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일자리 경쟁, 상생을 도모해야

당신은 ‘알포 세대’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최근 등장한 이 단어에서 ‘알포’란 ‘아르바이트’와 ‘포기’의 합성어로 아르바이트 구직이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이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사실 청년들의 취업난은 매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돼왔다. 그리고 이러한 취업난에 이어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루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부족해 청년들이 구직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은 예전엔 흔치 않은 현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청년층들이 주를 이루던 아르바이트 일자리에까지 대거 진출하면서 아르바이트 구직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얼마 전 조사된 통계 결과를 본다면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전쟁은 이제 더 이상 머나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알바를 찾는 청년과 중·장년


경제 불황이 찾아오고 취업 전선이 먹구름일수록 아르바이트 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이한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취업난에 매년 아르바이트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구직은 다소 굼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주영(인예국문·11)씨는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면 중년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아르바이트 일자리 자체는 많지만, 우리 세대들이 좋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구직자 수 변동 추이는 중·장년층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20대의 경우 지난 2010년 구직자 수는 21만 2천250명이었지만 지난 2014년에는 54만 7천995명으로 158.2%가 늘어났다. 하지만 50대 구직자는 지난 2010년 2천944명에서 지난 2014년 1만 8천297명으로 무려 521.5%가 급증했고 60대 구직자의 경우 같은 기간 288명에서 3천460명으로 1,101.4%라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이 같은 중·장년층들의 아르바이트 구직이 그간 청년층이 주를 이뤘던 아르바이트 자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50대 이상 구직자 이력서 지원 현황을 보면 커피전문점의 경우 지난 2011년 502명에서 지난 2014년 3천718명, 제과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은 같은 기간 각각 409명에서 2천441명, 264명에서 1천803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통계 자료는 중·장년층들의 아르바이트 진출이 청년층 구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계명대 사회학과 임운택 교수는 “고용시장 악화로 중·장년층이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살리기 어렵다”며 “지난 몇 년 사이 베이비붐 세대들이 줄줄이 은퇴하고 있어 이러한 ‘알포 세대’ 현상은 앞으로 심화될 전망”이라 말했다.
 

▲ 세대별 아르바이트 구직자 수 변동 추이 (자료출처 : 알바천국)


모두에게 힘든 일자리 속사정


앞서 살펴봤듯이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 구직은 고용시장 악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대기업의 평균 정년은 57.3세, 근속연수가 20년이 채 안 되는 현실에 정년을 맞이한 중·장년층이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 재취업은 필수다. 하지만 퇴직한 중·장년층들의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기업들이 경력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책정하기 곤란하다는 점과 젊은 사원들과의 융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장년층들의 고용을 꺼리는 경향 때문이다.
서울시 구로고령자취업알선센터 이은주 과장은 “최근 취업시장에 대거 등장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재취업 의지는 강하다”며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민간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어려워 환경미화원이나 가사도우미와 같은 단순 노무직으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경력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숙련노동 위주의 일자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최근 벌어지는 청년층의 ‘알포 세대’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의 이념논란은 청년과 중·장년, 세대 간 갈등 현상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청년과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 구직 대결 또한 세대 간 갈등요소 중 하나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취업 시장에서까지 중·장년층과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은 자연스레 그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임 교수는 “구직문제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와 기업이 우리 사회 수준에 맞는 좋은 일자리,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알포 세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구직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알포 세대’ 현상은 단순히 구직 문제를 떠나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일자리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세대 간 대결 구도로 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보는 이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들 세대의 구직난을 두고 아버지 세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제 살을 깎아 먹는 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네 탓, 내 탓을 가리며 청년과 중·장년 세대의 구직난에 특정한 갈등 요소를 찾기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세대들을 아우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글·그림 송진영 기자 
 sjy0815@yonsei.ac.kr


<자료사진 서울신문>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