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삶 이전과 이후를 조명하다!

엑소, 트와이스, I.O.I, 방탄소년단…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보석들은 어떻게 데뷔했을까? 그리고 아이돌 생활이 끝난 후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마냥 화사하기만 한 아이돌이지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들이다. 오늘, 아이돌 기획을 맞이해 「.zip」은 단 3분 동안의 화려한 무대를 위해 땀 흘리는 20대 청춘들의 삶을 조명해봤다.

연습생 생활, 견딜 수 있겠어?

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스펙은 영어나 컴퓨터 자격증이 아니다. 그들은 ‘연습생’이 돼 보컬, 댄스라는 스펙을 쌓는다. 아래 아이템 창에는 자타공인 연습생 필수 코스 딱 세 가지, 기획사·트레이닝·외모관리가 들어있다. 내 아이돌의 데뷔 과정이 어땠을지 상상하면서 필수템을 하나 골라보자. 물론, 이 아이템이 득일지 실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 하늘이 도와 아이템을 알차게 써먹을 수 있다면 당신의 아이돌은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것이다.

 

#1 기획사
소속사 없는 아이돌 봤어? 기획사는 아이돌 메이킹의 주체다. 연습생들은 주로 오디션과 캐스팅, 소개를 통해 입사하게 된다. 기획사와 연계된 연기 학원을 통해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모델 대회 입상 후 연기 학원 추천으로 연습생이 되는 엘리트 코스가 있는 반면, 지인이라는 이유로 입사하는 날치기 코스도 있다. 이미 해체된 모 걸그룹 멤버였던 S양의 경우, 어느 날 데뷔조에 처음 보는 새 멤버가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다른 멤버 사촌언니였다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입사 때 연습생들은 보통 ‘전속계약’을 맺는다. 그들 사이에서는 계약 기간이 3년 이상이면 노예 계약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업계 관행상 이들 대다수는 7년으로 계약한다. 계약의 내용은 기획사의 투자, 위약금, 수익분배 조항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이중 수익분배는 회사가 우선 연습생들에게 투자하고 그들이 데뷔하면 그 수익을 나눠 가짐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소기획사의 경우 7:3의 분배 방식을 고수하는 편으로, S양의 그룹 역시 회사가 수익의 7할을 갖고 멤버들이 3할을 나눠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몇몇 아이돌 가수들은 이와 같은 분배가 불공정하다며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오고 있다. 힘들게 벌어들인 수익을 대부분 소속사가 가져가는 데다, 가수 몫으로 분배된 수익마저도 그룹 멤버들이 나눠가지다 보니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 역시 이러한 수익분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2 트레이닝
연습과 연습의 연속이다. 연습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연습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보컬, 댄스는 기본이며 회사 재량에 따라 연기를 배우기도 한다. 수업 후에는 하루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복습한다. 어린 10대 연습생도 예외는 없다. 학교에서 2교시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로 직행해 연습을 거듭한다. 출석은? 회사에서 공문을 보내면 출석을 인정해준다. 방송 직전에는 새벽까지 연습을 시킨다. 이외에도 SM, YG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경우에는 강사를 초빙해 연습생들에게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을 하기도 한다.

#3 외모관리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인만큼 외모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세계에서는 외모 언급을 지양하자는 추세지만, 아이돌 세계에서 외모는 인사말이나 다름없다. 광고, 촬영 미팅을 가면 제일 먼저 외모부터 언급하는 일은 부지기수요, 기획사에서는 보통 ‘예쁜 애들’을 센터에 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기획사는 그들에게 종종 무리한 요구를 한다. 노래가 좋아 아이돌의 길을 선택했다는 연습생 B양은 “노래를 하려면 힘이 필요한데 살을 무리하게 빼라고 요구한다”며 “일주일에 7kg를 빼 오라고 한 적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0대 연습생들 역시 외모 지적을 수없이 받는다고 하니, 강철 멘탈의 소유자가 아니고서야 버티기 힘들 것이다.

* 본 ‘아이템 설명’은 실제 연습생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데뷔해도 변함없는 경쟁

인고의 노력 끝에 공중파 음악 방송을 통해 데뷔하게 되더라도, 이것이 이들의 성공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19일 방영된 MBC의 『PD수첩』에 따르면, 5년 전 데뷔한 아이돌 그룹 40팀 중 원년 멤버의 변동 없이 활동하는 팀은 단 5팀이었다. 심지어 나머지 35팀 가운데 12팀은 데뷔 앨범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렇듯 피 튀기는 경쟁이 계속되는 연예계에서 더 이상 아이돌들의 활동지는 무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예능, 드라마, 공연장 등에서 활동한다. 연예 관련 학원 관계자 A씨는 “아이돌 연습생 백만 명 시대”라며 “아이돌로 데뷔해도 음반에 의존하기에는 제작자와 가수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많은 아이돌이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들 중 극소수만이 실제 무대에 서는 방송 시장의 상황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은 국내 문화 시장에서 아이돌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계속해서 꿈의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서대 실용음악학과 박성식 교수는 “아이돌의 영향력은 상업주의에 치중한 대형기획사와 음반사 그리고 방송 미디어에 기인한다”며 “상대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타 장르의 음악인들의 무대가 좁아지거나 소멸돼 아이돌만의 영역이 크게 부각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성황리에 끝마친 Mnet의 『프로듀스101』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여자 아이돌 연습생 101명 중 11명을 뽑아 아이돌로 데뷔시켜주는 서바이벌 구조로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은 I.O.I라는 인기는 많지만 일회성인 걸그룹을 탄생시킨 후 종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종영 이후 11명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90명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됐을 때 대중이 문제 삼았던 ‘연습생들의 과도한 경쟁’이 기억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중앙대 최문정(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15)씨는 “연습생들에게 급수를 매기는 것을 보며 그들을 상품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프로그램을 통해 11명의 연습생들을 확실히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그들 역시 프로젝트 그룹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돌 연습생들은 『프로듀스101』의 피라미드형 무대 모양에서도 볼 수 있듯 피라미드형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랐더라도 언제든 가장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으며,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지 못하면 대중들에게 자신을 뽐내기 힘들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잊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특성상 대개 활동 가능 시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사이로 매우 짧다. 이 때문에 아이돌은 20대 중반에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연습생 시절 춤과 노래에 투자했던 이들이 연예인 생활 이후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고요한 교수(인예대·교양교육학부)는 “학교에서만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교육의 경험은 교사와 친구들과의 공동체적 학습경험을 통해 지식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느끼는 소중한 기회로써 매우 중요하다”며 “연예 기획사나 방송사들이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 눈멀어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학습 공동체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물론 이 상황을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아이돌 연습생의 기회비용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연예계 생활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역부족인 아이돌들의 현실과 기초 교육의 부족은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연예 기획사가 아이돌 연습생들의 기초 교육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돌은 단순히 3분동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연기 등의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돌이 되는 순간 한 개인은 자신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살아야한다. 아이돌을 봤을 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돌이 갖고 있는 어두움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민지 기자
장혜진 기자
treeflame@yonsei.ac.kr
그림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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