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광복 교육의 실태를 짚어보다

 ‘광복’이란 1945년 8월 15일 우리민족이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사건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번영은 많은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광복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광복은 정작 역사 교육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광복'을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해 광복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충분히 되새기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광복 관련 교육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자.

학교에서 배우는 광복

실제 교육 현장에서 광복은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 이를 ▲수업시수 측면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다.

우선 광복 관련 내용은 근·현대사 범위에 속해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근·현대사 범위, 특히 광복 이후의 현대사 범위를 다루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현재 대다수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3년 과정 동안 6 이수단위의 한국사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사 교과 분량에 비해 매우 적은 교육 시수이다. 이에 역사교육연구소장 김육훈씨는 “현재 한국사 교육과정 시스템으로는 광복을 기점으로 그 뒷부분을 다루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ㅁ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배모(18)군은 “이과를 지망해 저학년 때는 과학 과목을 배워야 했고, 3학년이 돼서야 한국사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며 “1학기에 3단위씩 3학년 1년 과정으로 한국사를 편성해놓았지만, 한국사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할 것 같아 현대사 부분은 배울 수 없을 것 같다”고 현재 근·현대사 교육 상황을 전했다. 강릉 경포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역사 교사 박근우씨는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수록돼있는 내용을 모두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필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다루는 등 교사들이 교육 과정을 일정 부분 재편성해 가르친다”고 말했다.

내용 측면에서도 기준과 현실의 괴리가 많이 존재한다.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CIC)는 광복 관련 영역의 학습 성취 기준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질서가 형성되는 가운데,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 설정했다. 하지만, (주)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광복의 전후 배경 설명에만 그치고 있으며, 해당 단원의 탐구(토론)활동 내용도 광복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6·25 전쟁과 관련된 자료들뿐이었다. 특히 광복절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만을 다룬 부분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 소련과 미국 등 강대국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근·현대사 비중 축소? 광복 내용 다루기 더욱 어려워

이에 더해 최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 축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우리대학교에서 열린 ‘역사과 교육과정 공개토론회’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절반 수준에서 42%로 줄이는 1차 시안을 발표했고, 지난 7일 서울대에서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44%로 수정한 2차 시안을 발표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교육계는 여러 비판을 쏟아냈다. 역사연구소장 김육훈씨는 “근·현대사 비중이 많은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근·현대사 부분을 다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근·현대사 비중이 줄어든다면 광복을 전후한 현대사 부분을 다루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현대사 비중이 축소되면, 광복 관련 내용을 더욱 다루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논란은 더욱 가열된다. 우리대학교 이명균 교수(인예대·교양교직)는 “한국사 교육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의식과 문화의 형성에 얼마나 유의미하게 작용하는가가 최우선적인 준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8·15 광복 이후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동안에 정초된 근대 공교육제도의 형성과 전개과정 등 국민의 의식과 생활, 사회와 국가의 성장 지평에 미치는 역사적 유의미성을 고려해 근·현대사의 중요성에 대한 재해석이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학생들은 광복의 의미를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광복절에 상응하는 의미를 지닌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학교 전체가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수업시간표 또한 학교 자체적으로 변하는데, 독립기념일 관련 영화를 상영하거나 독립기념일 역사와 관련한 토론 수업을 개최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독립기념일인 8월 9일에 학생들은 독립기념일 행사 현장에 참가해 관련 연설을 듣거나, 학교 자체적으로 독립기념일 관련 역사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독립의 의미를 교육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광복을 포함해 역사적 기념일을 체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박모(19)군은 “중학교 때는 광복의 의미에 대해서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살짝 설명해주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교육방식이 적용되기 힘들다. 박군은 “광복을 포함한 역사적 기념일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표했다.

반면, 우리나라에도 해외의 교육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 방식을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김 소장은 “대학 입시 문제 때문에 고등학교의 경우 이러한 교육방식이 적용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중학교의 경우 역사적 논란이 되는 부분을 가지고 토론을 하거나, 역사와 관련한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학생들의 역사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다양한 수업방식이 조성돼야 한다”며 “사료나 지도, 사진 등 관련 자료를 통한 추체험 교육방식*을 학습주제와 교육여건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맞을 수 있었던 광복. 광복은 우리 근·현대사의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 의미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교육계에서 학생들이 광복의 의미를 더욱 체감할 수 있는 교육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추체험 교육방식 : 사료나 지도, 사진 등 관련 자료를 통해 당시 역사적 인물이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당시의 생활상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 방식

글 박상용 기자
doubledragon@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E joyme@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