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운동 인명사전과 플래카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다

영화 『암살』이 1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 최초로 세운 기록이다. 이러한 문화적 관심과 맞물려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아래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지난 4월 8일 『한국독립운동 인명사전』(아래 인명사전)을 편찬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민간에서는 서울 시내의 산책로와 거리 등지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생애를 담은 플래카드를 걸어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 초록숲길 안산 구간에 독립운동가 최재형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독립운동 인명사전, 1만 6천명의 혼을 담다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는 독립운동이 단순한 무장투쟁이 아닌 제국주의 퇴치를 위한 인류평화운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인명사전을 발간한다. 지난 2009년 과거청산을 목적으로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됐으나, 정작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집대성한 사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4월 8일 편찬을 시작해,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인명사전은 30권으로 구성되며, 1만 6천여 명의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활동들이 담길 예정이다. 이번 편찬은 『한국 독립운동사 사전』*의 연속적 성격을 띤 사업으로 지난 1993년부터 계획됐으며, 인명사전을 만드는 데 총 62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인명사전 편찬위원회에는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 10명과 편찬위원 116명이 포진해 있다. 편찬위원인 독립운동사연구소 이명화 수석연구위원은 “인명사전 편찬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자취를 복원하고 독립운동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독립운동사연구소 측은 인명사전이 ▲인류평화 지향이라는 독립운동의 본질 정립 ▲독립운동의 대중화를 통한 미래지향적 가치 확립 ▲독립운동가 지식 정보 및 문화콘텐츠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인명사전을 웹사이트에 업로드 함으로써 대중들이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행적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명사전 편찬에 대해 김구의 손자 김용만씨는 “독립유공자가 1만 4천여 명인데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인명사전에 실리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인명사전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업적과 공로를 기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명사전 편찬에서 눈여겨볼 점은 광복 후 북한에 남은 독립운동가들도 사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로서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건설에 위해를 끼치지 않은 인물의 경우 이념과 관계없이 인명사전에 싣는다는 것이 편찬위원회의 입장이다. 일례로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광복 후 북한에서 국가검열상 등으로 활동해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 파괴 등 독립에 기여한 바가 있어 인명사전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수석연구위원은 “독립운동에 현저한 공이 있는 경우 입북하였더라도 회의를 거쳐 인명사전 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게시자와 플래카드 속 독립운동가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활동뿐만 아니라 민간의 노력 역시 주목된다. 현재 서울 시내의 곳곳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초상과 생애를 담은 플래카드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서대문구의 초록숲길 안산구간(아래 초록숲길)에도 이런 플래카드들이 게시돼 있다. 플래카드에는 게시자의 이름이나 단체의 명칭이 밝혀져 있지 않았으며 구청에 문의해봤지만 게시자의 신분을 알 수 없었다. 초록숲길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속 독립운동가는 의병 ‘호남창의회맹소’를 지휘한 의병장 기삼연, 북로군정서의 총재로 청산리 대첩의 승리를 이끈 서일, 조선의열단과 조선의용대의 창립자 윤세주 등 20인이다. 초록숲길을 걷고 있던 김경순(48)씨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이분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고, 역시 가던 길을 멈추고 플래카드를 정독한 나향선(71)씨도 “젊은 세대에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병빈(철학·14)씨는 “플래카드의 내용은 국사 교육에서 배우기 어려운 세세한 인물에 대해 보여주는 만큼 이들을 알리기 위한 긍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광복을 기리는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지금껏 조명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와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인명사전 편찬과 플래카드 게시 역시 사회적 흐름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용만씨는 “종종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불우한 삶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공익광고 등의 캠페인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존경과 관심을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런 관심이 한시적 열풍에 그치지 않도록 올바른 역사의식 확립 역시 필요할 것이다.

*한국 독립운동사 사전 :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국독립운동사의 올바른 해석과 체계화를 목적으로 간행한 책.

 

글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사진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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