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성적 판타지는 무엇이 있을까?

▲ 영화 속 성적 판타지를 나누고 있는 장면

인아 - 자긴 최고의 성적 판타지가 뭐야?
(중략)
덕훈 - 음.. 자기가 위에 있고, 자기랑 내가 모두 하늘을 보는 자세?
인아 - 이탈리안 샹들리에?  딴 건 없어?
(중략)
덕훈 - 오럴인데.. 그냥 오럴은 아니고, 내가 잠들 때까지 그게 입속에 있는 거.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두 그 느낌 그대로 일어나는 거. 크으 이상하지?
(중략)
인아 - 난 자기랑 비오는 날 그 비를 다 맞으면서.. 하는 거?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중에서 -

위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주인공인 인아(손예진 분)와 덕훈(김주혁 분)이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마광수(문과대·국문학)교수는 “주관과 객관, 감정과 사상, 관념과 사물의 대립을 지양하고 그것을 생동력 있게 통일시킬 수 있는 근원적 에너지가 성적 판타지이다’라고 그 정의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성적 판타지는 무엇이 있으며 남녀의 성적 판타지는 얼마나 다를까?


너무나 상이한 남녀의 성적 판타지

남성은 상대방의 외모 혹은 성행위 자체에 성적 판타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김아무개(공학부•08)씨는 “주로 섹시한 외모를 가진 이성을 성적 판타지로 삼는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한 분야의 직업을 선호하기도 했다.

남성이 성행위 자체에 갖고 있는 성적 판타지는 대부분 음란물 속의 행위에 설정돼 있었다. 성민준(가명,22)씨는 “성행위시 스팽킹(때리다, (볼기짝을)찰싹 때리기라는 뜻, Spanking)을 해보고 싶다”며 “주위의 친구들의 경우 상대에게 커닐링구스(입술, 혀, 입 등의 모든 구강기관으로 여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것, Cunnilingus)를 해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한금윤 교수는 “공교육의 성 교육 체계가 부실해 상대적으로 흥미를 끄는 포르노그라피에 남학생들의 성적 환상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한 교수는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남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아져 성적 판타지가 그 쪽에 좌지우지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우는 이와 매우 상반된다. 데이트 할 때의 특정 분위기나 상대가 던지는 말 한 마디에도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대답이 다수였다. 유아무개(경영•07)씨는 “보통의 남성은 육체적 교감과 행위 자체에 무게를 더 두는 것 같다”며 “내 경우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서로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의 성행위가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에로물이 아닌 영화에서의 성행위 장면을 성적 판타지로 꼽았다. 그 이유는 잘 갖춰진 분위기와 서로가 대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기 때문이었다. 연세 성 건강센터 배정원 소장은 자신의 ‘유쾌한 성 칼럼’에서 “대체로 여자는 남자보다 성적 충동을 덜 받고, 성적인 흥분도 먼저 남자의 달콤한 속삭임이라든지, 다정한 터치라든지, 키스 같은 성적 자극을 더 선호 한다”고 말한바 있다.

「연두」에 여성의 성 경험담을 연재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프시케의 판도라의 상자’의 연재자 ‘프시케’는 “사람들이 이성에 대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이상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성도 마찬가지라 생각 한다”라고 말했다.


또 대다수의 여성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미소년들을 성적 판타지로 꼽았다. 조각 같은 외모나 맑은 피부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까지 모두를 성적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최근에 불고 있는 ‘꽃남 판타지’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들이 꼽은 ‘예쁜 남자’라는 성적 판타지가 지금의 폭발적인 열풍을 만들어 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첫 경험’이 성적 판타지에 미치는 영향

남성의 경우 ‘첫 경험’은 성적 판타지 실현의 첫 단계다. 이아무개(사학•08)씨는 “남자들의 경우 성적 판타지를 말할 때 ‘첫 경험’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남성들은  ‘첫 경험’을 ‘머리를 올리다’라는 속된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첫 경험’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는 성적 판타지의 실현 여부를 결정한다. 그 ‘관문’을 넘어서면 자신들이 원하는 더 높은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여성의 경우 ‘첫 경험’이 언제, 어떻게 이뤄졌나는 중요치 않다. 여성의 성적 판타지 실현 여부는 성행위 시 상대방과의 교감 정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신과 상대가 성적으로 교감하지 못한다면 이는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할 토대가 없어진 셈이 된다. 이애정(가명,21)씨는 “성행위를 나누다가도 중간 중간 느낌이 수시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경우 연애를 오래했지만 순간의 기분에 따라 성행위시 느끼는 오르가즘이 달라진다고 했다. 여성들의 민감한 ‘감정 사이클’을 잘 감지해야만 남녀가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실현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끝을 맺으며…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가 있으신 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100의 90 정도는 “하하하… 글쎄요(삐질삐질)”하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도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었다. 부담을 떨쳐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판타지를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당당함’을 갖자. 그리고 다른 이의 판타지에도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하자.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나름의 ‘가르침’도 얻게 될 것이다.

“연세인들이여 꿈꾸라, 성적 판타지의 세계는 무궁무진 하니깐…”

글 이종호 기자 phillies@yonsei.ac.kr

컷 김진목 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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