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원TV, 투니버스, 챔프, 재능TV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채널로 익숙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채널은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접근성과 넉넉치 않은 예산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채널들은 일반 방송국에 비해 애니메이션에 집중할 수 있어 다채롭고 새로운 콘텐츠를 국내에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내 ‘방송 애니메이션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방송국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있을까?

외화를 우리의 것으로 ‘더빙을 입히다’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모두 소리를 입히고 영상을 매끄럽게 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특히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외화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제작과정은 바로 ‘더빙’이다.

보통 더빙작업은 방송국 내부의 녹음실에서 더빙작업이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원방송 편성팀 김성령 팀장은 “TV방영 애니메이션의 경우 여러 성우들이 동시에 녹음을 하지만 극장의 경우 따로 녹음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극장판의 경우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더욱 세밀하게 입모양을 맞추기 위해서다.

성우들은 특정 방송국에 소속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경우가 많다. 제작팀의 하근희 직원은 “캐릭터별로 성우들의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며 “배역별로 각자 녹음작업을 하기 때문에 한 배역의 작업이 끝나야 다른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더빙작업에는 담당PD와 성우는 물론 작가와 엔지니어까지도 모두 참여한다. 번역작가는 외국작품을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꾸고 문장의 길이를 조절한다. 그렇게 짜놓은 대본을 토대로 성우는 목소리 연기를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포켓몬스터』등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을 번역한 이선희 작가는 “해외와 다른 국내 연령등급을 맞추기 위해 적절하지 않은 대사를 바꾸는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빙작업이 끝나고 나면 비디오와 오디오를 합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는 성우 더빙,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섞는 믹싱작업을 하고, 배경 중 외국어로 돼있는 간판과 같은 외국어가 노출돼있는 장면은 CG(Computer Graphic)로 삭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섬세한 기술이 발휘돼 비로소 완벽한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다.

시청자를 세세하게 고려하라

이렇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편성팀을 거쳐야 한다. 편성팀의 주요업무는 적절한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기본 편성표인 주간편성은 물론 방학과 같은 특별한 기간을 맞이할 때나 분기별로 개편기획을 한다. 챔프TV 편성팀 정헌식씨는 “시험기간, 방학 등 특정한 시기와 일일 시청률 집계 및 분석, 타사 편성 분석 등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고려해 방영시기를 과학적으로 설계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편성된 이후에도 외화 및 국산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콘텐츠와 더빙권을 타채널에 판매하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다. 편성과 콘텐츠관리 말고도 방송운영을 위한 홍보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다. 재능TV 편성국 곽내영 PD는 “신규 프로그램이거나 주력으로 선보이는 작품의 경우 홍보를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고 말했다.

짧은 애니메이션이라도 끝나고 한참동안이나 내려오는 수많은 이름들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자막 한 자와 대사 한 줄에도 여러 사람의 노고가 깃들어있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방송국에서는 전파를 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박미래 기자 elf_in_m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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