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을 지내는 각기 다른 방법

 광복절(光復節): 1945년 우리나라의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다시 찾은 날로, 날짜는 8월 15일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광복절은 문자 그대로 빛(光)을 되찾음(復)을 의미하며, 우리나라가 잃어버렸던 주권을 되찾은 것에 대해 온 국민이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만큼 광복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광복절의 취지에 맞게 광복절을 제대로 보내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보내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봤다.
 

▲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경축 행사에서 아이들이 태극기 목판 인쇄 체험을 하고 있다.


광복절, 누군가에겐 역사를 기억하는 날

한반도 전역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려는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14~15일 이틀간 광화문에서는 독립유공자와 사회 각계 대표, 독일 파견 근로자, 광복드림팀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중앙경축식이 개최됐다. 더불어 이날 광화문에서는 광복절을 주제로 한 대학생들의 플래시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 이성도(31)씨는 “올해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는 역대 광복절 기념행사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많은 국민이 참여해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전거 국토종주 ‘광복 70주년 평화를 달리다’에 참가한 이강호(21)씨는 “광복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기회를 통해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광복절을 함께 기념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온 존 슐로스버그(70)씨는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셨다”며 “한국에서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살펴보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광복절의 의미를 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광복을 기념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 살리기 위한 광복절?

광복절이 다가오자 많은 기업은 대규모 광복절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애국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이에 따라 도심 곳곳의 백화점과 마트는 광복절 할인 행사를 찾아온 발걸음으로 붐볐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권태진 마케팅팀장은 “광복절 연휴 할인행사와 이벤트를 시행하는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이달 들어 고객이 가장 붐볐던 주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도 국경일에 수반된 상업화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요즘은 국경일이라는 의미보다 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할 정도로 국경일의 상업화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이 광복절이나 3·1절 등 국가적으로 경축하는 날에는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논란이 될 수 있는 마케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명동 롯데백화점에서는 광복절 특수를 누리기 위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을 찾은 이모(60)씨는 “할인 상품을 구매하면서 광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솔직히 광복보다는 싼 가격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복 70주년 행사는 광복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행사가 아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업체 측의 상술로 얼룩져있기도 했다. 광복과 관련 없는 상품들이 70이라는 숫자 아래 판매됐고, 광복의 의미를 재고하기보다 판매에 집중된 마케팅이 벌어졌다.

광복절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무분별한 마케팅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 편의점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로 2만 장 한정의 ‘태극기 팝 티머니’와 ‘태극기 멤버십팝카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연신내에 있는 편의점의 점주 A씨는 “기존 팝 카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태극기 팝 카드가 느닷없이 생겨 당황스럽다”며 “광복절을 맞아 카드를 만든 것은 좋지만, 통지 없이 만든 것은 소비자와 점주에게 모두 혼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은 노는 날이 아니에요!

정부는 광복절 경축 분위기 확산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광복 70주년 계기 국민 사기진작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14일을 임시휴무일로 확정했다. 더불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국립 휴양림 및 고궁 관람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그 의도와는 달리 많은 시민들은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 경축 분위기와 내수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국제선 예약률은 87.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광복절 연휴 국제선 전체 탑승률인 85.1%보다 높은 수치로 많은 사람이 광복절 기간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났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대 이상 전국 성인남녀 1천1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20대의 23.3%가 ‘광복절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강대 김세연(화공생명·10)씨는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지만, 예년의 경우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며 “체계적인 역사 교육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광복회 박동욱 서울지부장은 “요즘 광복절이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모르는 젊은이가 많아 안타깝다”며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국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광복절 행사에 참여해 역사 체험을 하면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독립기념일이 되면 공공기관에서 주관하지 않아도 민간단체나 지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그 기쁨을 함께한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여행이나 할인 행사에 이끌려 광복의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하고 있다. 광복절을 그저 빨간 날로만 여기기보다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광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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