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이성혐오, 그 원인을 짚어보다

‘김치녀’와 ‘김치남’.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온라인 커뮤티니티와 SNS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한국인의 주식인 김치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용어들은 우리나라의 이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양성이 대립구도를 이뤄 서로를 혐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양성 간의 혐오는 이에 동조하는 대다수가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대학사회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문제다. 이에 우리나라의 이성 혐오가 확산되는 현상과 그 원인을 짚어보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평등에 대해 알아봤다.
 

청년들의 치열한 경쟁이 원인

▲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남자끼리’의 한 장면.

최근 여성 혐오 현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뿐만 아니라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남자끼리’와 Mnet의 『쇼미더머니4』 등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취업경쟁의 심화를 사이버공간에서 확대되고 있는 여성 혐오와 일련의 사건들의 원인으로 본다. 동국대 사회학과 조동기 교수는 “성평등주의 확산에 따른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청년층의 취업경쟁 심화가 결합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일부 남성들이 갖는 위기의식이 치열한 취업경쟁과 맞물려 증폭돼 그 불안감이 사회적 약자이자 경쟁 상대가 되는 여성들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남성끼리 경쟁했던 노동시장에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났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우수한 실력을 내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남성들이 취업에 따른 불안감에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비난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혐오주의가 출현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 여성연구소 홍찬숙 연구교수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여성이 남성과 다름없는 하나의 노동주체로 인식되고 있다”며 “여성 혐오는 남성들이 동의하지 않는 변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성 혐오에 대응해 일부 여성들은 ‘미러링’을 통해 남성 혐오를 나타냈고, 현재 온라인상에서 양성 간의 대립구조는 더욱 명확해졌다. 이에 대해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허성우 교수는 “이는 남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 혐오에 대한 저항”이라며 “여성 혐오가 던진 폭력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해 여성 혐오가 문제가 있는 행동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성 간의 대립은 온라인에서 특히 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만 유독 폭력적으로 서로를 혐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홍 연구교수는 “오프라인에서는 남녀가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고, 온라인에서는 이 과정에서 억눌린 욕구를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방적이고 포용성이 높은 온라인 문화의 특성이 청년들의 힘든 현실과 맞물리며 부정적인 방향으로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 교수는 “양극화로 인해 설 곳 없는 청년들이 비난이 쉽게 허용되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문화 속의 온라인과 결합해 혐오 현상이 증폭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성평등은 어느 정도?
 

역사적으로 여성 혐오는 서양과 우리나라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만연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여성은 기본적으로 이성이 없기에 남성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열등한 존재로 규정했고, 가부장적인 지배 질서를 가진 조선시대의 유교사상에서도 여성 혐오 사상은 깊었다. 허 교수는 “여성 혐오는 여성 차별과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과거부터 여성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성적 대상으로 인식해 쉽게 대상화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 인식은 뿌리 깊게 박혀있지만, 현대의 활발한 여성운동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성의 지위도 신장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실질적으로 평등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녀 임금 격차가 3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컸다. 남자가 10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면 여자는 63만 원을 받는 수준이다. 허 교수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삶의 질이 좋아진 여성은 소수”라며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얻은 기회는 늘었지만, 불안정고용형태가 증가함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져 빈곤 여성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처럼 남성들은 여성들의 사회참여 확대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막상 여자들의 고용환경은 좋아졌다고 하기 어렵다. 여전히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약자이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말하다
 

청년들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외대 이강산(이란어·15)씨는 “소위 말하는 김치녀가 실제로 주변에 많지 않고, 엄마와 누나도 여자인데 성급한 일반화로 다른 여자들까지 혐오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 혐오를 선동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공회대 안혜경(영어·15)씨는 “취업에서 성때문에 차별을 느끼고, 이로인해 이성을 혐오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별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성별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으로 불안감을 가진 상황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사회적 연대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젠더(gender)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연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홍 연구교수는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문화와 이를 다방면에서 제도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양성이 서로 헐뜯고 욕하는 것은 다소 소모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반쪽이 되기도 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서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존중하며, 화합해나가야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나마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글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자료사진 웃음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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