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시작부터 부담되는 빚더미

취업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청춘들이 직장에 자리를 잡을 때는 행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보다도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구당 가계소득 대비 대학 등록금의 비율이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10~17%에 달했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처럼 월 평균 667만원의 학자금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수준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당장에 쉽게 빌린 돈은 취업할 때가 되면 빚더미가 돼 더 크게 돌아온다. 이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신용유의자를 양산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빚, 그 현황은?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2009년 학자금 대출 제도에 큰 변화를 줬다. 정부보증으로 은행을 통해 학자금을 대출해 주던 기존의 방식에서 재단이 저금리로 직접 학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또한 지난 2010년에는 취업 후 일정 기준 소득(4인 가구 최저 생계비, 2014년 기준 월 155만 원)을 넘기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게 하는 든든 학자금을 신설했다. 일반 학자금, 든든 학자금, 농어촌 학자금 등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대출 제도는 연 2.9%로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적은 부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취업포탈사이트 '사람인'이 대졸자 1천210명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에 6명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평균 4학기, 1천504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대학교육연구소가 한국장학재단에 '학자금 대출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학자금 대출액이 지난 2010년 3조 7천억 원에서 2014년 10조 7천억 원으로, 학생들 1인당 빚은 525만 원에서 704만 원까지 34%나 증가했음이 밝혀졌다. 과거에 비해 급증한 대출액과 빚에 비해 대출액을 상환하는 학생들은 60-70%에 그쳐 빚으로 인한 채무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용교 교수는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는 이유로 "빚은 늘어나기 마련인데, 빚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의 직장이 변변치 못하거나 없기 때문에 연체가 지속되고 빚은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이 돼도 문제, 되지 않아도 문제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은 ‘빚’을 얻는다는 생각에 다들 부담을 느끼지만, 대출금 상환은 졸업 후 취직이 된 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상환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은 대출 거치 기간이 끝나거나 졸업 후 취직한 사회초년생들이다. 돈을 벌어도 학자금 대출로 인해서 돈을 모으지 못하고 그대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데 다 써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졸업 후 일본에서 취직한 이정승(29)씨 역시 학자금 대출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지난 2007년부터 졸업까지 은행과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출을 받았던 그는 사회인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상환해야 하는 빚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당시 꽤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았던 이씨는 "매달 60만 원 정도 상환하고 있다"며 "아직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월급도 적은데 학자금을 상환하고 집값, 통신료,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실생활비가 얼마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2017년에 이자 거치기간*이 끝나면 이자가 7.9%로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남은 3년 동안 나머지 학자금을 빨리 갚아야 하는 것 또한 이씨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졸업 후 취직한 김효완(30)씨 역시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중이다. 재학 중에 5번 정도 대출을 받은 김씨는 “학교를 떠나면서 1천500만 원의 빚을 져야 했기 때문이 부담이 상당했다”며 “지금은 취직을 하고 나서 부담이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달 3~4만 원의 이자를 갚고 있고, 원금은 보너스를 받을 때 한 번에 200만 원씩 갚는 편이다”며 “직장인들의 경우 대부분 이렇게 빚을 갚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것은 비단 취업을 한 대졸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취업준비에도 바쁜데 갚아야 하는 빚까지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인 서울과학기술대 조슬예(도자문화·10)씨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1학년부터 5학년까지 10학기 내내 한국장학재단의 든든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조씨는 "매학기 대출을 받아서 대출액수가 상당하다"며 "한 달에 100만 원씩 갚는다고 해도 3년이 넘게 걸린다는 생각을 하면 앞날이 깜깜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정부 대출 제도의 문제점은

조씨는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낮췄으면 좋겠다"며 "학업을 이어가기 위한 돈인데, 이자율이 높은 것은 슬픈 현실이다"고 전했다. 한국장학재단의 대출이자율은 2.9%로 상당히 저금리지만, 그럼에도 이는 현재의 물가상승률이나 시중에서 유통되는 금리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대학연구소의 임은희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이자율에 비하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아직은 높은 이자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자율을 지적했다. 실제 2015년 물가상승률은 1월 기준 0.7%이고, 한국은행과 일반 은행이 거래하는 금리인 기준금리는 1.75%로 학자금 대출의 이자보다 낮다. 
또한 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은 C학점 이상의 학점을 지닌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어 누군가가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현 제도는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되기에 학점을 보는데, 일하면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렵다"며 "이런 학생들이 배제되는 것은 문제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한국장학재단에서 2009년 이전에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과정에서 외국거주자들에게는 제한이 있었다"며 차별적인 정책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실시한 '2015 정부 학자금 대출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후에 상환한 금액이 소득공제에서 제외된다는 점, 지자체의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사업은 고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학생의 빚을 '빛'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이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생들의 학비를 근원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하는 방안에는 국가장학금,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이 있는데 이런 사업보다는 교육 당국이 학교법인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늘려서 학비 자체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학자금 대출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 역시 "학생들이 대출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싼 등록금"이라며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을 다 받아도 사립대학교 등록금의 반값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학자금 대출의 학점 제한을 완화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데 힘을 쓰되 근본적으로는 등록금 자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은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엄연한 '빚'이다. 빚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를 할수록 쌓이기 마련이기에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비싼 대학 등록금과 녹록지 않은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더미에 앉는 대학생들이 청년 세대 전체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자 거치기간 : 대출을 받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상환에 있어 대출소비자들이 금액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 이자만 납부하는 일정 기간.
 

글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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