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종류와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 대한민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옛 기억 되돌리기에 빠져있다. 길거리에선 옛 노래들이 들리고, 옷가게엔 그 시절의 청바지, 청자켓이 진열되어 있다. 복고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복고 열풍은 TV프로그램이나 영화, 패션분야를 통해 그 어떤 유행보다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그럼 각 분야에서 어떤 복고 열풍이 불고 있고, 이들의 원인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90년대를 그 모습 그대로! TV 속 복고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TV 속 복고 열풍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아래 토토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가요에 대한 향수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부터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등의 드라마들이 복고열풍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도 『20세기 미소년』라는 90년대 아이돌들이 뭉친 예능 프로그램이 당시 그 아이돌들을 좋아했던 팬들의 반응을 얻은 적도 있었다.
TV 속 복고 열풍의 특징을 짚자면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90년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는 우리나라가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어 다양한 대중문화가 꽃을 피우던 시절이었고 이를 당시 사람들은 TV를 통해 향유했다. 그렇기에 다른 매체가 아닌 TV가 당시 사람들이 열광했던 90년대의 문화를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큰 화제가 됐던 「토토가」를 보자. 「토토가」는 90년대를 뜨겁게 달군 노래들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당시 방송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제작진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360도 회전시키는 그 당시의 카메라 기법, 90년대의 글자체를 사용한 자막, 또 ‘100만 볼트짜리 고음’과 같은 옛날 유머들은 시청자들을 그 옛날로 데려가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60·70년대, 필름 속 복고

▲『국제시장』의 한 장면

반면 TV와 달리 최근의 스크린은 TV보다는 조금 더 오래된 60·70년대의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 시절의 가족과 가장의 모습을 그린 『국제시장』과 『허삼관』, 그리고 전설적 포크 그룹 트윈폴리오의 이야기를 각색한 『세시봉』이 그 대표적 예다.
60·70년대는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이 한창일 때임과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옛날 특유의 정이 남아있던 시기. 이러한 60·70년대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비교적 최근인 90년대와 달리 당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층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는데 최근의 복고 영화들은 이를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가족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이나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세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이러한 복고 영화들은 세대 간의 소통에도 기여한다. 우리대학교 한상윤(QRM·14)씨 역시 영화 『쎄시봉』을 보고 “세시봉이 음악 감상실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영화의 스토리도 좋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떤 음악을 어떻게 즐겼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영화 속의 복고는 단순히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60·7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당시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겐 그때의 모습을 가르쳐줘 세대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당신의 패션에 개성을 더해줄 복고패션

▲ 선명한 플라워 패턴의 셀린느 2015 S/S 콜렉션


이러한 복고라는 문화적 흐름은 영상매체에서 그치지 않고 옷,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먼저 복고 패션이 유행하면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소재는 바로 데님이다. 90년대 유행한 청청패션이 시대가 바뀌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촌스러움의 대명사가 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최근 복고 패션이 유행하면서 ‘옷 좀 입는다’ 하는 사람들은 다시 청청패션을 찾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시절 학생들 사이에 소위 ‘떡볶이 코트’라 불렸던 더플 코트 역시 이번 겨울 길거리를 수놓았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봄과 여름, 당신을 좀 더 돋보이게 만들어줄 복고 아이템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플라워 패턴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형형색색의 꽃무늬 아이템들은 복고 열풍에 힘입어 이번 봄에도 유행할 예정이다. 2015년 S/S 시즌에 샤넬, 생로랑, 셀린느 등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플라워 패턴의 옷을 내놓고 있는 것. 매거진 『까사』에 따르면 플라워 패턴은 색깔이나 크기, 배치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 중에서도 올해 유행할 플라워 패턴은 복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원색의 꽃무늬라고.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

대중문화 평론가 이문원 씨에 따르면 최근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자신이 가장 즐거웠던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기 시작한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20대는 높은 취업의 벽 때문에, 또 30대나 40대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복고는 이들을 이러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특히 90년대는 ‘가요계의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적 아이콘들이 등장한 시기다. 따라서 사람들은 지금은 채울 수 없는 행복에 대한 욕구를 당시의 기억을 꺼내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 평론가 배국남 씨는 “아날로그적 특성을 드러내는 1990년대 복고 대중문화가 인간 본연의 날 것과 사람의 정 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해 인기가 높다”며 “고용 없는 성장,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안전망 부재 등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달픈 삶이 복고를 소환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 씨는 복고열풍의 원인에 대해서 "복고 열풍이 한국대중문화의 성장이나 자부심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간 한국 대중문화가 옛 문화 콘텐츠들을 통해 진정한 한국대중문화의 정체성과 전통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하씨에 따르면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그 뿌리를 확인하고 재흡수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자부심이 대중들의 더 많은 참여를 낳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신세대에게 소외당했던 자신들의 문화가 자랑할 만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젊은 층은 한국문화의 뿌리가 상상 이상으로 크고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한 번 복고에 열광하고 있다.

이렇게 최근 불고 있는 복고열풍이 TV, 영화, 패션이라는 분야에서 어떻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진단해봤다. 프랑스 문학가 생트 뵈브는 ‘시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맞이해야하지만 추억만큼은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는다. 몇 세대가 지난 지금 이렇게 복고 열풍이 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자료사진  MBC, 국제시장, 셀린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