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방은 디즈니 캐릭터나 토토로 인형들로 넘쳐나지 않는다. 외국 캐릭터들로 가득하던 애니메이션 시장에 국산 캐릭터들이 진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부가가치 산업은 지금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EBS의 『뽀롱뽀롱 뽀로로』다. 최근 4~7세 사이의 유아들 사이에서 뽀로로는 ‘뽀통령*’으로 통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영시간은 5분으로 비교적 짧지만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10년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3천8백93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뽀롱뽀롱 뽀로로』는 현재 영국, 인도, 멕시코 등 세계 1백10개국에 수출되었으며 프랑스 최대 공영방송인 TF1에서는 평균 시청률이 무려 47%에 이르렀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업고 뽀로로는 각종 부가가치 산업에도 활발히 진출해, 현재는 완구, 생활용품, 식음료, 금융 등 뽀로로 관련 특허권 사용 제품만 1천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뽀롱뽀롱 뽀로로』를 개발한 (주)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아이코닉스 홍보담당 강영혜씨는 “뽀로로는 놀이를 통해 교육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하기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좋아한다”며 “이러한 특성이 다른 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활용을 용이하게 했다”고 밝혔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뿌까』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뿌까 이미지가 들어간 상품의 연매출은 5천억원에 달하며, 뿌까 개발 업체인 (주)부즈는 로열티로만 1백50여억원을 받고있다. (주)부즈 국내 라이센시팀 배혜정 팀장은 “기존의 많은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에게만 초점이 맞췄다면, 뿌까는 모든 연령을 어우르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뿌까의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뿌까는 현재 유럽, 북미,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1백40여개국에 진출해있으며 관련 상품은 무려 3천여 종에 다다른다.

또한 뿌까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패션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워너 브라더스와의 계약을 통해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의상 컬렉션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에는 국내 캐주얼 스포츠브랜드 'EXR'과 파트너십을 채결해 각종 패션 상품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뿌까는 의류, 신발, 가방 등 다양한 패션 상품에 등장하게 됐다. 이 밖에도 관련 상품의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 2011년에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디자인 협업을 맺어 관련 화장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더 많은 국산 애니메이션 부가가치 산업들이 발전하려면 환경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일단 좋은 품질의 애니메이션들이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 소비돼야 그 과정에서 생겨난 수익이 관련 부가가치 산업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블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에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하고 있다. 강씨는 “일선의 프로듀서, 감독, 스탭들이 기획력 등을 높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업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부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 역시 “애니메이션 부가가치 산업은 결국 중장기 산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러한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부가가치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처럼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하나는 얼마든지 다른 산업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다. 정부의 지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뽀통령: 뽀로로와 대통령의 합성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한 가지 제품이나 개념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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