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인 보호망과 함께 주민들이 자발적인 상호보완관계 맺길 기대해

창3동캠프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방문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주위엔 ‘틈새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저소득층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일정 요건을 갖지 못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도 ‘그림의 떡’인 사회취약계층이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 조부모·한부모가정, 이주여성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차상위 계층이 이에 속한다.

지난 2007년 6월 민주노동당 소속 황순식 과천시의원이 저소득 틈새계층에 대한 지원조례를 발의해 가결시켰다. 그 조례안은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본적인 생계유지에 필요한 전기,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과 국민건강보험료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와 겹쳐 실직, 취업난을 겪으며 한 층 더 어려워진 틈새계층을 위한 제도적 차원의 움직임이었다.

같은 해 도봉구에서는 틈새계층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내가 가진 한 가지를 이웃과 나누고 더불어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지역사회 휴먼 네트워크 ‘도봉희망창조단(아래 희망창조단)’이 결성될 것이다. 희망창조단은 이웃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인 ‘희망매듭운동’을 시작했다.

희망매듭운동은 동사무소마다 있는 자원봉사캠프(아래 캠프)에 상담원을 배치해 ‘좋은 이웃 만들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캠프에 방문하거나 상담원들의 외부 출장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도봉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장영주 직원은 “희망매듭운동은 일방적인 수혜가 아닌 말 그대로 이웃과 나누는 것”이라며 “결혼 이민자 분들이 한글 교육이나 놀이교실을 통해 수혜를 받으면,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산책시켜 드림으로써 서로 관계를 맺는다”고 전했다. 그동안 동네 주민들이 기증한 물건으로 바자회를 열어 조부모·한부모 가정 자녀의 급식비를 지원했고 전화로 독거노인분들께 안부를 묻는 콜서비스나, 밑반찬지원, 목욕봉사 등을 해왔다.

가까운 이웃의 참여와 관심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어온 주민의 수가 1천명 가까이 되지만 모든 동의 캠프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 동사무소에는 아예 캠프 자체가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활동은 하되 캠프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다. 방학2동의 한 주민은 “2007년 10월께에 캠프 활동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았었다”며 “하지만 따로 캠프가 마련되지 않아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 자원봉사센터측은 “주 2회 이상 자발적으로 봉사자들이 캠프에 나오는 것”이라며 “그날 그날 일지를 제출하게 해 봉사내용을 확인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와 달리 창3동 캠프는 매우 활성화 돼있다. 창3동 봉사자들은 희망매듭운동 대상자를 직접 발굴해야 하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창동 드림지역 아동센터’를 찾아냈고, 매월 후원하고 있다. 대상자를 추천하기 위해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하기 때문에 자주 가정방문을 한다. 운영비가 많지 않아 사비를 들여가면서 독거노인을 방문해 목욕을 시켜드린다. 창3동 캠프 자원봉사 상담가인 권옥자씨는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드렸을 때, 직접 발로 뛰어 후원자를 찾았을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밝혔다. 반찬지원과 미용봉사를 받고 있는 오호자(83)씨는 “집에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머리를 깎아줘 너무 고맙다”며 “나도 노인정 회장을 하며 다른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강동구도 전 직원이 발 벗고 나서 위기가정을 발굴,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1직원 1통 담당제’와 ‘1社1洞 사랑나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각 직원이 1개 통씩 담당하고 틈새계층을 발굴해 지원방안을 찾은 후, 관내 기업과 연계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려는 것이다. 기업과 주민이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돕고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틈새계층’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정부의 보호망에 잡히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희망매듭 운동처럼 지역이나 공동체 차원의 자발적인 교류활동이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 또한 마련될 수 있다. ‘도움을 준다’보단 ‘함께 나눈다’는 마음이 늘어난다면, 틈새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자료사진 창3동 자원봉사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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