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를 부추기는 프랜차이즈

 

▲ 신촌에 자리잡은 스타벅스 매장의 위치, 현재 공사중인 새로운 매장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6개나 되는 매장이 존재한다.

 소원을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촌에 스타벅스가 7개 모였기 때문이다. 빨간 별이 그려진 공 7개를 모아도 용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7개나 모였으니 더한 일이 생길 게 분명하다. 그것도 신촌에 말이다.
“신촌은 뭔가 부족해”라고 UV는 노래했지만 신촌에 부족한 게 적어도 프랜차이즈는 아닌 게 분명하다. 굳이 스타벅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고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신촌에 즐비하다. 신촌의 범위를 억지로 넓게 잡지 않아도, 그러니까 신촌 기차역과 신촌 지하철역을 양끝으로 하는 사각형 범위만으로 한정해도 ‘신촌에 프랜차이즈가 적다’고 누가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변해버린 신촌

신촌이 본디 프랜차이즈의 성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촌=술과 모텔’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에 극단 ‘민예’가 자리를 잡으면서 신촌에 연극 무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 물결을 타고 80년대 중반에는 신촌 연극이 활기를 띠기도 했다. 대학교가 밀집돼 있는 곳인 만큼 실험정신이 담긴 연극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지만 한때 신촌은 라이브 클럽의 메카이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가수다」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인순이’ 역시 신촌 라이브 클럽에서 인정받으며 가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신촌에는 술집만이 즐비하다. 신촌이 거대한 상권으로 성장하면서 상업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비교적 돈이 되지 않는 산업인 연극이나 라이브 클럽은 점차 술집과 카페, 음식점, 그리고 모텔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선봉대장은 프랜차이즈

상업화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프랜차이즈였다. 신촌 지하철역에서 우리대 학교 앞 굴다리를 잇는 ‘연세로’와, 신촌 전철역에서 현대백화점을 잇는 ‘명물거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앞서 농담삼아 이야기했던 7개의 스타벅스 외에도 신촌에는 4개의 카페베네, 3개의 커피빈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즐비하다. 비단 커피전문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준오헤어, 이철헤어커커 같은 미용실과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를 비롯한 패스트 푸드, 부대찌개 가게와 샤브샤브 가게까지도 모두 프랜차이즈다.  

▲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친 맥도날드 신촌점, 한국 맥도날드의 대표이사인 '션 뉴튼'이 사장으로 돼 있다.

 신촌에 프랜차이즈가 이다지 많이 자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돈’때문이다. 신촌 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최문영(40)씨는 “강북 최대 상권으로 신촌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4개 대학이 인접해 있는 환경 이외에도, 종로와 여의도에서 가까운 지역 특성 으로 인해 신촌에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신촌의 상권과 막대한 유동 인구를 노리고 점포를 연다. 소위 ‘안테나 매장’이라고 불리는 이런 매장은 홍보 목적으로,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신촌에 위치한 맥도날드의 경우 영수증에 사장 이름이 ‘션 뉴튼’라는 외국인 이름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맥도날드가 직영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인중개사 최씨는 “신촌의 임대료와 권리금 등이 다른 상권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프랜차이즈 직영점이 많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개인이 프랜차이즈 계약을 따 내 운영하는 형태로는 부담하기 어려운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신촌이 대학가만은 아닌 것이 현실

보통 생각하는 ‘대학가’는 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되고, 또 해당 상권에서 대학이 중요한 소비자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신촌에서는 대학생 이외에도 상권의 소비자가 상당하고, 그 가운데 다수가 외부에서 유입된다. 업체와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신촌의 한 매장 사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객 가운데 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차지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공인중개사 최씨 역시 “여의도와 시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신촌 상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볼 때, 신촌을 단순히 대학가라고 상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국내의, 최소한 서울의 대학가들이 급속도로 상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울대입구역 주변의 상권과 고려대 참살이길 인근의 상권처럼 많은 대학의 상권들이 상업화되고 있고, 그 선봉에는 프랜차이즈가 있다. 이들 대학가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신촌 역시 이러한 조류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 대학가 상업화 현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상권은 대학가의 압축적인 상업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로변에 즐비한 풍경과 함께 조금만 더 골목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낙후된 풍경은 대조를 이룬다. 서울대 김영태(간호·10)씨는 “다른 곳이 딱히 없어 매번 프랜차이즈 업체만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두 번에 걸친 상권 이동을 경험했다. 80년대에는 고려대 인문캠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제기동 막걸리촌이 주 상권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제기동 주변에 하숙을 하며 그 곳 주민들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삼삼오오 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공캠 쪽에 위치한 ‘참살이길’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기존의 상권은 소외됐다. 2000년대에 이르러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하나하나 들어서면서 참살이길의 상권도 그들이 주도하게 됐다. 이제 고려대 주변에서 커피빈이나 베스킨라빈스, 새마을식당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랜차이즈의 횡포

대학가에서 프랜차이즈 업체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영세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마치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 수퍼마켓) 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면서 개별 영세 사업자들의 생활권이 침해받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바로 신촌에서도 얼마 전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  

▲ 명물거리에 위치한 초이스타코, 길 맞은 편에 유명 프랜차이즈 '타코벨'이 입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명물거리에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타코벨’이 문을 열었다. 타코벨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시작했다. 그리고 타코벨 맞은편에는 5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초이스 타코’가 있었다. 초이스 타코는 우리대학교 최우진 동문(생명공학·77)이 2004년 노점으로 시작한 가게다. 당시 멕시코 음식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인지를 쌓으며 신촌을 지켜왔다. 그러던 중 타코벨이 바로 앞에 자리 잡으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최 동문은 “상권을 다 확보하고 나니 타코벨이 들어왔다”면서 “이로 인해 20~30%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도 최고가를 달리는 타코벨의 유명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대형 자본의 손길에 영세 상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신촌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신촌의 일면 기대해

대학가의 상업화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랜차이즈가 있다. 신촌 역시 마찬가지다. 신촌이 갖는 지리적,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신촌을 완전히 대학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촌에서 대학이라는 변수를 빼고 생각하는 것은 부당하다. ‘소비’만으로 정의되는 신촌이 아닌, 대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신촌의 일면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박정현 기자 jet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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