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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현민은 키를 받아 들었다. 방은 15220호였다. 현민은 금으로 된 계단 중앙에 있는 금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15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노인이 잡았던 팔목을 문질렀다. 꽤나 아팠던 모양이다. 빨갛게 자국이 남아 있었다. 152층에 도착한 현민은 15220호로 빨리 걸어가 방문을 열고는 침대에 짐을 던져 버리고 침대에 미끄러지듯 누워버렸다.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은 현민의 눈을 타고 흘러내리면서도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묘한 웃음이었다.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울음도 섞인 웃음이었다. 격하게 웃다가 점점 숨을 안정적으로 쉬기 시작하였다. 긴장이 풀리자 이상한 냄새가 났다. 13일 동안 씻지를 못해서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현민의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현민은 재빨리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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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2011.10.0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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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남긴 벽화나 문자를 보면 아이들의 마음은 세모로, 어른들의 마음은 동그라미로 나타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잘못을 하면 세모 모양인 마음이 회전하면서 가슴을 콕콕 찔러 아픔을 느끼고 반성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마음의 모서리가 닳아 동그랗게 되어 잘못된 일을 해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양심’이라고 부르는데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눈이 그 옛날에도 정확했던 모양인지 우리 사회에서도 양심은 나이를 먹을수록 대접을 못 받는다. 언제부터인지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재미나는 전래동화들은 손에서 멀어져 가고 누군가가 사람들의 면전에서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은 손해 보는 것 모르냐며 조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순진한 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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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Stella
2011.10.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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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개가 지나가자 아이들이 ‘파트라슈다!’ 하고 외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 쯤 동화책이나 만화영화로 접해 봤을 법한 ‘플란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가 예나 지금이나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네로와 파트라슈가 보여주는 우정이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인 듯하다. 현대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보편화되어 인간과 동물이 한 가족과도 같은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명이 생명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화를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러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애정과 교감이 인간에게 큰 선물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나의 애완동물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여기에는 동물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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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Stella
2011.10.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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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나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분명 이방은 시끄럽던 방이었다. 현민은 한발 물러서 다시 한 번 문을 확인 하였고, 아까 보았던 노인의 방 앞 풍경화까지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현민은 얼른 주변을 둘러보며 보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현민은 얼른 노인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노인의 방 안은 자신이 있던 방과 정확히 일치 하는 황토색의 정육면체 상자 안이었다. 노인은 힘이 풀린 눈동자로 겨우 현민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노인의 팔에는 기다란 주사 바늘이 끼워져 있었다. 주사바늘 끝에는 진정제라고 쓰여 있는 팩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친환경’이라고 쓰여 있었다.) 현민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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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2011.10.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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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그후 작은 불씨가 갑자기 큰 불이 돼 활활 타오르듯 몇 달간 반값등록금이라는 이슈로 나라가 뜨거웠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높은 등록금에 대한 대안을 하나둘 꺼내보였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정당, 대학,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가 모여 등록금인하 방안에 대해 고민했고,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를 쏟아냄으로써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반값등록금이 우리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지난 6월 끓는 냄비 같았던 반값등록금에 대한 열기는 점점 식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차갑게 멀어져갔다. 또한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대학생들 사이에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세력들이 끼어들어 ‘정치쇼’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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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2011.10.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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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 내 취미는 축구하기, 노래부르기, 그리고... 산책하기야.’ 거뭇하고 점잖지 못하게 생긴 얼굴 때문인지 까불까불 장난끼 많고 쾌활한 모습 때문인지, 내가 산책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모두들 ‘농담이겠지’하고 웃어넘긴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그런 자랑거리도 아닐뿐더러 산책의 진정한 묘미는 혼자서 거리를 걷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산책이 가져다주는 고독하지만 즐거운 사색의 시간을 좋아한다. 알록달록 가지각색으로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점점 더 서슬이 퍼래져가는 차가운 바람에 하나 둘 떨어지는 그런 날. 시간은 초저녁의 어스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마치 엘라스틴을 한 듯 윤기 있는 머릿결을 흩날리는 한 여성이 걸어간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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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2011.10.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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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공감을 했다.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진정한 꿈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였는데 어느덧 3학년에 들어서 친구들과의 대화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게 된 요즘의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했다. 영화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은 인도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한 공대를 배경으로 한다. 성적과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자살을 택한 학생의 주검을 두고도 총장은 무조건적인 공부와 취업만을 강조한다. 이 가운데 이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란초, 그를 통해 그 동안의 삶을 버리고 원하던 사진작가의 길을 택한 파르한, 소신을 지킨 대답으로 원하는 직장을 얻은 라주, 이들의 재회는 나와 나의 친구들이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던지던 질문에 해답을 주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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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Stella
2011.09.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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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Love 사랑은 당신을 위해서 앉은뱅이가 되어도 행복한 것 나의 꿈을 모두 버리고 이렇게 추하게 변한 나는 모두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의 증거 사랑은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 바보가 되어가는 것 만약 사랑이 나에게 배신을 주어도 당신만 내 곁에 있다면 모든 것은 행복 그 자체 당신은 그러한 나를 잊지 않고 꽃 한송이 나의 무덤에 바칩니다. 사랑은 그래서 슬프지만 그래서 그립고 그래서 당신은 나의 천사 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나의 단 하나의 목숨을 희생하게 만든 아름다운 꽃. 사랑은 영원히 나를 잊고 당신만을 생각하는 것 나를 잊고 오직 당신만을 생각해도 내가 바로 당신 그 자체이기에 온전하게 내가 되는 당신과 나의 아름다운 하나의 천사 당신은 나의 영원한 여왕 서상훈 yondo@yonse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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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훈
2011.09.27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