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재테크에 미쳐라
20대 공모전에 미쳐라
20대 인테크*에 미쳐라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20대 내집마련에 미쳐라
20대 펀드투자에 미쳐라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20대+미쳐라’를 검색하면 나오는 책 제목들이다. 청춘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의 이 책들은 20대에게 당장 무언가를 위해 미칠 것을 요구하며 한동안 서점가를 휩쓴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책들이 20대에게 필수였는지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왜 20대에게 미치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20대는 무언가에 미쳐야지만 그 시간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만든 ‘미쳐라’

우리 사회는 20대가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하길 요구한다. 이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20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사회적 평가가 낮아졌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20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남대 임재명(치의학·석사6학기)씨는 “예전보다 20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무언가에 미쳐서,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지 않으면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기성세대가 현 20대들이 나약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20대의 탓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가 유난히 20대에게만 ‘미칠 정도의’ 열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현 동문(경제·07)은 “모두에게 ‘미쳐라’를 말하는 사회가 나쁜 사회라는 것은 아니지만 20대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0대에게 열정을 강요해 얻은 열매가 그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특정 계층에게 열정을 강요하고 그 이익이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 열광하는 우리사회의 실태를 ‘집단주의 문화’의 한 단면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권수영 교수(신과대·상담코칭)는 ‘미쳐라’를 강요하는 현상에 대해 “한국은 조밀한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자신이 집단에 소속돼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불안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최광용(토목·07)씨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쳐라’고 하는 것 같다”며 “삶에 여유가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상업적으로 전락한 ‘미쳐라’

대부분의 20대들은 이처럼 ‘미쳐라’를 요구하는 세상에 지쳐있다. 오규석(대기과학·07)씨는 “자극적인 것이 주목받는 이 시대에 평범한 것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는 쉽지 않다”며 “자기계발서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상술이다”라고 비판했다. 난립하는 자기계발서들이 다른 책들보다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워 20대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안정되지 못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20대는 이러한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다. 정혜경 동문(신방·07)은 “사람들에게는 무언가에 미치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돼 있는 것 같다”며 “이러한 주제의 책들은 그러한 욕망을 시원하게 긁어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어 “그러나 실제로 그런 책을 봐도 무언가에 미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며 “이제는 단순한 상업적인 문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쳐라’는 제목이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지만 결국에는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미쳐라’

그럼 지금 20대들에게 가슴 깊이 울리는 진정한 ‘미쳐라’의 의미는 무엇일까. 권 교수는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찾아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긍정적인 의미의 ‘미쳐라’는 몰입이고 헌신”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의미와 재미가 있다고 여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몰입의 삶이 시작되는 첫 단계라는 것이다. 이어 권 교수는 “정말 미치도록 좋아했던 일,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 생겼던 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일을 찾아보라”며 “그 때 그 경험을 지금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찾으면 행복하게 미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버나드 쇼의 말이 있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이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낭비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했던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은 정말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취업과 더 나은 미래만을 위해 ‘미쳐가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위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한 채 말이다.

*인테크 : 인맥관리, 인간관계를 뜻하는 단어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자료사진 dreamvirus, kyob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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