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노래 from A to Z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줘요~
-영화 『수상한 그녀』 OST 중-

지난 2014년 연말과 올해 초 90년대 가요 열풍을 일으킨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아래 토토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영화 『세시봉』, 『수상한 그녀』 등으로 인해 복고열풍은 점점 가열되는 추세다. 사람들이 위의 노래 가사처럼 지낸 날들을 잊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복고에 열광하고 있다. 위의 노래는 그룹 ‘새샘트리오’가 지난 1978년에 발표한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다. 이는 당시 미국으로의 이민 열풍을 가늠하게 해주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를 『수상한 그녀』에서는 현시대에 맞게 편곡해 선보였다. 과거의 것을 현재의 입맛에 맞게 바꿔 새롭게 접근하는 사람들. 세대별로 어떤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옛날로 떠나보자.

1980년대, 격동의 시대

먼저 4~50대가 주로 추억하는 노래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노래였다. 이지환(48)씨는 “당시 민족운동을 하며 투쟁의 시대를 겪어왔는데 그 시절 나온 노래는 항상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즉, 노래는 정치적 선전, 선동을 충분히 드러내는 선전 매체가 됐다는 것. 그들은 노래가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노래 매체의 문화적 의의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1980년대 음악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아래 노찾사)*에서 건반을 맡았던 석지현(50)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부르며 당시 민주화운동을 회상한다. 석 씨는 “이 노래를 부르면 투쟁을 하던 시절이 기억난다”며 그 시절 노래가 가졌던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이철영(41)씨는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 중 ‘여행스케치’의 노래와 감성적인 발라드도 기억나지만 민중 가수 안치환의 「솔아솔아 푸르른솔아」***와 같은 노래도 기억난다”고 했다. 1980년대의 많은 노래는 이렇게 정치적 선전 매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또한 노래는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향유된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1980년대의 수많은 가수는 이런 장점을 생각하며 건강한 노래의 창작과 노래의 정서적 감동을 통한 일정한 내용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1980년대는 노래패의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로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를 중심으로 각 대학 노래패들의 공연이 활발했다. 이 밖에도 그룹 ‘꽃다지’와 ‘노찾사’와 같은 노래패 출신 가수들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권진원, 안치환과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광석 등이 1980년대 대표적인 가수였다.

1990년대, 가요계의 열풍

30대는 보통 1990년대 우리나라를 뜨겁게 불태웠던 가요계의 바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90년대 초 가요계의 중요한 화두는 ‘힙합’으로 그 당시 힙합은 대중들에게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박종호(34)씨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난 알아요」, 「Come Back Home」, 「너에게」 등 많은 노래를 회상했다. 지난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당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며 한국 가요계에 힙합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특히 이 시대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혼재된 가요계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힙합 이외에도 발라드, 소울, 재즈 등 각각의 특징을 가진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당시 김건모, 쿨, 지누션 등 최근 큰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인 토토가에서 공연을 했던 가수들이 큰 활약을 했다. 임재근(31)씨는 “김건모 노래 중 「잘못된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며 “멜로디도 좋았고 가사를 보면 실제로 있을법한 일이라 공감을 해 열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30대는 1990년대 쏟아져 나왔던 다양한 대중음악들을 추억 속에 담고 있었으며 음악을 통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2000년대, 아이돌의 시대

20대가 느끼는 복고의 키워드는 바로 ‘아이돌’이었다. 20대는 중학생 시절 들었던 아이돌의 노래들을 회상하며 케이팝 아이돌 노래들에 대한 애착을 보여줬다. 오은총(행정·12)씨는 “지난 2001년 발매된 god의 「길」이라는 곡이 생각난다”며 “초등학생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처음으로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종현(UD·14)씨는 “중학생 때 빅뱅이나 소녀시대가 데뷔해 큰 인기를 몰았다”며 “특히 원더걸스의 텔미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말하며 그 당시 뜨거웠던 아이돌 열풍을 묘사했다. 신지연(언홍영·14)씨 또한 “중학생시절 동방신기를 매우 좋아했는데 특히 「믿어요」라는 노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20대들이 기억하는 복고는 결국 케이팝 열풍이었으며 기자또한 이 시절 있었던 아이돌 노래들을 가끔 노래방에서 부르곤 한다.

노래는 한순간에 우리 모두를 공감케 한다. 우리가 모두 함께 겪었던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꺼져가는 비탄, 가슴 에이는 슬픔, 몸부림치는 격동, 버리지 못하는 연민, 잡히지 않는 동경, 분노 등 그 무엇도 한가락의 선율 안에 담아 둘 수 있다. 그리고 때로 꺼내어 보고 또 다시 감회에 젖기도 한다. 함께 불러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일을 다짐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는 영원한 친구이며, 경험이고, 기록이자 추억이다. 그래서 복고 열풍은 바로 노래가 담고 있는 추억 때문이고 사람들은 언제든지 옛날 노래를 들으며 자신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가끔 삶이 괴로울 때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는 것은 어떨까?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8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쳐 한국에서 활동한 민중가요 노래패이다. 흔히 줄여서 노찾사라고 부른다.
**임을 위한 행진곡 : 대한민국의 민중가요로, 5·18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하여 1981년 작곡됐다.
***솔아솔아 푸르른솔아 : 안치환이 작곡한 민중가요. 민중가요로서는 최초로 대중가요 순위에 올랐던 곡으로 민중가요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큰 역할을 했던 곡이다. 1989년도에 발매된 노찾사 앨범 2집에 수록되어있다.
****메아리 : 메아리는 1977년 창설된 서울대학교의 교내 동아리로, 민중가요를 창작하고 부르는 노래패이다.

 

글 최재현 기자
choigui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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