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체험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말 그대로 ‘복고’가 대세다. TV 속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까지 ‘복고’만 가져오면 ‘대박’이 터진다. 하지만 우리가 접했던 복고의 유행 속에 우리는 대부분 받아들이는 입장, 즉 수용자일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째 유행이라는 복고,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즐길 수는 없을까? 단순히 바라보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복고를 직접 즐겨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기자들이 복고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봤다.

애들은 가라! 어른들의 복고 클럽, 밤과 음악사이

▲ 스테이지 위의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토토가」가 인기를 끌면서 SNS에는 방송을 보며 ‘흥이 오른’ 시청자들의 다양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방송을 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이 ‘흥’을 주체할 수 없는 당신이라면 주목!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뿐 아니라 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밤과 음악사이(아래 밤사)’다. 밤사는 기존 클럽들과 달리 8090가요를 주로 틀어주는 것이 특징. 그래서 밤사에는 옛 추억에 잠겨 음악과 춤을 즐기려는 넥타이 부대도 보이고, 단체로 회식을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밤 9시 30분까지는 주로 테이블에서 발라드 노래를 들으며 삼삼오오 맥주를 즐기는 분위기지만 밤 9시 30분 쯤 댄스곡이 나오기 시작하고 스테이지의 조명이 켜지면 이내 스테이지는 사람들로 꽉 찬다. 밤사의 장점은 귀에 익숙한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클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쉽게 마음을 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난생 처음 가 본 클럽에 어색해하며 ‘소맥’만 홀짝거리던 기자도 SES, 터보 등 아는 가수들의 노래가 나오자 신이 나서 무대로 뛰어갔을 정도이니, 클럽이 막연히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밤사를 먼저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 밤사에는 ‘애들은 가라’라는 나이제한이 있는데 2015년 기준 1992년생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알아두자. 밤사에 처음 와봤다는 김지은(경제·11)씨는 “나이대가 높다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났다”며 “초등학교 시절 듣던 노래를 떠올리며 춤과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에 맞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른’들의 특별한 그 곳 밤사. 밤사는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가까운 홍대부터, 강남, 이태원 등 다양하게 위치해 있으니 궁금한 사람이라면 가까운 곳을 찾아가보길!

영화 『써니』 속 음악의 숲으로

▲ LP판이 벽면에 빽빽하게 꽂혀 있다.

지난 겨울 「토토가」가 복고 열풍을 몰고 왔다면, 2011년 5월에는 영화 『써니』가 그랬다, 영화에서 주인공 나미와 그녀의 첫사랑이 함께 방문하고 재회했던 음악다방을 기억하는가? 『써니』 속 바로 그 음악다방이었던 ‘음악의 숲’에 복고를 체험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나와 골목길 사이사이로 들어가다 보면 ‘음악의 숲’이라고 적힌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특유의 옛날 냄새가 나고 다방에 들어서면 빽빽이 꽂힌 LP판과 옛날 어항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이런 요소들이 꼭 1980년대 다방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곳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커피보다는 맥주가 주 메뉴라는 것이다. 각 테이블마다 강냉이는 덤! 5천 원으로 시원한 맥주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주 고객층은 다름 아닌 우리들 부모님 세대다. 이날 손님들 중 젊은 축에 속했던 박광영(31)씨는 “교수님들이나 주로 나이 많으신 분과 회식을 할 때 한 번씩 들리는 편”이라며 “옛 향수를 느끼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의 숲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LP판에서 구현되는 빵빵한 사운드! 마치 가수가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의 숲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메인이다. DJ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장님은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해 음악을 직접 선곡한다. 손님의 연령대를 고려하기 때문에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와 같은 20대 초반인 우리에게 익숙한 팝송들도 들을 수 있다. 또한 테이블마다 볼펜과 메모지가 구비돼 원하는 노래가 있다면 직접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음악의 숲의 또 다른 재미.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쯤, 음악의 숲에 방문해 가벼운 맥주 한 잔과 함께 옛 추억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서울 풍물 시장

▲ 각종 옛날물건을 판매하는 풍물시장의 한 상점.

복고 열풍에 힘입어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소품들에 대한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다. 타자기, LP판, 삐삐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물건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을 찾는다면 신설동에 위치한 ‘서울 풍물 시장’이 당신에게 답이 될 것이다. 풍물시장은 1950년대 종로구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서 시작돼 동대문으로 옮겨졌다가 지금의 신설동에 위치하게 됐다.
풍물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통 문화 체험관을 볼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한지공예, 부채 만들기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풍물시장은 단순히 옛날 물건을 모아 놓은 벼룩시장의 개념을 넘어 한국 고유의 생활 용품,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신라시대 느낌이 나는 금관부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생각나는 옛날 교복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박물관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옛 물건이 많은 풍물시장의 특성상 중년의 방문객들이 많지만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울 투어를 제공하는 봉사단체인 ‘서울 메이트’가 신입단원 교육차 풍물시장에 방문했던 것. 서울 메이트 회장 김도완(서울과기대, 산업공학·11)씨는 “풍물시장은 옛날 물건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을 느낄 수 있다”며 “외국인들도 풍물시장을 둘러보며 흥미로워 해 코스로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도 풍물시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실제로 종이딱지, 불량식품, 전선으로 만든 가방 등등 1980년대 소품을 위주로 파는 ‘서울 근현대사’의 사장 김경한씨는 “취미로 옛 물건들을 수집한지 30년 정도 됐다”며 “다른 사람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고 공유할 수 있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건 판매를 넘어 손님들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들과 오랜 시간 물건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김씨의 모습에서 수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위에 소개된 밤사, 음악의 숲, 풍물시장 외에도 복고 사진관, 복고 카페 등 복고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잠시나마 지금의 현실을 잊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면 복고 체험을 통해 그 때 그 시절 추억을 떠올려보자.

글·사진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남유진 기자
yujin22@yonsei.ac.k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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