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이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을 공약한 데 이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9개 권역 거점 국립대(아래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이 포함되며 ‘거점 국립대 통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거점 국립대 학생들은 물론 여타 대학 학생들까지 설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대학 구조 개혁 공약 중 대학가를 가장 달구고 있는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조명해봤다.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란?

 

현재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내에서 ‘고등 교육의 질 제고’를 목표로 ‘지자체와의 연계 강화를 통한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그 기대효과에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잠재적인 성장 동력 확충이 있다.
이 과제와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함께 점쳐지는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아래 통합 네트워크) 또한 고등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방안이다. 9개 권역 거점 국립대인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학생 공동 선발 ▲공동 학사 운영 ▲공동 학위 체제 등의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공동 선발의 경우, 입학 전형이나 평가 양식을 일원화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대입 지원 체제 자체를 통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공동 학사 및 학위 체제 하에서 학생들은 9개 거점 국립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강의를 듣고, 졸업도 희망하는 대학에서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각 거점 국립대 내의 우수한 취업 프로그램을 상호 연계해 새로운 취업 프로그램 플랫폼도 구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계획은 거점 국립대 간에 학생·교수·학점을 교류하고 학교 시설을 공유하는 등의 기반 조성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해당 네트워크는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통합론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는 가칭 ‘국립 한국대’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통합 네트워크, 그 빛 

 

통합 네트워크는 거점 국립대 간 협력 및 통합을 통해 ▲대학 서열화 완화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통합 네트워크가 실현될 경우 우선적으로 기대를 모으는 효과는 ‘대학 서열화 완화’이다. 통합된 거점 국립대를 서울 소재의 명문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양성 가능하다면, 지방 중·고등학생들이 서울권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과 입시 경쟁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국거점국립대입학본부장협의회 임달호 회장은 “다각적 측면에서 균형 잡힌 준비를 거쳐 공동 입시·학생 교환·학점 교류 등 거점 국립대 간 통합이 이뤄진다면, 통합 네트워크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라며 “이에 따라 대학 서열화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 또한 통합 네트워크의 주요한 효과로 예상된다. 통합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으로 교육 인프라와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해소된다면 ‘지방 교육-지자체-지역 산업’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취업 프로그램 플랫폼은 각 거점 국립대와 해당 지역의 특성화 산업을 연계하는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임 회장은 “지방 교육에 물적 및 인적 자원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산학 협력은 제 역할을 못 할 수밖에 없다”며 “거점 대학 내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잘 연결한다면, 이는 균형 성장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통합 네트워크의 취지 및 예상 효과에 대해 긍정하는 거점 국립대 학생들도 있다. 충남대 이효원(영어교육·16)씨는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서열화, 입학전형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며 “통합 네트워크는 변화의 시발점으로서 상징적인 의의가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여전히 짙은 그림자

 

그러나 통합 네트워크 출범을 둘러싸고 대학가에선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개 거점 국립대 구성원들은 ▲어느 대학이 컨트롤 타워를 담당할 것인지 ▲대학 간 입학 성적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난색을 표하고, 중소 국·공립대 및 지방 사립대는 ▲통합 네트워크로 인한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9개 거점 국립대 중 어느 대학이 중심을 잡아 주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경북대 상주캠(경북대-상주대 통합)과 부산대 밀양캠(부산대-밀양대 통합)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통합과정에서 특정 대학이 주도권을 확보하며 상당한 이익을 차지한 경우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국공립대본부 홍석화 차장은 “그간 우리나라는 어느 한 대학이 주도권을 잡아 일방적인 통합을 이뤄왔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상당했다”며 “통합 네트워크 역시 기존의 학교 규모에 따라 통합 과정 자체가 좌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답했다.
또한 대학 서열화로 인해 존재했던 입학 성적의 차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A씨는 “기존 거점 국립대 간에 적지 않은 입학 성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통합 이후에도 대학별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통합 체제는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중소 국·공립대 및 지방 사립대에선 상대적으로 거점 국립대 이외 대학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통합 네트워크에 대한 정부 지원의 편중을 우려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홍 차장은 “지금도 거점 국립대는 대학 재정수입 중 국고보조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대다수의 지역 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학령인구 격감마저 가속화된다면 위 대학들은 더욱 버티기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통합 네트워크의 앞날은… 

 

이렇듯 통합론을 두고 각종 논란이 일자, 아직까지 교육부에서는 통합 네트워크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정상은 사무관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는 고등 교육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교육 분야의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거점 국립대 육성 계획과는 별도로 대학 간의 통합에 관해 명확히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 회장은 “학령인구 격감으로 인해 대학들이 통·폐합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거점 대학 간의 벽을 허문다면 이후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 결정을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답했다.         

향후 통합 네트워크가 실현된다면 엄청난 변혁이 예상되는 만큼, 해당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정부와 교육 행정가에만 의존하는 일방향적 진행이 아닌,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 및 반영한 합의 과정이 요구된다.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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