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비어의 매력부터 논란까지

평소 자주 찾는 술집들을 생각해보자. 기자가 자주 찾는 술집은 멋들어진 엘피 음악 소리가 흐르고 테이블 위에는 메뉴판이 올려져 있다. 메뉴판을 집어 대충 가격을 보니 기본적인 안주인 치킨만 해도 1만 5천 원에 가깝다.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 그런데 요즘 신촌을 포함한 여러 번화가에서 규모는 작지만 싼 가격과 특유의 분위기로 인기몰이를 하는 맥주 가게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를 표방하는 스몰비어* 가게(아래 스몰비어)들이 바로 그 주인공! 스몰비어는 지난 2012년부터 빠르게 그 수가 증가해 요즘엔 어디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스몰비어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며 그 인기와 더불어 불거지고 있는 스몰비어 브랜드들 간의 상표권 논쟁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격은 스몰, 매력은 빅!

먼저 스몰비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간 ‘봉구비어’ 신촌점에서 점주 김진환(52)씨는 스몰비어의 매력을 “싸고, 맛있고, 부담 없고”라는 말로 압축했다. 실제로 스몰비어는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특히 생맥주는 2천500원이며 안주의 경우에도 그 가격이 2천 원부터 시작해 이른바 ‘가성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평소 스몰비어를 자주 찾는다는 서울여대 한승연(20)씨 또한 “다른 술집에 비해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매력인 맛있는 맥주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점주 김씨는 “맥주의 소비량이 많다 보니 신선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여러 종류의 술을 파는 가게들에 비해 스몰비어는 생맥주를 기반으로 하는 메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맥주를 오래도록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스몰비어의 재치 있는 인테리어는 함께 온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실제로 많은 스몰비어들이 가게 이곳저곳에 귀여운 캐릭터와 ‘잘생겨서 죄송합니다’와 같이 웃음을 자아내는 문구들을 붙여 고객들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다. 더불어 스몰비어에선 가게가 좁고 주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보니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점주 김씨는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가게를 더욱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많은 대학생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도 장사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스몰비어,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스몰비어. 그렇다면 스몰비어라는 기막힌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와 관련해 그 원조는 두 곳의 맥주 집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원조는 바로 부산의 ‘낙타깡’이다. 이곳은 스몰비어의 큰 특징인 맥주와 감자튀김의 조합을 가장 먼저 시도한 곳으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감자튀김은 매일 원산지에서 공수해 온 감자로 만들어진다. 원조로서 감자튀김에 대해 갖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몰비어의 두 번째 원조는 전주의 ‘가맥’이다. ‘싼 가격에 간단히 즐기는 맥주’라는 특징이 가맥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준말로 동네 구멍가게였던 곳이 가게 밖에 작은 테이블들을 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서 생긴 개념이다. 처음에는 생필품을 사러 온 손님들이 온 김에 많이 이용했지만 이제는 전주 곳곳에서 가맥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신이 전주에 들린다면 이곳에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불붙은 상표권 논쟁

그러나 그 원조가 불분명하단 이유로 최근 스몰비어 업계에서는 그 상표권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봉구비어’와 ‘봉쥬비어’로, 한눈에 알 수 있듯이 그 이름과 상표는 물론, 가게 인테리어까지 유사하다. 이는 스몰비어가 적은 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최근 ‘봉구비어’와 ‘봉쥬비어’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한 스몰비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봉구비어 측에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봉구비어가 그 상표와 캐릭터, 그리고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치즈 스틱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갖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변리사 장수현(45)씨에 따르면 “현재 봉구비어는 상표권 등록이 돼 있는 바가 없다”며 “오히려 상표권을 가진 쪽은 봉쥬비어”라고 말했다. 사실 ‘비어’라는 단어는 보통 명칭이기 때문에 결국 두 브랜드명의 유사성을 결정하는 부분은 각 상표의 요부**인 ‘봉구’와 ‘봉쥬’다. 더불어 ‘봉구’라는 상표에 있어선 제3자인 이봉구씨가 이미 ‘봉구○,’ ‘봉구네 광양불고○’ 등의 다른 상표를 등록해 놓은 상태여서 봉구비어의 상표권 등록은 어렵다는 게 장씨의 말이다. 이렇게 봉구라는 상표가 이미 등록돼있는 상황에서 ‘봉쥬비어’의 상표가 등록된 것은 결국 특허청이 ‘봉구’와 ‘봉쥬’가 서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유사 상표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느냐’이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미 두 개의 상표는 서로 다르다는 결론이 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상표권 논란은 실효성 없는 소모적 논란이라고 볼 수 있다.

상표권 관련 논란을 떠나서 스몰비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대학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결국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음식의 질과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주 김씨의 말에서 우리는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원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감자튀김 같이 싸고 맛있는 대표메뉴와 더불어 개성을 살린 메뉴 개발해 차별화하는 방법만이 특정 브랜드들이 누군가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고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길일 것이다.

*스몰비어 : 저렴한 가격에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형태의 소규모 맥주 전문점.
**요부 : 가장 중요한 부분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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