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 장애 요인과 극복 노력

농업의 발생과 더불어 인류가 많아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은 진화되고 존속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제레미 다이아몬드, 『총균쇠』 3부 지배하는 , 지배받는 문명 中

위의 말처럼 전염병은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질병이 진화할수록 그에 맞춰 인간의 제약 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했다. 생명공학, 약학, 생리학, 의학 등의 발전이 제약기술 성장의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회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새로운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회사와 정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복잡한 신약 개발과 수익구조 문제

국내 제약회사들은 한목소리로 신약개발의 암초를 고위험, 저수익 구조라고 꼽는다. 연구 및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특허를 받아 상품화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상품화 이후에도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주요 현안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10~15년이라는 긴 시간과 8천억에서 1조 원의 개발 비용이 필요하다. 제약업계에선 “약을 만드는 것은 과학을 넘어 예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신약개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싼 약 값도 문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신약의 74%는 OECD 평균 가격을 크게 밑돈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약에 대해 A제약회사의 관계자인 조모씨는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정책 실시 후, 국내 신약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조씨는 “많이 팔리면 많이 판다고 가격을 깎고 있다”며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약가를 대대적으로 인하하려고 해 정말 답이 없다”고 제약회사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부터 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신약에 대해서 보험약가*를 낮추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약가를 낮추는 것은 약의 공식 가격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제약회사 측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약을 출시하더라도 이익을 얻기 어려워 출시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들 수 있다. 카나브는 보험약가제도가 변경된 이후 3년이 넘도록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또한, 대다수 제약회사는 신약이 상품화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에도 지속적인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현실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B제약회사 관계자 이모씨는 “신약은 특허기간이 지나도 일정 기간 임상시험을 지속해야 한다”며 “신약을 국내에 보급하는 것조차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는 것은 제약회사 측에는 부담이 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보다는 수입의약품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발간한 ‘2014년 국내 제약기업 경영성과 분석’에 의하면 국내 제약회사의 해외 수입의약품 평균 매출 비중은 36.9%로 2010년 30.2% 대비 6.7%p 높아졌다. 반면, 국내 개발 의약품의 평균 매출 비중은 56.3%로 2010년 60.5% 대비 4.3%p 감소했다. 이는 해외로부터 수입된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가 제약 유통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생기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책 개선 노력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임상시험 확대 지원, 국가주도 신약개발 사업 등의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5위의 임상시험 강국을 목표로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신약 임상시험 진행 시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신약 개발을 많이 하는 제약회사에 혜택이 가고, 국민이 신약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아래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는 신약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제약회사들은 신약의 수익성과 임상시험 비용을 이유로 메르스 백신을 개발하지 않고 서로 눈치 보기에 바빴다. C제약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하더라도 200 여 명의 환자만을 치료한다면 그 약은 기업 입장에서 시장에 출시할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회사가 수익성에 의존하지 않고,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와 함께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물질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 국·공립 연구소, 바이오벤처 등 모든 제약 관련 기관 및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성과는 없다. 현재 제약회사와 정부는 지원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 중에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전염병은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하지만 해외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서는 국내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약회사와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약제 시장에서의 새로운 신약 개발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보험약가 : 보험이 적용되는 약의 공식 가격.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는 약의 보험약가를 높게 책정해 높은 가격에 약을 팔고자 하고, 정부는 보험재정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보험약가를 줄이고자 함.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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