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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 대학 정책 기획 연재➃] 대학사회에 부는 ‘총장직선제 바람’, 대학민주주의를 향한 새 출발?
  • 정준기 기자
  • 승인 2017.09.16 20:43
  • 호수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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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부산대에서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모식’이 개최됐다. 개최된 추모식으로부터 2년 전, 고(故) 고 교수는 총장직선제의 수호를 외치며 투신했다. 이에 추모식을 찾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학교(아래 국립대)의 총장선출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국립대학교의 간선제 폐지와 직선제 도입
 

현재 부산대를 제외한 41개의 국립대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간선제는 일반적으로 총장추천위원회가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제청한 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사립대학교(아래 사립대)의 간선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대통령이 아닌 사학재단 및 이사회가 후보자를 선정하고 최종 임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직선제는 교수와 재학생, 교직원 등 대학구성원의 직접선거로 총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간선제와 반대된다.
초창기 대학들은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에 따라 민주화 열풍이 대학사회를 관통했고,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꿨다. 그 결과 당시 최대 83개의 대학에서 직선제를 도입하며 직선제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우리대학교는 지난 1996년 총장선출방식을 다시 간선제로 변경한 후, 사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간선제를 유지 중이다.
지난 2012년부터 간선제는 다시 주류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선진화를 명목으로 총장직선제 폐지의 첫 문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 또한 국립대의 총장선출 법령을 개정하고, 대학지원사업의 기준과 조건에 총장간선제의 여부를 포함시키며 사실상 간선제를 도입했다. 명분은 총장직선제의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따라 국립대 총장들이 친(親)정부적 ‘코드’인사들로 임명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 6월 순천대의 총장추천위원회는 정순관 교수와 박진성 교수를 각각 1순위, 2순위 후보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4개월 동안 임명을 미뤘고, 10월에야 2순위 후보인 박진성 교수를 순천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1순위 후보인 정순관 교수가 정치 성향 때문에 총장임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국립대학교 총장 임용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해 법안까지 수정하며 총장임명을 강행했다. 해당 법안은 국립대의 총장선출방식을 간선제로 통일하는 내용이다. 이에 순천대 교수회 관계자는 “사유 없는 2순위 후보의 총장임명은 비정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가 총장으로 임명되는 사건이 지난 2016년 6월 경상대, 8월 충남대, 10월 경북대 등에서도 발생했다. 사립대 또한 이사회 및 사학재단과 ‘코드’가 맞는 총장만을 임명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14년 말 총장선출 과정에서 ‘종단개입’이 발생한 동국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의 김귀옥 상임공동의장은 “총장간선제 하에서는 정부 및 사학재단 이사장의 뜻으로 사실상 총장이 결정됐다”며 “이러한 친정부적이고 비민주적인 총장선출은 무소불위의 총장과 재단의 비리를 낳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아래 국교련) 관계자도 “대학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총장간선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코드인사를 통한 총장선출은 대학의 정치화를 초래할 것”이라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육부 대학정책과 정상은 관계자는 “각종 대학지원사업에서 국립대의 총장선출방식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등 간선제를 유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립대를 넘어 사립대로 부는 ‘총장직선제 바람’
 

지난 8월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통해 국립대의 총장직선제 도입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우선, 오는 2018년 2월 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제주대, 목포대, 군산대 4곳이 총장직선제를 확정했다. 총장이 공석이어서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대 등 9곳도 빠른 시일 내에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의 총장직선제 도입 흐름에 발맞춰 사립대 또한 변화의 조짐이 관측된다. 사립대 중 가장 빠르게 직선제를 도입한 곳은 이화여대이다. 지난 2016년 10월 ‘정유라 입시 비리’로 이화여대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 압박과 정유라 입시비리 혐의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기까지 했다. 이에 10월 21일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작금의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사실상 재단이 지명하는 인물이 총장으로 선출되는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며 총장직선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또한 “학생과 협의하지 않고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4자 협의회의 구성”을 주장했다. 결국 지난 5월 이화여대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또한 한신대와 군산대 등의 사립대도 총장직선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신대 총학생회장 이아론(문예창작·14)씨는 “학교 측에 총장직선제를 요구했다”며 “현재 학교, 학생, 교수, (교)직원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4자 협의회에서 총장직선제 도입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립대에 부는 ‘총장직선제 바람’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립대의 직선제 도입에 대해 김 상임공동의장은 “전체 대학의 절대다수인 사립대도 공교육으로서 공공성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사립대의 직선제 도입은 환영받을 일”이라 말했다.

 

만병통치약은 아닌 총장직선제
문제는 총장투표권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주느냐

 

모든 제도에 명암이 있듯 총장직선제도 ▲선거운동 과열 ▲교수 간 파벌 양산 ▲선심성 공약 난무 등의 어두운 면이 지적되고 있다. 총장후보자는 선거캠프를 차리고 인기 있는 교수를 영입하거나 각종 정책공약으로 동료 교수들의 표심을 겨냥한다. 그 과정에서 교수의 직무인 강의와 연구는 뒷전으로 밀린다. 총장직선제가 교수들의 파벌을 양산하고 선심성 공약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직선제로 인한 선거과열, 교수간 파벌, 선심성 공약 남발 등의 문제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 전했다. 김 상임공동의장은 “총장직선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남아 있는 문제는 총장투표권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주느냐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화여대는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며, 기존에도 총장선출에 참여 가능한 교수는 물론 재학생과 교직원 및 동문에게 총장투표권을 확대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아래 사교련)의 관계자는 “이화여대는 최초로 전 구성원의 총장선출 참여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사립대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의의를 전했다. 김 상임공동의장은 “대학의 구성원은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 교직원, 연구원 등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총장직선제가 민주적 절차라는 점에서 대학구성원 전체에게 1인 1표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화여대가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투표권을 전 구성원에게 부여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총장직선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했던 대학들이 교수를 제외한 재학생, 교직원 등에게 차등된 총장투표권을 적용해 논란된 바 있다. 이화여대는 교수 77.5%, 교직원 12%, 학생 8.5%, 동문 2%로 차등된 투표권을 부여했다. 이에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교수들의 투표 반영비율을 낮추고 학생들의 비율을 높여, 학생들을 대학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제주대도 총장투표권의 차등적용 문제로 한 차례 내홍을 겪었는데, 오는 11월 총장직선제의 도입을 확정한 제주대는 교수선거인단 대비 교직원 13% 학생 4%, 조교 2%로 차등된 투표권을 부여했다. 제주대 총학생회는 8%의 학생비율을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잇따른 총장투표권의 차등적용 문제를 두고 김 상임공동의장은 “(총장투표권의 차등적용에 대해) 구성원간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장투표권의 확대를 놓고, 반대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교수 출신의 총장후보자를 합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총장후보자의 대부분은 해당 대학 교수 출신이다. 학생은 아무리 길어도 약 4~6년이면 졸업하지만, 교수는 10년 이상 한 대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익명의 A 교수는 “대학의 목적은 학문연구와 교육을 통한 사회봉사”라며 “이러한 목적에 맞게 총장은 교수 중심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신수욱(역사문화·17)씨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생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며 “학생들이 잘 알지도 못한 채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대학사회에 총장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 볼 때, 총장선출방식은 비중 있는 화두다.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대학구성원간의 심도 있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글 정준기 기자
junchu@yonsei.ac.kr

그림 김지연  

정준기 기자  j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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