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gkey”라는 철학과 고뇌를 담은 필명을 걸고 시작한 연재이건만, 글을 본 지인들은 이런 거 쓰면 남자친구 안 생긴다는 말뿐이다.(참고로 윙키는 미녀다. 진.심.) 병맛은 제발 접어두라는 거다. 그러나 추천 웹툰을 본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재밌다.


그렇다. 서양의 철학 학파인 아타락시아가 그러하듯, 난 쾌락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 병맛은 파격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하나의 장르임을 인정하시라. 무엇보다 파격이라는 측면에서 병맛의 진가가 도드라진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파격미의 으뜸주자, 이말년의 ‘이말년 씨리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 이말년은 본명 이병건으로, 정말 잘생겼다. 이렇게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어찌 저렇게 눈 흰자가 늘 뒤집어진 캐릭터를 그려내는지, 그것은 의문이다. 83년 생이니 아주, 아~주 학교를 사랑해서 떠나질 못하는 미련 많은 연돌이 세순이 중에서 친구 뻘 되는 사람도 있겠다. 만화만 보면 꼭 호머 심슨 처럼 생긴, 40대의 뚱뚱한 꼴초 만화가가 그렸을 법한 내용과 그림이다. 좋게 말하면 삶을 보는데 연륜이 묻어난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 연재한 ‘잠 은행’편이 그랬다. 아, 필자도 잠이 무지하게 모자라다. 양도 모자라고 질도 모자라다. 일단 일 때문에 수면 시간자체가 확보가 안될 뿐만 아니라 일 생각에 마음을 졸이고 항상 긴장상태로 잠자리에 들어 맛있는 잠을 잔 적이 먼 옛날 일 같다. ‘잠 은행’편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수면에 대해 다룬다. 역시 그는 코믹 웹툰 작가이기에 설명과 설득으로 잠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잠 은행’이라는 장치를 하나 가져온다. 작가는 약간의 판타지적인 장치를 하나씩 불러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코믹스럽게 풀어가면서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의 다른 코믹 장치는 바로 ‘쓸모없는 캐릭터’에 있다. 뭐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행인, 구경꾼, 난동꾼 등이 꼭 등장해서 중간에 자잘한 병맛웃음을 준다. 그런데 티끌 모아 태산이고 가랑비에 홍수난다고 이런 자잘한 캐릭터가 서로 연결되어 이말년 특유의 웃음 포인트가 형성이 된다. 그 덕에 다소 억지스러운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주제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그의 그림체다. 처음에는 그림 이거 뭐야 싶어서 꺼림칙하기까지 했는데, 정말 손이 아닌 다른 신체로 그린 듯한 그의 희한한 그림체는 따라 하려 해도 따라 할 수가 없다. 이말년은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참 이상하게 생긴 캐릭터는 혐오스럽지는 않게, 그리고 절대 따라 그릴 수 도 없게 생겼다. 슈퍼스타K 윤종신 심사위원의 말을 빌린다. ‘희소가치가 있다’


시간이 난다면 이말년의 블로그에 방문해 보라. 블로그에 크게 볼게 있는 건 아니지만, 꽤나 혁신적인 그의 그림체에 적응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그의 수요씨리즈는 현재 포털사이트 naver에 연재되고 있다.

이말년 블로그 http://blog.naver.com/zilioner

윙키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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