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지난 2011년부터 대학가마다, 번화가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그것. 적어도 3,4학년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세계맥주전문점’이다. 세계맥주전문점들은 대형 냉장고(?)들 안에 다양한 맥주를 비치해놓고 손님이 직접 원하는 맥주를 가져다가 마실 수 있게 해 당시 인기를 끌었다. 올해 4학년인 기자도 당연히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이 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들락거렸다. 그런데 갈 때마다 맥주 종류가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떤 맥주를 골라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기자처럼 ‘아르바이트생에게 뭐가 맛있냐고 묻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젠 나만의 맥주를 찾고 싶어’ 했던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정~도만 알면 맥주 좀 아는 척할 수 있다!’

Step 1. 에일과 라거 - 맥주학개론의 첫걸음

각 국의 대표 맥주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기본적인 맥주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16일, 언론에는 국산 에일 맥주가 수입맥주 가격할인에 밀려 매출 성적이 부진하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아마 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에일이 뭐지? 새로운 브랜드 이름인가?’ 했을지도 모른다. 에일이 맥주의 한 종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도 에일 맥주가 어떤 맥주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일과 라거, 도대체 뭐가 다를까?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에일, 라거, 람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람빅은 벨기에 일부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생발효맥주이기 때문에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분류된다. 에일은 맥주가 발효될 때 위로 떠오르는 ‘상면발효 효모’로 만들어지고, 라거는 아래로 가라앉는 ‘하면발효 효모’로 만들어진다. 발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에일과 라거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데 일반적으로 에일은 색이 짙고 도수가 높은 편이며 진한 풍미가 돋보인다. 반면 라거는 금빛에 탄산감이 있어 청량감이 좋고, 도수는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에일과 달리 쓰지 않고 깔끔한 맛과 가벼운 풍미를 가진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든 한국 맥주들을 포함, 전 세계 맥주의 90%가 라거 맥주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에일 맥주가 더 전통이 깊다. 이제 에일과 라거를 구분한 당신. 맥주학개론의 첫걸음은 뗀 셈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대륙별 세계 맥주를 살펴보자.

Step 2-1. 아메리카, 맥주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먼저 아메리카의 맥주에 대해 알아보자! 아메리카하면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가 있지만 맥주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2013년 나라별 맥주 소비량 및 생산량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나라이다. 미국 맥주는 다른 나라 맥주에 비해 발효, 저장시간이 짧다. 그래서 대부분 색이 엷고 맛이 담백하다.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맥주는 버드와이저다. “맥주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버드와이저는 매년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슈퍼볼*기간이 되면 거의 모든 광고는 버드와이저가 싹쓸이한다. 하지만 버드와이저가 또다른 특별한 점은 바로 이름의 유래가 체코에 있다는 것이다. 체코의 체스키부데요비체(Ceske Budejovice)는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라는 맥주로 유명하다. 이 맥주 맛에 반한 아돌프 부쉬가 비슷한 맥주를 개발했고 그것이 바로 ‘버드와이저(Budweiser)’가 됐다. 미국의 대표 맥주가 한참 떨어진 체코에서 유래됐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한편 지역에서 이름이 유래된 미국맥주도 있다. 바로 밀워키라는 지방에서 생산된 맥주인 밀러다. 밀워키는 미국 최대의 맥주 양조도시인데 독일계 주민들이 많이 이주해서 예전부터 맥주산업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밀러라는 맥주 이름은 바로 이 도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앞으로 버드와이저나 밀러를 마실 때 이름의 유래 이야기를 슬쩍 꺼내보자. 어느새 당신은 맥주 전문가!

Step 2-2. 아시아, 세계맥주시장의 ‘rising star'

이번에는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가보자! 아시아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단맛이 덜하고 텁텁한 맛, 소위 드라이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아시아 맥주는 점점 세계맥주시장에서 떠오르는 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아사히는 외식업소 증가, 롯데 유통망의 지원, 제품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일본 아사히와 롯데칠성음료의 합작사인 롯데아사히주류의 국내 매출은 2006년 120억 원에서 지난해 592억 원으로 4년 만에 5배 가까이 커졌다.
아사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차승원 엔젤링 광고! 많은 사람들이 광고에서 나타난 엔젤링이 심한 과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사히하면 엔젤링을 떠올린다. 엔젤링은 아사히뿐 아니라 다른 맥주들도 가지고 있지만 아사히가 광고를 통해 ‘엔젤링은 곧 아사히다’라는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강하게 전달하면서 광고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국에도 일본의 아사히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맥주인 칭다오가 있다. 칭다오맥주는 역사가 이미 100년이 넘을 만큼 오랜 전통이 있고 이 100년 동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이 맥주는 독일 맥주의 전통을 잇는 맥주로 유명한데 독일식의 맥주 순수령**을 따라 그 생산 방식을 이어냈기 때문이다. 순수령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쌀이 첨가된다는 점이 칭다오만의 매력! 그래서 맑고 청량하며 시원한 맛과 함께 곡물이 들어가 맥주 풍미를 더한다.

Step 2-3. 유럽, 둘째가라면 서럽지

아무리 아메리카의 맥주가 깔끔하고, 아시아의 맥주가 성장세라고 해도 사실 맥주하면 유럽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기준 국민 1인당 맥주소비량 자료에서 8위의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유럽의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유럽인들의 맥주 사랑은 다른 문화권에 비해 돋보인다. 유럽의 맥주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에서는 에일 맥주를 즐겨 마시고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등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라거 맥주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뜨거운 유럽 맥주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는 무엇일까? 그 영광의 주인공은 맥주의 본고장이라는 독일도, 국민 1인당 맥주소비량 1위 체코도 아닌 네덜란드의 맥주 하이네켄이다. 하이네켄은 국내 수입맥주 시장점유율 순위 3위(2011년 자료)이자 유럽맥주 중 1위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맥주 맛도 맛이지만 하이네켄의 돋보이는 특징은 바로 초록색 병. 묘하게 맑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하이네켄의 초록색 병은 전부 갈색이던 당시 맥주병들과 비교해 획기적인 시도였다, 결과적으로 하이네켄의 ‘모험’은 성공했고, 초록색 병은 하이네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 후 맥주병의 색, 디자인에서 다각적인 시도가 이뤄졌고 현대에 이르러 맥주병이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됐다. 대표적으로 하이네켄의 초록색 병은 맥주병 디자인에 있어 혁명적인 지위를 지닌다.
벨기에의 호가든 맥주 역시 특이한 병 모양을 가지고 있다. 호가든 병의 목 부분은 다른 맥주병보다 훨씬 볼록하게 생겼다. 이것은 병을 기울여 맥주를 따를 때 볼록한 병목에서 맥주가 잠깐 멈추게 해서 병에 있는 2차 발효 생성물이 한 번 더 잘 섞이게 해준다. 또한 병 아래쪽에 거꾸로 박힌 로고도 바닥에 깔려 있는 2차 발효 생성물이 잘 섞이게 하려고 병을 거꾸로 세워 진열해 두기 때문에 도입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이 특별한 디자인은 병 바닥에 효모가 가라앉아 있는 호가든의 풍미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준다.

Step 3. 음악과 함께 즐기는 세계맥주

각 국의 다양한 맥주를 보고, 지금 이 순간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한 사람이라면 주목! 야외광장에서 음악과 함께 다양한 세계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지난 12일 화려하게 개막한 “2014 송도세계맥주문화축제”다. 송도세계문화축제는 올해 4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맥주축제로 매회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여해 즐기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축제다. 이번 송도세계문화축제는 경인방송의 주최로 열렸는데 경인방송 홍보팀장 김영주 씨는 “이번에는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환영행사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시원한 야외광장에서 라이브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송도세계문화축제가 맥주축제인 만큼, 맥주 축제 곳곳에 설치된 ‘Beer Zone’에서는 평소에 우리가 볼 수 없는 다른 나라의 맥주를 볼 수 있었다. ‘Beer Zone’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인천대학교 민유정(세무회계학·10)씨는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특이한 맥주들도 많이 팔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들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에 참여했던 유재용(UD·14)씨는 “학교와 가까워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러 왔다”며 “음악과 함께 맥주를 즐기게 한 아이디어가 좋지만 마케팅이 부족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축제인 만큼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지역주민 톰 쿠지널(57)씨는 “이렇게 축제에 와서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다양한 세대의 음악까지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는 지난 20일 막을 내렸지만 매년 송도에서 개최되니 맥주 마니아라면 꼭 기억해두자.

어쩌면 세계맥주전문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이제는 스몰비어와 크래프트비어가 대세지’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근처 편의점만 가보더라도 수입맥주를 열 종류 이상 찾아볼 수 있다. 3년 전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수입맥주의 대형마트 시장점유율은 지난 5월 말 26.3%까지 확대됐다고 하니, 수입맥주 그야말로 ‘정말 많이 컸다’. 어느새 우리 바로 근처에 와있는 다양한 수입맥주들. 맥주 종류들을 줄줄이 외울 수는 없지만 이 정도라도 알고 간다면 맥주를 보는 눈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수많은 맥주 앞에서 막막하기만 했던 당신, 이젠 자신만의 맥주를 찾아보자!

* 슈퍼볼: NFC 우승 팀과 AFC 우승 팀이 서로 싸우는 NFL의 챔피언십이다. 가장 큰 미식축구 대회이며,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
** 맥주 순수령: 독일의 빌헬름 4세가 1516년 맥주의 품질 향상을 위해 보리·홉·물의 3가지 원료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령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
최재현 기자 @choiguitar
사진 유자헌 기자 @jyoo29
그림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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