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얼룩진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들

‘고객님께서는 대학생이시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대학생 연돌이는 연체된 신용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신청하러 은행에 갔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은행에서는 대출 불가라는 말만이 돌아왔다. 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연돌이의 머릿속에는 빨간색 압류 딱지가 생각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신용불량자들의 방탕한 모습들이 떠올라 겁이 났다. 신용카드 대금을 갚자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자니 마음이 답답해졌고, 마침 TV 속에서는 3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연돌이는 고민에 빠졌다. 



 

적지 않은 대학생 금융채무 불이행자


신용카드, 신용거래 등에서 사용되는 '신용'이란 단어는 사람 간의 믿음을 금전적으로 설명할 때 쓰는 단어이다. 신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신용 거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신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개인신용등급제도를 사용한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가 개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가장 많이 적용하는 기준이며, 평가된 등급은 금융회사와의 거래에서 자신의 학점처럼 따라다닌다. 이 제도는 개인의 신용을 1~10등급으로 나누는데, 이 중에서 7~10등급은 은행 대출이나 신용구매가 어려운 하위등급으로 분리된다. 우리는 흔히 이들을 신용불량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용불량자라는 단어는 지난 2005년 관련법의 개정으로 폐지돼, 금융채무 불이행자 혹은 신용유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지정되면 빚과 관련된 내역을 모든 금융회사가 공유하게 된다. 
개인의 파산을 방지하고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떨어진 신용을 회복하기 위한 채무조정인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만 총 8만 5천168명이었다. 이 지표에 따르면 30~40대가 신청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대도 예외가 절대 아니다. 8만여 명의 신청자 중에서는 20대는 총 8천90명에 이르러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1분기인 1~3월 동안에만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1천841명이었으며,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309명이었다. 이에 신용회복위원회 홍보팀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상담 건수는 계속해서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학생 금융채무 불이행의 원인
: 대부분 잘못된 금융상식


대학생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은 왜 벗어나기 힘든 빚의 늪에 빠져 신용회복위원회를 찾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대부분 잘못된 금융상식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 때문에 빚에 시달리다가 결국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기도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원주지부 주은비 심사역은 "TV의 무이자 대출 광고를 보고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의 대출을 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 하락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 토토와 같은 도박이나 불법 다단계의 늪에 빠져 빚을 지는 경우도 많다. 주은비 심사역은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20대 대학생 및 미취업 청년들의 50%정도는 불법 다단계 피해로 인한 빚으로 찾아오고, 30%는 부모님의 빚, 20%는 자제력 하락으로 인한 과소비로 인해 찾아온다”고 답했다.
2012년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대학생 고금리 대출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중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대부업체 등의 높은 금리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약 3.7%였다. 저축은행은 금리가 제1금융권과 다르게 28~34%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은 원금에 부담스러운 이자까지 더한 엄청난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은비 심사역은 “대부분의 20대의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은 2~3천만 원의 채무를 갖고 있는 장기채무자인 경우가 많다”며 “3~400만 원의 원금에 높은 이자가 붙는 상황을 방치하다보니 생기는 결과”라고 답했다. 대학생 회생 사건을 많이 맡았다는 김기창 법무사 사무실의 정모씨는 “대학생들은 수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한 빚에 학자금 대출 등까지 겹쳐지면 빚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학생들이 돈을 갚기 위해 다단계에 발을 들이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학업이나 불규칙한 아르바이트로 인해 일정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학생이나 미취업청년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신용회복 위원회에 찾아온 남자 대학생 A씨. A씨는 다단계에 빠져 자신에게 채무가 있는 지도 모른 채로 독촉장을 받게 됐다. A씨는 빚을 파악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지만, 신용정보조회가 가능한 탓에 더 이상의 빚은 막을 수 있었다.
대학생 B씨는 재미로 했던 스포츠 토토에 흥미를 느끼고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B씨는 처음과 달리 돈을 계속 잃게 되자,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TV에서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하게 됐다. B씨의 빚은 결국 2000만 원에까지 이르렀다. B씨는 법무사를 찾아 개인회생을 상담했고, 법률적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빚을 갚아나갈 수 있었다.
A씨나 B씨처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대학생 및 미취업청년들은 우선적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및 미취업청년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소득원이 없거나 불안정해 빚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 및 미취업청년을 도와주는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이다. 금융회사의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고 있는 채무자에 한해서 채무를 갚을 기간을 늘려주는 상환유예나 분할해서 갚아나갈 수 있는 분할상환, 이자면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제외하고도 개인파산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대학생이나 미취업청년들에겐 앞으로의 소득이 기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해 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적다.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일은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채무자가 되기 전에 신용등급을 관리하고 올바른 신용과 관련된 교육을 통해 미리 대비해야한다. 가장 주의할 점은 소액 카드대금의 연체나 핸드폰 요금 등의 연체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결제일을 확인해 작은 연체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급한 돈이 필요하더라도 저축은행과 같은 제2, 3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선 안 된다. 주은비 심사역은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거나 든든 생활비대출***과 같은 저금리 대출을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또한, 자신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한데, 저축은행에서 이를 조회할 경우 이력이 남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전한 신용등급조회가 가능한 사이트****를 참조해야 한다. 

대학생, 그리고 20대는 더 이상 자신을 책임지지 못 하는 미성년자가 아니라 성인이며 어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충분히 져야 하고 그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용하는 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올바른 금융, 신용 개념과 의식을 갖추는 것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지 않는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개인워크아웃 : 연체 기간이 90일 이상 지난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무감면, 상환 기간 연장을 지원하는 제도.
**프리워크아웃 : 연체 기간이 31일~89일인 단기 연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자율 인하나 상환 기간 연장을 지원하는 제도.
***든든 생활비 대출 :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하는 제도. 학기 중 필요한 교재구입비 및 교통비 등을 목적으로 학기당 150만 원을 대출해준다.
****안전한 신용등급조회는 나이스평가정보 마이크레딧(https://www.mycredit.co.kr/), 올크레딧(http://www.allcredit.co.kr/), 나이스평가정보 크레딧뱅크(https://www.creditbank.co.kr/),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지부(https://cyber.ccrs.or.kr/)에서 가능하다.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자료사진 http://youth-kungfus.tistory.com/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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