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삼색(三人三色) 예비 언론인 이야기

▶▶ 한겨레언론학교 ‘한터’ 온라인 사이트 (http://media.hanter21.co.kr/jsp/hanter/index.jsp)의 모습이다. 사이트의 수많은 강좌는 언론직의 높은 인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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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 방송사의 신입 PD 공채 경쟁률이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최근 취업 시장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언론직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신문사는 언론인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온 3명의 연세인을 만나봤다. MBN 신입 PD 황윤상(25), 채널A 신입 기자 송영찬(26), 우리대학교 춘추화백실 실장 김여솔(언홍영·13)씨다. 

 

Q. 합격 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나?
황: 며칠 전, 자고 있다가 합격 연락을 받았다. 생각보다 빨리 결과가 나와서 놀랐다. 며칠 동안 평생 받을 축하를 몰아 받다 보니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월급통장을 만든 뒤부터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송: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격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다. 막상 최종 합격을 하니 갑자기 사회에 내던져진 기분이 들어 막막하기도 했다.

 

언론인을 말하는 이유

 

Q. 언론인을 지망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
김: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그 창작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곤 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교내 영상제작기관인 ‘연세영상제작센터’에서의 활동이었다. 그곳에서 2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제작했고, PD가 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송: 작은 사안을 통해서라도 꾸준히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기자가 아닐까 한다. 가장 큰 직접적 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였다. 세상을 바꾸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황: 어머니께서 내가 고등학교 때 복지관을 운영하셨는데 그곳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들을 위로하고 웃게 만드는 건 PMP에 담겨 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그 날, ‘세상을 위로하는 PD’가 되기로 결심했다.

 

Q. 언론인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김: 시대의 요구를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PD라고 생각한다. 창의적, 창조적 활동의 최전방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송: 현장을 뛰어다닐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황: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불가능해 보이는 해적왕의 꿈을 꾸며 조금씩 그 꿈을 실현해 나간다. PD는 루피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더 나아가 그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직업이다. 5년 뒤, 10년 뒤에 내가 만든 결과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고진감래: 고시 끝에 낙이 온다

 

Q. 언론고시*를 어떻게 준비해왔나?
김: 현재 춘추화백실 실원들과 논술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또 다른 스터디에서는 작문을 공부하고 있다. 논술의 경우 주제를 정하고 각자 논제를 정리해오면, 이를 바탕으로 간략하게 생각을 공유한 뒤 개요를 짜 글을 쓴다. 퇴고는 보통 2차례 정도 진행한다. 작문 스터디는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다. 즉석에서 주제를 정하고 글을 완성한다. 

송: 나도 꾸준히 논술 작문 스터디를 했다. 지난 봄에는 매일 아침 신문을 같이 읽는 스터디도 했다. 

황: 평범하게 언론고시 카페에서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는데, 처음 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해선 한겨레언론학교 같은 곳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PD라는 직군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또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인지 현직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직자들이 말하는 PD는 화면에 비친 화려함보다 그 이면의 사명감이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Q. 피부에 와 닿은 언론고시는 어땠나?
황: 막막함과의 싸움이었다. 탈락 소식을 한 번 들을 때마다 ‘내년에도 언론고시생이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함께 진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PD가 됐다!’는 기쁨보다는 기약 없는 싸움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송: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오랜 시간 언론고시를 준비하진 않았다. 사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고시’라고 부르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공부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기회가 적다 보니 준비 기간이 길어지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시험을 준비하듯 하루 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보다 신문과 방송을 폭넓게 접하고 친구들과 시사적인 토론을 하면서 사회적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는 연습이 훨씬 값질 거라고 생각한다.

 

Q.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힘들거나 다른 직종에 흔들렸던 경험은 없었나?
김: 공채가 워낙 드물다 보니 힘이 든다. 아직 다른 직종에 흔들린 적은 없지만, 언론고시를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기에 매일이 불안하다. 

황: 한 때 카피라이터를 꿈꾼 적이 있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으며 카피라이터 출신 저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반했다. 그래서 나간 광고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5초의 유튜브 광고도 버티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모두가 지나가길 원하는 5초보다는 모두가 시작하길 기다리는 1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Q. 언론고시 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알려달라.
송: 논술 작문 스터디에 치중한 나머지 상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상식은 막상 닥쳐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상식 공부를 틈틈이 해 놓는 게 필기평가를 통과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 PD 직군은 작문과 기획안이 중요하다. 특히 작문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내 작문의 기준은 ‘참신함’이었다. 수많은 PD 작문들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서였다.
올해 tvN 문제를 예로 들고 싶다. 작문 주제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중 하나를 없애라”였다. 참신함이 요구되는 주제였기에 남들이 안 쓰는 걸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공지능과의 세계전쟁으로 기술수준이 2017년으로 돌아간 2137년의 ‘NEO조선’을 가정하고, ‘NEO조선’의 신하로 ‘스마트폰 3불가론’을 주창하는 내용을 썼다. 조금 위험한 시도였지만, 얼마 전 필기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예비 언론인, 내일을 말하다

 

Q. 미래의 언론인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점이 무엇인가?
송: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수습 기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가 제일 걱정된다.
김: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언론인의 노동 강도는 악명 높기 때문이다.

황: 일을 하다 보면 분명히 ‘시청률’과 ‘진정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진 신입의 패기로움으로 둘 다 잡을 수 있는 PD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언론이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언론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언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기사 하나, 방송 보도 하나, 프로그램 하나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그렇기에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한다’는 말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 좋은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언론이 다시 자기 자리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송: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4·19혁명, 6월 항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언론은 큰 역할을 해왔다. 물론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들이 오가며 언론의 역할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들이 직접 갈 수 없는 곳에서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언론인으로서 가장 자신 있는 점은 무엇인가?
황: ‘내가 걸어온 길’이다. 경제학과로 입학해서 경제학과 관련 없는 모든 일들을 해봤다고 생각한다. 시도 썼고, 사진도 찍었고, 시나리오도 써봤다. 이 모든 경험들이 앞으로 새내기 PD로서의 강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송: 어린 나이, 그리고 거기서 오는 패기라고 생각한다.

김: 어떤 문제나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자신이 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았고 풍부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창작의 시발점이자 자양분이 된다. 

 

Q.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김: 최대한 빨리 취업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취업이라는 현실이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건강하다’는 말을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 참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인’ 같은 거창한 목표도 좋지만, 사회의 작은 부분이라도 조금씩 꾸준히 바꿔 나갈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황: 처음 PD를 결심할 때부터, 합격 소식을 받은 지금까지 ‘세상을 위로하는 PD’가 되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 그 목표를 실현하고 싶다. 그리고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론고시: 대학가에서, 언론사 입사 시험을 고시에 빗대 이르는 말. 언론인 희망자가 많아 입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온 말이다.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자료 사진 한겨레언론학교 ‘한터’ 온라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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