히 태어나는구나

 

문은 잠그지 않았다

변기들이 서로의 심장을 물어뜯거나

놓지 마 놓지 마 애원하는 혀를 자르거나

네가 토하는 천국과 내가 삼키는 천국이 같아지는 동안

 

침을 뱉었다

무지개가 생겼다

여기, 목 잘린 바다가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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