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른바 청년백수 시대, 번듯한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대학생들의 취업난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대학생들에게 취업 시장의 문은 더욱 높아만 보인다. 실제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의「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2010년 8월 졸업자와 2011년 8월 졸업자 55만 9천 명을 대상으로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취업률은 5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3.6%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취업률은 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전국의 대학생 336명을 대상으로 실제 체감하는 취업률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보통이다’(31.9%)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가운데 ‘다소 낮다’(25.0%) ‘매우 낮다’(16.3%)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매우 높다’(10.5%) ‘다소 높다’(16.3%)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앞섰다. 이처럼 정부의 조사결과보다 대학생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각 대학들에서 발표하는 취업률마저 못 믿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좁아져가는 취업문에 졸업유예까지

취업난의 지속으로 인한 지지분한 취업률 속에서 대학생들의 졸업유예 신청은 늘어가고 있다. 올해 졸업유예를 한 김선규(인예국문·08)씨는 “대학생의 신분을 유지하고 싶어 졸업유예를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여러 스펙을 쌓아도 대기업에 들어가긴 어렵고 그렇다고 창업을 하자니 위험 부담이 커 졸업유예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대학 졸업 자격을 갖추고도 학교에 남는 졸업유예생이 지난 2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교육부가 발표한「2011∼2014년 졸업유예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졸업유예 신청자 수가 8천270명에서 지난 2013년에는 1만 4천975명으로 무려 81%가 증가했다. 올해 2014년에는 지난 8월까지 1만 2천169명이 졸업유예를 신청했으며 2학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올해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대학까지 포함해 지금껏 33개 대학에서 1만 5천239명이 졸업을 유예했다. 졸업유예를 한 또 다른 학생인 윤정빈(정경경제·08)씨는 “신입 공채도 중요하지만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인 요즘은 인턴 경력을 먼저 쌓아야 하는데, 인턴은 대부분 재학생을 뽑다보니 졸업유예를 신청했다”며 “아무래도 졸업생 신분일 때보다 졸업유예를 하면 교내 취업센터의 정보라던지 학교의 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졸업유예생도 수강은 필수

문제는 졸업유예 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대학교들이 학생들로부터 따로 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졸업유예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은 총 33개인데, 이 중 약 73%인 24곳이 그러한 실정이다. 더 나아가 돈을 받는 24곳의 대학 중 12곳은 수업을 듣지 않는 미수강 학생에게도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고, 나머지 12곳은 졸업 요건을 채운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대학교도 마찬가지로 학생이 졸업유예를 하려면 한 과목이라도 수강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졸업유예를 한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돈은 아무리 적어도 대부분 5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취업 준비에 바빠 제대로 수업을 듣기 힘든 졸업유예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학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상범(의공·09)씨는 “대학이 대가를 받고 졸업유예를 시키는 거 같아 학생입장으로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졸업생이 아닌 졸업 예정인 재학생들을 선호하면서 대학생들의 졸업유예는 매해 급증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졸업유예가 취업의 필수코스로 불리는 지경에 이르는 등 심각해져 가는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의 부담은 점차 커져만 가고, 이젠 졸업 풍속마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저 취업난 현상을 방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해들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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