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햇살론의 오늘과 내일

지난 4월 27일 아침 10시, 서울의 N은행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기자가 대출을 받으려하는 이유를 묻자 대학생 박모(23)씨는 “모아둔 돈을 등록금 충당에 사용해 생활자금이 부족해져 은행을 방문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모(42)씨는 “작년에 실직하게 되면서 빚더미에 눌러 앉게 돼 생활비를 급하게 대출을 받으려 한다”며 은행을 방문한 이유를 전했다. 이처럼 은행은 생활 자금의 충당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종 경제 지표에서 나타나듯 서민의 팍팍한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이 대출을 찾는 현상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 경제 전체가 곪아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서민을 위한 대출인 금융 햇살론(이하 햇살론)을 주요 은행들과 협의 하에 실시했다.
 

금융 햇살론이란


지난 2010년 도입된 햇살론은 일반 금융 서비스의 자격조건을 맞추지 못해 대부업체 등에서 연 30~40%대의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저신용 서민에게 연 10%대 이하의 저금리(최대 2천만 원)의 대출을 제공한다. 또한, 햇살론 이용자는 추가 생계자금도 최대 1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정부지원 대출이기 때문에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햇살론에 대해 김정식 교수(상경대·재정학)는 “선진국의 경우, 서민금융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을 정책적으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햇살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자격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햇살론은 신용 6~10등급 혹은 연간소득이 3천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 농림어업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직장인과 프리랜서, 사업자도 대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대부업체 및 캐피탈, 카드론 등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고객이 햇살론으로 대출을 받게 된다면 20~30%대의 금리에서 10%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햇살론을 통해 대부업 대출을 갚게 되면 신용등급평가 점수가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대학생을 위한 햇살론


햇살론은 지난 2010년 출범 이후, 계속해서 이용자가 증가했으며, 2014년에는 무려 22만 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정부는 지난 4월 27일 대학생과 청년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청년과 대학생을 위해 신설된 청년·대학생 햇살론은 대학(원)생(휴학생 포함)이나 연 소득 3천만 원 이하인 만 29세(군필자는 만 31세) 이하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연 4.5~5.4%로 최대 8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청년·대학생 햇살론은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상품”이라며 “금전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대학생들이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햇살론을 이용해 생계자금을 대출받은 단국대학교 김성수(경영·11)씨는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나 한국장학재단의 대출을 받아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으나 햇살론을 통해 5%대 금리로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햇살이 온종일 비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햇살론 이용이 확대되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햇살론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신용 보증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이용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민금융기관(제2금융권 금융기관)의 햇살론에는 정부의 높은 수준의 신용 보증이 지원되고 있어 지속적인 신용 보증 지원이 제한적이다. 신용 보증 정도가 높다는 것은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잃었을 때 정부가 보증 지원을 해주는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햇살론을 이용해 100만 원을 대출한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잃었을 때 정부는 90만 원까지 지원을 할 수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신용보증정도를 낮게 설정해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정부 소유의 개발은행인 KFW와 DMI는 80%로 신용 보증 정도를 정해 이용자에 대한 신용 보증을 돕고 있으며, 프랑스의 정부 주도 서민 대출 산업인 ADIE는 87%로의 신용 보증을 해주고 있다. 정부의 신용보증정도가 높을수록 햇살론에 대한 정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정부의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햇살론은 연체율 및 대위변제율*과의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크다. 실제로 현재 햇살론 이용자들이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재정지원이 언제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언젠가는 한계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서민금융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무작정 금리를 낮추는 것보다 고객이나 금융사의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가 서민 금융 지원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경기회복을 통한 고용의 증대, 가계의 소득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서민 가계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현재 안심전환대출,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대출 등의 서민 금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의 부가 지나치게 상류층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빈곤해져 몰락하게 된 스페인의 사례를 볼 때 서민 금융의 원활한 제도적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민 금융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책임감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태규 명예교수(상경대·재정학)는 “서민 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인식이 바탕이 돼야 제도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서민들에게 햇살을 비춰주기 위해 만들어진 햇살론. 정부의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이용자의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할 시점이다.

*대위변제 : 제3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채무자 대신 채무를 갚고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채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

 


글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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