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감귤포장학과’, ‘○○대 오징어심리학과’, ‘○○대 목탁제조학과’ 옛날부터 인터넷에 오르내리며 네티즌들에게 ‘설마 이런 과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했던 학과들이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학과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학과가 생길지도?’라는 생각을 품게 됐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직업 역시 다양해졌다. 컬러리스트, 의료코디네이터, 게임사운드디자이너 등 매일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대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양해진 직업에 따라 각 직업에 맞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학문들이 활발히 생성되고, 이런 여러 학문들의 틈새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틈새 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들이 개설되고 있다.

시대 변화를 읽은 학과 출현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연구위원은 “직업세계에서 전문 영역이 생기면서 요즘 사회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틈새시장을 겨냥한 틈새학과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분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한다. 취업시장에서 희소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학문이라 ‘이색학과’로도 불리는 틈새학과들은 대개 2~3년제 전문대학에 많이 개설됐다.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의 ‘전문대 신설 예정학과 중 이색학과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에 매 해마다 많게는 약 20여개, 적게는 약 10개의 새로운 학과가 생겨났다.

‘틈새학과’들은 그 개설 목표와 맞게 학생들의 요구와 시대 변화를 잘 읽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산업계의 필요에 의해 개설된 ‘맞춤식 학문’으로 출발했기에 거의 대부분의 학과가 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보건대학 장례지도과는 최근 점점 서구화되는 장례 산업과, ‘○○상조’와 같은 장례전문회사의 등장으로 매년 모든 졸업생이 취업에 성공한다.

백석문화대학이 지난 2006년도에 신설한 커피바리스타 전공은 신설 당시 그 미래를 반신반의했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대중화, 커피가게 창업 등이 활발해지면서 학생들의 취업 전망은 날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 대덕대의 타이어전공은 국내 유일 전공으로 한국타이어와의 협약에 의해 타이어 전문기술인력을 매년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틈새학과들의 미래가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신설학과인 탓에 기업과 협약해 취직이 보장되는 학과가 아닌 이상은 졸업생 진로를 확신하기 힘들다. 학과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경우도 많다. 또한 대학 자율화로 인해 대학의 학과 및 전공의 신설과 폐지가 자유로워진 것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언론에서 주목받았던 아주자동차대학 레이싱모델학과는 지원 학생이 적다는 이유로 대학 측에서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2008년, 전국 148개 전문대학이 신입생 23만 7천874명을 모집했다. 매년 수능 응시자가 58만 명 정도 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웬만한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학의 유명한 학과의 입시 문턱이 높아지는 지금, 틈새학문을 통해 특성화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박기범 기자 ask_walker@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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