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행된 생활임금제, 그 장점과 맹점

▲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청년의 모습

신촌캠 새내기 연돌이는 개강 첫 수업부터 자고 말았다. 얼마 전 시작한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때문이다. 서울 근교에서 통학하며 생활비를 부모님께 지원받고 있는 형편이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교통비와 용돈만이라도 벌어보자고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이지만 학업과 동아리 활동에 지장이 가지 않는 시간에 하려고 하니 몸이 고단해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연돌이는 그렇게 첫 수업부터 잠이 들었다. 연돌이가 받고 있는 시급은 6천 원으로 2015년 최저임금 5천580원보단 많이 받는 편이지만 이 돈만으로는 생활을 꾸려가기 역부족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갖지 못하는 최저임금


지난 2013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4천860원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면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26개국 중 17위에 해당하는 급여다. 26개국 평균 최저임금인 6.8달러의 2/3 수준에 조금 못 미쳤다. 2년이 지난 2015년 최저임금은 5천580원, 2년 전보다 720원 인상됐으나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근로자가 물가수준보다 저렴하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27명의 노·사·공익위원으로 이루어진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의결한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현 방식은 최저임금을 인하할 수 없는 시스템이지만, 노동계는 임금 인상 폭이 적다는 지적을 매년 반복한다. 천안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민수(건축학과·14)씨는 “최저임금만으로는 돈을 모으기 어렵다”며 “요새 커피값도 6천 원이 넘어가는 곳이 많은데 이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할 때면 서글프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려는 생활임금제


이러한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제’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만으로는 근로자의 현실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공공기관에서 판단한 것이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더불어 물가상승률, 근로자의 평균 가계지출 수준 등의 요소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결정되며, 시행대상은 공공기관과 공공기관의 위탁 용업 업체에서 고용한 근로자이다. 지난 2013년 경기도 부천시에서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서울시 노원구, 성북구, 도봉구와 인천 부평구, 광주광역시 광산구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역시 지난 2월 9일 생활임금제 도입을 위해 ‘서울특별시 동작구 생활임금조례안’을 구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25일에는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올해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역시 오는 5월부터 ‘광주형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기로 지난 2월 26일 발표했다. 생활임금은 자치단체별로 다르게 책정되나, 2015년 서울형 생활임금 기준으로 6천687원이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인 5천580원보다 약 20% 높은 금액이다. 광주시에서는 아직 생활임금 수준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의 생활임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생활임금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동작구 일자리경제담당 김광인 주무관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생활임금제는 이들의 문화생활 향유, 교육의 질 개선 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생활임금제도 도입의 취지를 밝혔다. 고정욱(철학·14)씨는 “시급이 6천687원으로 인상된다면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쳤다.


생활임금제,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저임금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생활임금제도지만, 아직 도입 초기단계인 만큼 제도적 차원에서 완전하지 못하다. 현재 생활임금이 적용되는 대상은 공공기관 혹은 공공기관의 위탁 용역 업체의 근로자로 한정된다. 김 주무관은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생활임금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며 “편의점, 카페 아르바이트 등 민간분야까지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생활임금이 가지고 있는 숙제”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많은 이들이 생활임금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자칫 형평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제도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생활임금제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씨는 “인터뷰 이전까지 생활임금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며 “좋은 제도임에도 잘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근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있다. 이에 이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최저임금 아르바이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임금제의 시행은 대학생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아쉬움만 더욱 커질 뿐이다. 현재, 생활임금제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정책적 보완과 대상의 확대, 적극적 홍보를 통해 이런 기대와 아쉬움을 만족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촉구해야 한다.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자료사진 알바연대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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