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우려도 큰 입학금·수시 전형료 인하정책

지난 8일, 교육부의 입학금 폐지 방침에 전면적 반대를 표했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아래 사총협)가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미 197개 대학이 대입전형료 인하에 동참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학개혁 드라이브에 또 하나의 호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대학비용 인하 정책이 오는 2018년 시행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맞물려 낳을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대학비용, 정부가 나섰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 중 두드러지는 부분은 대학비용 부담의 완화다. 특히 대입전형료와 입학금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2일 발표한 「2018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료 인하 시행계획」을 통해 전국 202개 4년제 대학 중 197개교가 자발적인 대입전형료 인하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에 마감된 2018학년도 수시 모집부터 평균 15% 가량 인하된 전형료가 적용됐다.

비슷한 수시 전형이라도 학교에 따라 대입전형료의 액수 편차가 지나치게 크고 응시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학별 전형료의 지나친 금액 차이를 지적했다. 성균관대학교의 글로벌인재 전형료는 6만 원 가량인 반면, 그와 유사한 우리대학교의 특기자 전형료는 그 두 배가 넘는 14만 5천 원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문제를 제기했다. ‘최대 6회 지원 가능한 현 수시제도에서 개별 수험생이 많게는 5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3학년생과 재수생 자녀를 둔 심인순(49)씨는 “두 자녀의 전형료로 9월 한 달에만 100여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며 “전형료 인하 소식이 반갑다”고 말했다.

입학금 폐지 또한 새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이다. 지난 8월,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오는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 8일 사총협은 입학금 폐지에 따른 손실을 보전한다는 조건하에 단계적 폐지에 동의했다. 이에 교육부는 주요 사립대 기획처장이 포함된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 논란이 돼온 입학금은 현재 명확한 법적 산정기준이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등록금에 포함돼 관리되고 있으며 별도의 사용내역을 명기할 필요도 없다. 이에 학생사회와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입학금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6년 9월에는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가 결성돼 복수의 대학을 상대로 입학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며,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도 현행 입학금 제도의 정당성 결여를 비판했다.
 


비용 인하, 자칫 잘못하면 부메랑
 

▲대학 경영난 ▲교육의 질 저하를 이유로 들어 정부의 대학비용 인하 방침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법인전입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학생납입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던 사립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학교육연구소(아래 대교연)가 지난 6월 발행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의 수입총액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은 지난 2015년 기준 평균 4.4%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같은 해 수입총액에서 입학금을 포함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 54.7%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 조사 대상 153개교 중 68개교가 채 1%도 되지 않는 법인전입금 비율을 기록했다.

매년 전국의 대학이 벌어들이는 대입전형료 수입은 1천500억 원 이상이며, 입학금이 전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립대 기준 10%에 육박한다. 일련의 대학비용 인하 정책이 재정난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이유다. 우리대학교 기획실장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는 “7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학금까지 폐지된다면 당장 60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798호 1면 ‘우리대학교 순 부채 1천584억, 전국 사립대 중 1위’>

또 많은 이들은 대학비용 인하로 인한 대학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경영상의 문제 뿐 아니라 자칫하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교육의 질 저하를 이유로 학교 측의 무상 등록금 정책에 반대한 바 있다. 앞서 2012년에 등록금을 인하한 뒤, 대형 강의 수가 증가하고 학교시설 개선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 타개책 없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생들의 교육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호주머니에 의존하는 재정구조가 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학비용 인하를 이유로 내세워 교육의 질을 낮추는 학교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액 인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대학비용의 투명화라고 지적한다. 중앙대 김은지(영어교육・15)씨는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그 금액이 적지 않다는 것이 입학금 논란의 핵심”이라며 “투명성이 확보돼야 입학금 부과의 정당성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지대 최희지(간호・15)씨는 “입학금이나 전형료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언제까지나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전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 역시 “정부는 금액적 인하보다도 투명성 제고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권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어떤 대학도 자발적으로 비용을 인하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지침은 투명성 제고가 아니라 비용 인하였고, 그에 따르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 연구원은 “둘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우선과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재정 투명화와 금액 인하는 긴밀하게 맞닿아있다”며 “대학이 직접교육비보다 확장사업에 치중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재정의 투명화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자율성 위협할 수 있단 지적도
 

대학 재정 공백론이 대두함에 따라 당장 재정 확충이 필요한 대학가가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오는 2018년 시행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맞물려 대학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8월 25일, 정부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방향 보완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조개혁평가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아래 대교협)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은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전면 반대했다. 민교협은 ‘대학 자율성을 죽이는 대학평가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의 획일화된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대학교육의 다양성과 질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법률적 근간인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아직 정식으로 통과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사실도 문제다. 대교협 부설 한국대학평가원 평가기획팀 전현정 팀장은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학들이 따른 이유는 결국 재정지원사업 때문”이라며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무작정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학재정과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방침은 절대적인 지원 총액 자체만 늘릴 뿐 아니라 일반재정지원** 위주로 사업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말해 지난 정부의 정책과 선을 그었다. 또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지역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평가 권역을 세분화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이 자율적 대학운영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구조개혁평가와 정부재정지원사업이 대학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며 “재정 지원을 따내는 과정에서 대학교육의 순수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최씨는 “학교가 재정지원사업을 위해 학사제도상 불필요해 보이는 강좌임에도 마구잡이로 신설했다”며 “정부 정책이 교육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친 결과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입학금이나 대입 전형료 문제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학생납입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 재정구조를 개선하려는 개별 대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가가 경험할 재정공백에 대한 보전, 법제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 중장기적 안목 없이 대학을 서열화한 전 정부의 제도를 답습하고 새 교육의 청사진 없이 단기 규제책에만 힘을 싣는다면, 대학가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학구조개혁평가: 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입학자원 급감 대비를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된 평가방식. 하위 등급으로 분류된 학교는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제한 등 단계적 불이익을 받는다.
**일반재정지원: 목적성 재정지원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특정한 목적이나 기준에 대한 유인성 재정지원이 아닌 일반적 재정지원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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