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서문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연희동. 고즈넉한 주택가들이 몰려 있는 이 동네의 틈새에 우주기지 같은 흰 건물이 들어섰다. 이 건물의 정체는 갤러리 'YeonHuiDong Project(아래 YHD)'다.

지난 3월 개관한 YHD는 지하1층, 지상 2층의 전시공간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시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큐레이터 권연희씨는 “YHD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어졌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한국작품들과 해외 유통망을 연결해주는 중간자적 역할이 중요한 개관취지인 것이다.

지난 17일까지 열린 개관전에서는 배준성, 최광호, 홍성철, 홍성도 등 총 10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했다. 현대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중견 작가들인 이들은 유럽 등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각 작가들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잘 드러내준다. 배준성 작가의 'The Costume of Painter'시리즈는 ‘렌티큘러’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 기법은 보는 각도에 따라 한 화폭에 여러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신체 일부의 이미지를 가는 철사에 하나하나 입혀 입체적인 느낌을 살린 홍성철 작가의 작품'Strings'도 눈여겨 볼 만하다.

YHD가 청담동이나 인사동과 같은 갤러리 밀집지역으로 가지 않고 굳이 주택가인 연희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YHD 큐레이터 권씨는 “접근성보다도 공간 자체에 좋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컸다”며 “연희동에는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교수나 작가, 외교관,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도 좋은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가정집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 외관부터 독특한 이 건물은 생뚱맞아 보이기도 한다. 겉모습이 특이해진 것은 단지 튀어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좁은 주택입지에 효과적인 공간을 위해 설계되다 보니 특이한 외양을 갖게 된 것이다. 건물의 창을 없애고 사선으로 벽을 세워서 전시할 수 있는 벽면을 최대한으로 확보했다. 없어진 창 대신 건물의 각 모서리에 삼각뿔모양으로 투명 플라스틱을 대어 자연광이 비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YHD 외부와 내 사선의 흐름이 리듬감 있게 교차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YHD는 지난 17일 개관전을 마치고 18일부터 상설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YHD가 연희동에 개관함으로써 학교 근처에서 감각적인 건축물과 현대 미술 작가의 좋은 작품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양준영 기자 stellar@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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