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역사와 흐름을 짚다


여성상위시대?

최근, 여성들의 권리가 괄목할만큼 향상했으며, 심지어는 남성들의 권리보다 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893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최초로 인정된 이래로, 여성들의 권리는 차츰 인정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권리 투쟁은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사회 구조 아래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지금의 여권 상황이 썩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과 같은 몇 가지 사례만을 바탕으로 과연 '여성상위시대'라고 칭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의 탄생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운동 및 이론을 의미한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발전은 여권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여권 향상을 위한 노력은 영국의 문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t Wollstonecraft) 이전까지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출현 이후로, 여권 향상을 위한 페미니즘은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1792년 발표한 『여성의 권리 옹호』를 통해 여성의 이성과 인권에 대해 주장한다. 그러나 18세기의 계몽주의적 인간 평등사상의 물결에도 그녀의 ‘계몽주의적 페미니즘’은 힘을 얻지 못한다. 그 시대의 계몽적인 남성들조차도 여성이 자신과 동등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계몽주의자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도 자연법에 따라 열등한 이성을 가진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울스턴크래프트의 등장은 여성해방운동의 시발점이 됐으며, 이후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교육의 권리와 참정권 부여, 성교육의 확대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가부장주의 사회 구조 안에서의 여권신장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현대적 의미의 페미니즘은 지난 1970년을 전후해서 나타나게 된다. 당대의 케이트 밀레트(Kate Millett)의 저작 『성 정치학』 역시 주목을 받았다. 페미니즘적 논의가 활발해진 이 시기에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페미니스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와 시몬 드 보부와르(Simone de Beauvoir)의 사상이 재조명 받는다. 이후 페미니즘은 크게 ‘여성성’의 설정 여부를 두고 갈리게 된다. ‘양성의 생식적 차이 이외의 성차를 인정하는가’의 여부를 둘러싼 논의였다. 이 논의 이래 페미니즘은 다양한 분파로 나뉘게 된다.
 

페미니즘의 문제들, 생존과 권리


200여 년동안 페미니즘의 노력을 통해 여권은 크게 신장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양성에 대해 평등한 대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는 것과 그 상황이 받아들여지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종속된 이유는 여성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OECD에서 지난 2013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일제근로자의 성별 임금격차는 36.6%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15.5%)과 미국 수치(17.9%)를 감안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기에 이런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여성이 받는 임금이 남성이 받는 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사회구조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고 억압에 반항할 수 없도록 옥죄는 것이다.

생물학적 성에 대한 전통적 이중적 잣대도 여성 억압의 한 가지 범주다. 매체에서 남성의 정력 따위를 운운하며 광고가 버젓이 이뤄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여성과의 성관계가 남성 공동체에서 능력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반면 여성은 성에 대해서 순결한 것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있다. 그런데 이중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섹시함’을 갖출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성에 대해 순진하면서 동시에 남성에게 섹시함에 대한 만족을 줄 것. 남성이 주체가 되고 여성은 대상이 되는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주제들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또한, 페미니즘에는 하나의 학문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파들이 있다. 그러나 여러 갈래의 페미니즘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에 다다르는 것이다. 단순히 여성 고위공직자의 수를 늘리거나 성관련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사회 구조의 근간에 있던 역사는 뿌리 깊다. 그 구조가 바뀌기 위해선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성상위시대’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역차별의 논리는 논의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희영 활동가는 “이제 여성들의 목소리로만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가부장주의적 사회상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적극적인 발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성을 약자로 만드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선행될 때, 평등을 논하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자료사진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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