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도 맘 놓고 할 수 없는 현실을 돌아보다.


"대외활동에 사기도 있나요?”


대학생들이 학문의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학점, 공인영어성적, 자격증 등은 기본이고 다양한 대외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학내일 연구소에서 전국 남녀 대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대학생 대외활동·공모전 실태 조사 연구 리포트」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각종 활동에 대외활동까지 접수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당신은 이러한 대외활동에도 일명 ‘사기’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는 학생들에게 기업의 대외활동은 매혹적이기에 이를 이용해 일부 기업들은 학생들의 열정을 착취하기도 한다.


대외활동, 얻을 것이 없다?


일명 ‘사기’라고 불리는 몇몇 대외활동의 문제점으로는 ▲부실한 활동 내용 ▲약속한 혜택의 불이행 등이 있다.


#대학생 기모씨는 지난여름 프로보노 국제협력재단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볼런투어 캠프’에 서포터즈로 참여했다. 이 캠프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공익 증진을 추구하는 봉사활동 여행으로, 참가자가 제주도 왕복 비행기 값만 부담하면 나머지 5박 6일 간의 숙식과 여행비용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숙식은 너무나 부실했고, 계획했던 활동들도 사전 준비 미흡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캠프 내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150여 명의 서포터즈들에게 확실히 안내되지 않았고 결국 많은 학생들의 불만을 낳고 끝이 났다. 기씨는 봉사활동 시간은 받았지만 그 외의 어떠한 보람도 느끼지 못했고, 수료증 역시 신청한 사람에게만 원본을 보내준다는 공지를 받았다.


#ㅁ모씨는 지난 2012년 말 한 매체에서 대학언론을 표방하는 기자단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 했다. 사측은 예산 2억으로 우수기자들에게 전액·반액 장학금을 지원해준다고 약속했고 이에 100여 명의 학생들이 지원했다. 기자를 꿈꾸는 ㅁ씨는 열성적으로 활동에 임했으나 사측의 교육과 관리가 부실했고 장학생을 선정하는 어떠한 절차도 없었다. 더구나 활동이 끝나고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는 폐쇄 됐으며 ㅁ씨를 포함한 학생들의 기사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년 후 ㅁ씨는 반액 장학생으로 선정됐다는 회사의 연락을 받았으나 그마저도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매달 10~15만 원 정도 몇 차례 받고 끝이 났다.


이렇게 학생들의 기대와 다른 대외활동 운영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던 대학생들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기씨는 “열정을 갖고 참여했는데 고생만 하고 보람도 결과도 없다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고 말했다. ㅁ씨 역시 “처음 하는 대외활동이었는데 회사의 부실한 운영으로 학생들의 열정도 식고 활동이 흐지부지돼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대여섯 개의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조모씨는 지난 2013년 한 소규모 광고회사에서 프로모션을 기획·집행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활동비 지급과 함께 회사 대표가 운영하는 유학원을 통해 어학연수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제로 성과를 올리며 열심히 활동했던 조씨는 공동우승을 했지만, 활동이 끝나자 회사의 대표는 잠적해 버렸다. 광고회사는 문을 닫았고 시간이 흐른 후 조씨는 대표가 운영하는 유학원을 찾아가 약속대로 어학연수를 보내달라고 주장했다. 어학연수는 잘 준비되는 듯했으나 대표의 거짓말은 끝이 없었고 결국, 어학연수는 엎어지게 됐다.
 

▲ 우수 활동자의 혜택이 명시된 인천아시안게임 서포터즈 모집 공고


이렇게 약속한 혜택을 취소해버리는 일이 비단 중소기업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인천시와 인천국제교류재단은 대학생 응원단을 5천 명 모집했고, 우수 활동자 200명에게는 해외여행 특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과 일방적인 공지 등으로 인해 중도에 많은 학생들이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무개씨는 끝까지 열심히 해 우수자로 선정됐지만 주최 측은 한 달째 감감무소식이었다. 문의 결과 인천시와 재단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워 계획을 취소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게다가 힘들게 활동을 마친 대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하지 않는 일도 적지 않다. 네이버의 취업 준비 카페인 ‘스펙업’의 게시판에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마쳤지만, 사측이 기준에 못 미친다며 수료증을 주지 않았다는 게시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활동을 증명하는 수료증을 주지 않는 것에서부터 미리 약속했던 혜택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열심히 활동한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런 대외활동들은 어쩌면 ‘열정페이’만큼이나 대학생들을 착취한다고 볼 수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 서포터즈에 참여한 아무개씨는 “휴학 후 대부분의 시간을 대외활동에 투자했는데 허탈함과 회의감이 크다”고 말했다.


피해를 해결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현실


피해 학생들은 입을 모아 ‘피해를 보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조씨는 “계약이 구두로 모호하게 진행됐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학생으로서 부담이 너무나 컸다”고 말했다. 이렇게 ‘을’이라는 학생의 신분으로는 어른들, 그리고 기업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은 일부 기업이나 여러 기관, 단체에 의해 열정을 착취당하고도 제대로 된 혜택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의 대외활동 관련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인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관계자는 “공모전 등의 약관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는 약관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지만, 대학생의 대외활동 관련 피해사례는 신고대상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소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과 학생들 간의 계약관계 불이행은 불공정거래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소송을 하더라도 이런 소송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러한 법적 제도의 부재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법적으로 ‘사기’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고, 만약 상황적인 문제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이 된다. 윤 변호사는 “대외활동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힘들어 법적인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스타노무법인의 신동환 노무사는 “학생들이 기업의 직원과 동일한 근로를 할 때는 근로기준법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대외활동에 대해 기업과 학생 간의 사용종속 관계를 확인하고 제재하는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외활동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해


청년유니온의 정책국장 정준영(29)씨는 대외활동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인 기준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급인턴에 대한 미국 노동부의 6가지 기준을 예로 들었다. 미국노동부는 무급인턴의 활동으로 기업이 이익을 봐서는 안 되고 무급인턴이 정규사원의 업무를 대신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정 국장은 “학생들이 기업의 상시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활동의 취지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하다”며 “또한 약속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 역시 기업들이 대학생들을 착취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 대학생들을 근로자로 여기고 대가를 주도록 해야 한다”며 “대외활동에서 하는 활동을 명시하고, 그 외의 일은 하지 못하도록 근로 감독을 하는 법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측에서 사용종속 관계 확인 지표를 대외활동의 기준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스펙을 초월하는 채용’을 외치고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대외활동 기회들을 쉽사리 놓지 못한다. 한편, 기업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학생들을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계속해서 학생들을 찾게 된다. 청춘이라는 푸른 봄에 싹을 틔우려 하는 대학생들에게 거름이 아닌 쓰레기를 제공하는 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자성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외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법적인 정책 기반이 마련된다면 대외활동은 학생들이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자료사진 2014 인천아시아 경기대회 청년서포터즈 공식카페,
넷스터미디어, dat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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